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천경자 위작 논란' 마침표 찍나…국회서 재감정 요청

이석현 국회부의장 국립현대미술관에 재감정 공식요청
미술관측 "국회 통보나 유가족 요청시 알 수 있는 문제"
"예술가에게 절필은 자살…망자의 명예회복 위해 필요"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 2015-11-06 05:20 송고 | 2015-11-06 11:01 최종수정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 News1


최근 천경자 화백의 타계를 계기로 '미인도' 위작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미인도'에 대한 재감정 요청이 제기돼 주목된다.

'미인도'를 소유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재감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국회 통보나 유가족 요청시에 재감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서다.

1991년 '미인도'를 두고 제기된 국내 미술계 최대의 위작 논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전날인 5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앞으로 '천경자 미인도의 재감정 요청의 건'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이 부의장은 요청서에서 "본인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1991년 위작 논란이 일었던 미인도에 대해 고미술감정협회 등 유권기관에 다시 감정을 의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재감정 요청 이유로는 ▲작가(천 화백)가 지속적으로 위작이라고 주장했던 점 ▲권춘식씨가 자신이 그린 위작이라고 자백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점 ▲당시 수사검사인 최순용 변호사의 증언 ▲위작이 맞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다시 파헤쳐봐야 한다는 유족의 주장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의장은 또한 "이 건이 고인이 된 작가의 명예와 연관돼 있고 만일 위작인 경우 위작을 계속 소장하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공공성과 신뢰성에 손상이 될 수 있다"며 재감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의장의 재감정 요청이 공식 제기된 만큼 국립현대미술관의 반응이 주목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최근 재감정 가능성에 대해 "국회에서 통보가 오거나 유가족이 요청을 해오는 등 상황이 발생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며 "그 전에 미술관 측이 나서 재감정을 기관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압류물 속에 포함돼 있던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와 함께 프린트해 팔면서 1991년 위작 시비에 휘말렸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천 화백이 당시 한 동네 목욕탕에 자신의 그림이 걸려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확인하러 갔다가 돌아온 뒤 "이 작품은 내가 그린 것이 아닌라 위작"이라며 미술관 측에 작품을 돌려줄 것을 요청하면서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협회는 천 화백의 주장과 달리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천 화백은 "자식을 못 알아보는 어미가 어디에 있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예순이 넘은 천 화백이 노망이 들었다'는 소문이 미술계에 공공연히 떠돌면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절필을 선언한 천 화백은 1998년 자신의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채 한국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미국 뉴욕의 큰딸 집에서 여생을 보내다 지난 10월 18일 타계 소식이 알려졌다.

천 화백의 타계와 함께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미인도' 위작 논란은 재부상했고 1995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고서화 전문위조 혐의로 검거된 권춘식968)씨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미인도는 내가 그렸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또한 당시 권씨를 수사하고 진술을 받았던 전직 검사인 최순용 변호사도 최근 강연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천 화백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혀 미술계 안팎에서는 재감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소속의 이 부의장은 지난달 30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작가가 가짜라고 하는데도 국립현대미술관이 진짜라고 주장한 배경을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날 '천 화백 특별실'을 갖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천 화백 추도제에서 유가족도 "논란이 된 미인도는 위작이 맞기 때문에 다시 학술적으로 파헤쳐 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그림을 그린 기법이나 특징이 전혀 다른데 사용한 물감이 같다는 이유로 미술계가 천 화백을 고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은 뉴스1과 만나 "예술가에게 절필은 자살이나 마찬가지다"며 "천 화백이 위작 논란 속에 절필하고 세상에 등진 만큼 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재감정을 통한 위작 여부 확인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천 화백의 '미인도' 위작 여부를 재감정하게 된다면 그 결과가 뒤집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생전에 그리거나 만든 미술작품에 대한 위작 여부는 한국화랑협회에서 하지만 사후 위작 여부는 고미술감정협회가 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미인도'는 위작논란이 발생한 199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일반에 공개된 적 없이 현재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ptj@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