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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이 본 파리테러…"중동의 비극은 왜 눈감나"

서방 공습으로 하루 수백명 사망 보도조차 안해…"테러·이슬람 동일시 안돼" 당부도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5-11-17 15:43 송고 | 2015-11-17 18:13 최종수정
서울 한남동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의 모습.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한남동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의 모습. © News1 박지혜 기자

"언론은 왜 '파리테러'만 기억하려고 합니까. 프랑스군에 의해 하루에도 수백 명씩 죽어가는 중동의 아이들은 하찮은 생명인가요?"

17일 오후, 전날 온종일 내렸던 비가 그치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사원에서 바라본 서울의 전경은 멀리 관악산이 보일 만큼 청명했다.

샤리프(24)씨는 말레이시아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친구와 함께 이슬람교를 알리는 동시에 관광을 목적으로 2주 전에 한국에 입국했다.

이날 이슬람사원에서 만난 샤리프씨에게 '파리 테러'에 대해 묻자 "왜 언론과 세상은 파리 테러로 희생된 사람만 보도하고 기억하려고 하는가"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에 따르면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서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의 군사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하루에만 수백 명이다.

샤리프씨는 "서양 국가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에 대한 뉴스는 보도되지도 않고 있다"며 "파리 테러만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도 모자라 무슬림이라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세상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샤리프씨는 "이슬람의 뜻은 '평화'"라고 힘주어 말하며 "진짜 이슬람은 여자와 아이, 노인 등 다른 생명을 절대 해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샤리프씨는 "IS(이슬람 국가)가 했다고 해서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믿는 것은 잘못됐다"며 "진짜 이슬람을 믿는 사람이라면 살생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이슬람사원에서 만난 무슬림들은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가 프랑스가 이슬람 군사 공격에 가담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입을 모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의사 누자카(45)씨는 "프랑스에서 먼저 시리아를 공격하지 않았느냐"며 "그에 대한 응당한 대가로 이번 테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의 세력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등을 공격했는데, 이 세상에 과연 악은 존재하는가"라며 "관점에 따라 악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프랑스가 '악'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슬람을 믿는 한국인 자이납(40·여)씨도 "언론과 기득권은 한 쪽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본다"며 "다양성을 주장하면서 실제로 다양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사원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국 사람들이 '왜 죽으러 저길 가나'라는 기사 댓글을 본 적이 있다"며 "그러나 무슬림에게는 사원에 가서 죽는 것을 신성하게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의로운 죽음'이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테러도 마찬가지다. 프랑스군에 의해 죽은 중동의 아이들이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지만 세상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기 자식과 부모를 한순간에 잃은 사람들이 갖는 '광기'를 한 번이라도 이해해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상에 절대 선(善)도 절대 악(惡)도 없다"며 "IS가 마치 전체 무슬림인양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교리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 왔다 관광 안내자에 따라 이슬람사원에 방문했다는 하이리(23)씨는 "테러와 이슬람을 연관지어서 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을 보면 전부 '테러'와 연결짓는데 진짜 이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랑스 보건당국은 13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로 132명이 숨지고, 349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IS에 대한 보복을 약속했다.


ic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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