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인터넷에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있다, '네오 디지털 네이티브'

[테크놀로지와 사람] 진화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서울=뉴스1) 김경화(칸다 외국어대학교 교수) | 2015-10-19 11:12 송고 | 2015-10-19 18:56 최종수정
편집자주 김경화 일본 칸다외국어대 교수가 테크놀로지에 관한 최신 이슈를 소개하고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역사적·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해드립니다.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 (사진출처 www.marcprensky.com)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 (사진출처 www.marcprensky.com)

10여 년 전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디지털 미디어에서 따온 '디지털'에 원어민을 뜻하는 '네이티브'를 붙여 만든 신조어로, 태어날 때부터 PC, 게임, 인터넷 등이 존재했고 일상적으로 사용해 온 젊은 세대를 뜻한다.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에 따르면, '디지털 네이티브'는 정보 수집이 빠르고, 멀티태스킹이 능숙하며, 네트워크에 접속 중일 때에 일을 더 잘해낸다. 문자보다 이미지 정보를 좋아하며, 미지의 정보 탐색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런 특징들이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일본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네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미디어가 있었다는 의미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이지만, 휴대폰과 무선 네트워크 환경에 익숙한, 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를 뜻한다. 정보학자 하시모토 요시아키와 광고대행사 덴쯔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네오 디지털 네이티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메신저나 이메일 등으로 의사소통하는 게 편하다 ▲휴대폰으로 쓰고 PC에서 읽는 게 익숙하다 (휴대폰으로 쓴 내용을 PC에서 확인한다) ▲휴대폰 스크린이 작다기보다는 PC모니터가 크다고 느낀다 ▲휴대폰을 장시간 이용하는 장소는 (무선 네트워크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방이다 등등.

조사 결과는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대면 소통보다 메신저를 편하게 느끼거나, 휴대폰 글쓰기에 익숙한 점, 휴대폰을 자신의 방에서 장시간 이용하는 특징 등은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이들에게 와 닿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이런 사용 패턴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는 독특하게도 일본에서는 PC보다도 먼저 모바일 인터넷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인터넷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인터넷을 '미지의 세계와의 연결 고리'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하이퍼링크처럼 불확실한 정보원을 클릭하는 데에 거부감이 적으며, 인터넷을 통한 만남, 정보 탐색을 즐긴다. '호기심' '개방성' '적극적 참여'야말로 이전 세대와 이들을 구분하는 키워드였다. 그런데 '네오 디지털 네이티브'는 달랐다. 이들은 인터넷을 '나와 가깝고 잘 아는 이들이 상주하는 세계'라고 간주한다.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늘 그 세계에 접속할 필요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평가받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런 마음가짐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가까움' '친근함' 혹은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안'이다.
인터넷이 탄생한 지 수십 년이 지났고, 미디어도 다양해진 만큼, 인식과 태도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차가 큰 행동 패턴을 근거로 굳이 '세대론'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변화의 큰 흐름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네오 디지털 네이티브'에 대한 조사는, 개인에게 있어 인터넷이 의미를 갖는 중심축이, 사회적, 공적 네트워크에서 개인적, 사적 네트워크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회적, 공적 도구로서 인터넷의 중요성이 줄었다기보다는, 개인적 행복을 인터넷에 위임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돌이켜 보자면, 온라인에서 제기되는 많은 사회적 논란과 이슈가, 인터넷의 사회적, 공적 도구로서의 위상과 개인적, 사적 네트워크로서의 존재 방식의 온도 차에서 비롯되었다. 사적, 개인적 도구로서 인터넷의 역할과 의미가 커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라면, 인터넷의 사회적, 공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규제 일변도의 접근법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보다는 개인과 행복의 도구로서의 인터넷의 역할을 인정하고, 아직은 모호한 ‘공’과 ‘사’의 문화적 경계선을 명확히 하기 위한 자율적 해결법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김경화 일본 칸다외국어대 교수는...>

학제정보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일보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업전략, 오마이뉴스 재팬 COO이사 등을 역임했다. 동경대 정보학과 조교수를 거쳐 칸다외국어대에서 정보 사회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김경화 일본 칸다외국어대 교수  © News1



ar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