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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출점제한' 우후죽순 편의점…치킨게임 내몰린 점주 눈물만

[르포]서울 관악구 신림 고시촌 일대 편의점 가보니…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 점포수 올해 약 2300개 늘어나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15-11-25 06:40 송고 | 2015-11-25 13:17 최종수정
서울 관악구 대학동 일대 편의점 현황.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 관악구 대학동 일대 편의점 현황.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죠. 손님이 하루 50명쯤 줄었어요."

오프라인 유통채널 가운데 편의점만이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편의점 가맹본부들의 출점경쟁으로 인해 매장수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개별 매장들은 매출 나눠먹기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다.

지난 23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 고시촌 일대에는 고개만 돌리면 다른 편의점이 보일 정도로 편의점들이 밀집해 있었다.

편의점 간에 거리가 가까운 곳은 걸어서 1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일직선 거리가 100m 남짓한 곳도 있었다. 세븐일레븐 앞에서 길 건너편을 보면 CU가 보이고 모퉁이를 돌아 2~3분만 올라가면 GS25가 나타났다.

미니스톱, 365플러스 등 다양한 브랜드의 편의점이 골목마다 자리잡고 있었지만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상위 3개 업체의 점포가 대부분이었다. CU가 11개로 가장 많았고 GS25 7개, 세븐일레븐도 6곳 있었다.
이러다 보니 점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고시촌 일대가 자취하는 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출점 경쟁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다른 브랜드 뿐 아니라 같은 브랜드 편의점 간의 매출 나눠 먹기도 생기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한 편의점 점주는 "몇 년 전만 해도 인근에 편의점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여기저기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심지어 같은 브랜드끼리 매출을 나누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편의점들은 꾸준히 점포를 확대해 왔다. GS25의 점포수는 지난해 말 8290개에서 지난 10월말 9140개로 850개 늘어났다. CU는 같은 기간 8408개에서 9252개로 844개 늘어났고 세븐일레븐은 7230개에서 7816개로 586곳 증가했다. 편의점 3사만 합쳐도 올해 2300개에 가까운 점포 수가 늘어났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CU편의점과 약 100m 떨어진 곳에 GS25편의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 News1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CU편의점과 약 100m 떨어진 곳에 GS25편의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 News1

다른 편의점 점주는 "본사는 잘 나가는지 몰라도 현장은 어렵다"며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특히 이 동네는 사법고시가 없어진다는 얘기가 나온 뒤로 손님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지금은 예년보다 하루 50명쯤 줄었다"고 말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기존 가맹점사업자로부터 250m 내에 신규 가맹점 또는 직영점을 개설하지 않는다는 '영업지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상권 △상권이 구분되는 지형지물 △1000가구 이상의 아파트단지 등에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점주들은 250m라는 규정도 너무 짧은 데다 예외조항이 많아 편법으로 편의점을 늘릴 수 있어 별 효과가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편의점주 A씨는 "250m 규정만 지키면 되니까 같은 브랜드들도 많이 들어서고 다른 브랜드들은 말할 것도 없다"며 "작은 상권에 이렇게 많은 편의점이 들어서니 장사가 잘 될 리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고시촌 일대에는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따라 걸어서 1~2분 거리에 똑같은 브랜드의 편의점 3곳이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이에 대해 편의점 관계자는 "해당 점포들은 지난 2013년 신규 출점 거리 제한에 관한 내용을 담은 편의점 프랜차이즈 모범 거래기준이 마련, 시행되기 이전부터 영업하던 곳으로 매출에 큰 영향이 없어 가맹 계약을 갱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만난 점주들은 담배 판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담뱃값이 오르면서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마진율이 떨어진 데다 카드수수료로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주는 "이전에는 담배 마진율이 10%였지만 지금은 종류마다 다르지만 7%대까지 떨어졌다"며 "수익은 좋지 않지만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유인책이 되기 때문에 담배 판매를 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고시촌의 또 다른 편의점주는 "담배 마진율이 떨어졌지만 담배 가격 자체가 올라 손에 쥐는 금액은 비슷하다"면서도 "가격이 오르면서 손님 대부분 손님이 카드로 계산해 수수료를 제외하면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park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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