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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고법원안, '국민중심' 관점서 논의해야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5-11-18 06:00 송고
© News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열리는 법안심사 1소위에서 '상고법원'안을 본격 논의한다.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한 6개 법안은 지난 7월 법안심사 1소위에서 논의된 후 4개월여 동안 진전이 없었다. 지난 10일과 17일 열린 소위에서는 상고법원안이 예상안건 목록에만 올랐을 뿐 의안으로 상정돼 논의되지는 않았다. 
의원들이 선거준비로 바빠지는 이른바 총선시즌이 다가오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상고법원 설치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차였다. 24일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만큼 상고법원안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고법원 설치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측 모두 현행 상고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 한다. 상고사건 수가 많고 현행 대법원 시스템으로는 상고심에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상고심 개선방안으로 '상고법원'을 고집하고 있고 대한변협 등은 대법관 증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어 개선방안의 구체적 내용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금껏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은 게 문제라면 대법관을 증원하면 어떻겠냐는 얘기에 대해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전원합의체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논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때문에 상고법원 설치를 반대하는 측은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설치하려는 목적의 진정성을 의심했고 상고법원 설치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법안심사 소위에서조차 의안으로 상정하지 않는 등 상고법원 설치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국민 사법서비스 개선'이라는 상고법원 설치 논의의 목적과 본질은 이미 빛바랜지 오래다.    

국민들이 분쟁해결의 최종수단이자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사법시스템 개선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도 문제다. 당사자가 되어 법정에 서지 않는 이상 법원에서 재판 받는 것은 '남의 일'일 뿐이다. 지금 당장은 '남의 일' 같은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본체만체하면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전세보증금을 날리게 돼 당장 길에 나앉게 돼도, 억울하게 범죄 혐의를 뒤집어쓰거나 옥살이를 하고 있어 법원의 빠른 판단을 받고 싶어도 사법시스템이 잘못돼 있으면 하릴없이 감내해야만 한다.  

24일 법안심사 소위에서 사법제도 개선안의 일환으로 상고법원안을 논의하기로 한만큼 '대국민 사법서비스 개선'에 대한 충실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재판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 현행 사법시스템에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답은 헌법이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의 박탈은 아니다. 조정과 중재 등 재판 외의 사법시스템을 활성화해 법원에 접수되는 재판의 수를 줄이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을 중심으로 고안되어야 한다. 사법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사법개혁의 좋은 예로 꼽히는 영국의 '울프개혁'(1994년)의 성공비결은 영국 민사소송제도를 '느리며(too slow)'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too expensive) '지나치게 복잡하며(too complex ) ' '접근하기 어렵다(too inaccesible)'는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개혁을 추진한데 있다.

우리 국회와 대법원도 국민의 시선으로 사법제도를 바라보고 국민 중심의 관점에서 사법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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