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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카페 믿지마세요" 분양훈풍 속 '바이럴 마케팅' 극성

지역·분양 카페 수십개 아이디 활용…'자문 자답' 홍보로 여론 주도
신규공급 확대따라 급성장…"수요자, 정확한 정보 얻기 더 어려워져"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5-11-16 06:10 송고
#1. "왜 다들 ○○○,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접근성도 뛰어나고 주변 인프라도 좋고 분양가도 저렴하고. 선택을 안 할 수가 없네요."

#2. "□□ ○○○, △△△○○○ 어느 쪽이 끌리시나요? 두 분양단지 모두 한강신도시의 우수한 위치에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를 자랑하는지라 저는 정말 고민이 되네요. 아마 저같은 고민을 하시는 실수요자분들도 많으실 듯!!"

인터넷 상에 올라온 한 아파트 분양 관련 홍보글이다. 대부분 건설사 등으로부터 홍보비를 받고 작성된 '바이럴 마케팅'으로 칭찬 일색인 것이 특징이다. 8월부터 11월 현재까지 올라온 관련 글은 블로그 531건·카페글 275건·지식인글 23건 등 총 829건에 달한다.

"저렴한 분양가로 투자가치가 높다"는 홍보 내용과는 달리 해당 사업장은 70% 이상의 미분양(9월말 기준)을 내며 조기계약에 실패했다. 

분양시장 훈풍이 지속되면서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지식인 등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사업장의 장점만을 강조한 글인 데다 광고글이라는 명시 없이 개인 의견인양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 블로그·카페 활용 바이럴마케팅 "1년 새 200% 이상 성장"

바이럴 마케팅은 블로그나 카페 등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해 기업의 신뢰도 및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구매욕구를 자극시키는 마케팅 방식이다. 컴퓨터 바이러스(virus)처럼 입소문(oral)이 확산된다고 해서 바이럴(viral)이라고 부른다.

기존까지 분양시장의 바이럴 마케팅은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점차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분양물량 자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1년사이 20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마케팅 콘텐츠를 활용하는 등 운영비용이 저렴한 데다 10명 이하의 소규모로도 사업체를 구성할 수 있어 TV·라디오 등 매체광고를 진행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2010년 이전에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위에  주로 사용됐지만 요즘에는 분양이전부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효과가 뛰어난 데다 이미 구성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어 운영비용도 저렴하다"라고 말했다.

◇ 수십개 아이디 활용…'자문 자답' 카페 홍보전

문제는 이같은 바이럴 마케팅 '홍보글'과 실제 개인의 의견을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블로그의 경우 '이 글은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고 작성됐습니다' 따위의 알림글이 함께 올라오지만 작은 글자로 하단부에 기재되는 경우가 많아 홍보글인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한 분양홍보업계 관계자는 "요즘의 분양마케팅은 해당 분양아파트의 이름을 네이버 등에 입력했을 때 지식인·블로그·카페·뉴스 등 페이지 전체에 홍보글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라며 "업계 종사자들은 글을 보면 홍보글인지 아닌지를 어느정도 판단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특히 카페·지식인 등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의 경우에는 작성자가 사업 관계인인지 알 수 없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바이럴마케팅은 대부분 블로그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최근 들어서는 카페나 지식인 등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동탄맘' 등 각 지역 커뮤니티나 부동산관련 카페에서 활동하며 분양 전후 '분위기 띄우기'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십여개의 아이디를 확보한 뒤 한 아이디로 질문을 올리고 다른 아이디로 답글을 다는 방식으로 사업에 유리한 여론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식인 등 Q&A 게시판도 자주 활용된다. '투자 가치가 있나', '청약을 해야하느냐', '계약을 해야하느냐' 등의 질문을 올린 뒤 다른 아이디를 활용해 답글을 다는 방식이다.

한 바이럴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유명 부동산 관련 카페별로 여러개의 아이디를 확보하고 있다"라며 "해당 사업지에 유리한 이슈를 중심으로 질문글을 올리고 여러 아이디로 댓글을 다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활용된다"라고 귀띔했다.

◇ "소비자 속이는 기만광고"…정확한 정보 얻기 어려워져

이같은 홍보행위는 넓은 범위에서 '기만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은 "광고주와 추천·보증인과의 사이에 추천·보증 등 내용이나 신뢰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광고주 또는 추천․보증인은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해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글 자체에 홍보적인 요소가 적다고 하더라도 여러 아이디를 통해 홍보 효과를 내는 것은 일종의 기만광고"라며 "바이럴 마케팅이 많아지고 형태도 다양화돼 신고가 없는 경우에는 단속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관련 정보는 많아지만 정작 청약 수요자들이 믿을 수 있는 제대로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나친 공급경쟁으로 분양가 대비 입지여건이 우수한 사업장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만큼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획득 보다는 직접 발품을 팔아 청약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건설사 분양관계자는 "아파트는 우리가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고가의 상품이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구매'를 하기 쉬운 상품이다"라며 "모델하우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대부분 건설사 등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현명한 매입을 위해서는 사업지 인근의 부동산을 돌아다니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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