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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진흥없이 규제만?…제역할 못하는 'SW진흥법'

(서울=뉴스1) 박현준 기자 | 2015-11-10 13:34 송고 | 2015-11-10 17:01 최종수정
 
"저희같은 중소기업이 공공 SI사업에 주사업자로 참여하라고요? 사업을 수주한다고 해도 프로젝트에 투입할 사람이 없어요. 억지로 사람을 구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손해 안보면 다행이죠."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중견기업까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중소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이 개정안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던 중소기업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것이다. 중소기업은 주사업자로 사업을 진행할 인력이나 자금 등 여력이 부족한데 이러한 업계 사정을 모른 채 발의된 법안에 중소기업조차 등을 돌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 의원은 지난달 이 개정안 발의를 철회했다.
중소 SI기업들은 무작정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사업에서 배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공공SI 사업에 참여하고 나면 이익이 나야 하는데 본전이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공공SI 사업은 저가 발주가 만연하다보니 사업을 해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 그나마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시스템 유지보수(SM) 등 다른 사업에서 이윤을 내면서 공공SI 사업의 손실을 만회할 여력이 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했는데 적절한 이윤이 나지 않으면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중견기업들도 공공 SI사업에서 큰 이익을 낸 것도 아니다. SW산업진흥법으로 대기업의 공공 SI 참여를 제한해 사업기회가 많아졌지만 저가 경쟁으로 영업이익률은 더 나빠졌다. 한국경영정보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대기업과 연매출 8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을 제외한 지난해 매출 300억원 이상·공공 부문 매출 비중 10% 이상인 22개 중견 SI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2년 0.021%, 2013년 0.016%, 지난해 0.001%에 그쳤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설계와 시스템 구축을 따로 발주해 각각 다른 기업에 맡기는 'SW 분할발주'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SW 분할발주는 SW제값주기를 실현하고 설계 전문 기업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한 업체에서 분석·설계부터 구현·테스트까지 진행해도 요구사항이 추가되면서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다수의 기업들이 나눠 하면 제대로 진행이 되겠냐는 목소리가 높다.      

요구사항이 추가되더라도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보상없이 인력과 시간이 추가로 투입되다보니 업체들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 일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있었다면 분할발주라는 말도 나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SW산업진흥법은 말 그대로 산업을 '진흥'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SW업체들이 공공사업에서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다른 사업에 투자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산업의 진흥이다.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이익을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진흥이 아니라 '규제'다.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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