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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메르스…양성? 재감염? 감염력 진짜 없나

80번 환자 다시 양성판정..대책본부 “죽은 바이러스 유전자로 감염력도 낮아” 주장
안심 일러...일부 “바이러스 배양검사, 접촉자 항체검사 등 실시해야” 견해도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음상준 기자 | 2015-10-14 07:00 송고 | 2015-10-14 14:58 최종수정
13일 오전 메르스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지 10일 만에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격리진료구역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3일 오전 메르스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지 10일 만에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격리진료구역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3일 퇴원했던 메르스 80번 환자가 다시 한 번 유전자 양성 판정을 받아 재입원하면서 보건행정에 대한 신뢰가 또한번 흔들리는 모습이다.
보건당국은 양성 판정원인에 대해 메르스 재감염이 아닌, 기존 죽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재검출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다시 양성 환자가 나오면서 메르스 공포에 대한 기억이 환기되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80번 환자는 11일 오전 5시30분께 발열과 구토 등의 증상으로 삼성서울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이날 낮 12시15분께 서울대병원 격리 병상으로 이송된 뒤 12일 서울대병원과 질병관리본부의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 환자의 양성 재판정으로 접촉한 61명의 자가격리자와 68명의 능동감시자(전화로 발열 증 증상 확인)가 발생했다.

사실상 정부도 ‘얼떨떨’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 사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거울로 삼지 못한 정부의 이번 대처가 아쉬운 상황이다. 80번 환자로부터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이 환자를 놓친 것이나 다름없다. 감염력이 있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지만 정부는 일축한다.

◇대책본부측 "죽은 바이러스 유전자 때문...감염력 없어"
80번 환자가 유전자 양성판정을 받은 것은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것이 아닌, 더 이상 확산염려가 없는 기존 바이러스 사체의 유전자 조각 때문이라는 게 보건당국 설명이다. 이미 음성 판정을 받았었고 유전자 검사에선 죽은 유전자도 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80번 환자 치료를 맡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지난 12일 정부 브리핑에서 “세계 전문가인 본 대학의 드로스텐 박사의 경험에 의하면 (80번 환자와 유사한) 혈액암 환자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 몇 건이 있다”며 “이는 죽은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80번 환자의 기존 바이러스 배양 검사 결과도 메르스 재감염 가능성을 불식시킨다는 주장이다.

이 의료진은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바이러스 유전자만 계속 나오는 환자가 배양검사에서 음성이어서 격리해제를 했던 적이 있다”며 “다만 주변에 전파시킨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보고됐다”며 일단 현재 80번 환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 앞서 서울대병원 검사실과 질병관리본부에서 80번 환자에 대한 배양검사를 수차례 시도한 결과 바이러스가 배양되지는 않았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많다면 당연히 배양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염력도 매우 낮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 환자에게서 발열 증상이 일어난 이유도 메르스가 아닌 림프종 때문이란 게 의료진 시각이다. 앞서 당국은 80번 환자의 메르스 첫 감염경로에 대해 당초 림프종이 완치가 된 상황에서 재발이 의심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던 것으로 파악했다.

그렇다면 죽은 바이러스 유전자는 어떻게 호흡기를 통해 검출됐을까. 의료진은 “머리카락이나 대장, 위장 등 세포가 재생되듯, 호흡기 세포도 재생되는데 그 과정에서 죽어있는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상 외 상황 발생 가능성도..."80번 환자 바이러스 배양검사 필요할 듯"

반면 메르스 재감염 가능성으로부터 완전히 안심할 순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5~7월 메르스 확산이 많이 일어났을 당시 예상치 못했던 ‘무증상 환자’나 잠복기 14일이 지나 증상이 나타났던 예외 환자들도 속속 나타났었다.

아직 현 상황을 기존 해외 사례들로 근거하기엔 2012년 첫 발병되기 시작했던 메르스의 역사가 짧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80번 환자로부터 추가 감염사례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일단 양성 재판정을 받은 만큼 환자 관리 부분에서는 구멍이 발생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10월 3일 퇴원때부터 다시 입원한 11일까지 무려 일주일 이상 치료가 중단된 부분도 이 환자 개인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림프종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80번 환자에 대해서는 기존 다른 메르스 환자들과 퇴원 기준이 달랐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림프종은 임파선암으로도 불리는데, 대표적인 혈액암 중 하나이다. 주로 면역결핍 환자들에 많이 생기는데, 메르스 치료 기간중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 기준이 경계선에 있는 경우가 많아 판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80번 환자의 바이러스 치료기간은 상당히 길었다. 세계 최장기간인 116일 동안 메르스 완전 음성 판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종 퇴원 기준은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24시간 간격 두 번의 음성 판정’으로만 적용했다.

보건당국은 “80번 환자의 퇴원은 국제 기준에 따라 24시간 간격 2회 음성 확인이라는 기준을 따랐다”고 밝혔다.

다른 의료진은 “80번 환자가 감염력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우리가 100% 아니라고 할 순 없다. (80번 환자에 대한) 바이러스 배양검사가 필요하고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현재 격리된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항체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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