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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사고내면 패가망신"…고급차 보험료 인상 이유는

고가차 비중 2년새 연평균 21% 증가…높은 수리비·도덕적 해이 등 심각
렌트비 고액화 등 물적손해 보험금 눈덩이…저가차 운전자 보험료 가중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5-10-13 18:56 송고 | 2015-10-14 16:49 최종수정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가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여파로 극심한 교통체증을 보이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가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여파로 극심한 교통체증을 보이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 10일 오후 모범택시 운전기사 서모씨는 롯데호텔 주차장에 진입하다 주차장 화단에 충돌한 뒤 주차돼 있던 차량 5대를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피해 차량은 포르셰 911 카레라 4S와 파나메라 터보, 에쿠스 리무진, 그랜저, 벤츠 등 총 5대로 모두 고가 차량이다. 전체 차량에 대한 추정 보험비는 5억원에 달했지만 택시운전조합에서 가입한 보험 한도액은 1억원에 그쳤다. 다행히 롯데호텔 측이 나서 4억원을 보상해주는 선에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차량 운전자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고가차량 관련 자동차보험 합리화방안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오랜 기간 제기되어 왔던 고가차량 관련 자동차보험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고가차량이 증가하면서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의 운전자들이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전체 등록대수는 2000만대로 한 가정에서 자동차 1대씩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으로 보험료 인상은 억제된 반면 고가차 비중은 지난 2년간 75만대에서 111만6000대로 연평균 21% 늘어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가차량이 늘었지만 명확한 수리비 기준도 제시되지 않았다. 외산차는 자체 기준에 따라 정비요금을 결정하고 국산차는 국토교통부 공표 기준에 따라 정비요금이 결정되다보니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실제로 고가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산차의 대당 평균 수리비, 렌트비는 국산차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미한 사고에도 무분별한 부품교체가 이뤄지다보니 물적손해 보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동차 물질적 손해 보험금은 2012년 5조6315억원에서 지난해 6조3868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차량을 수리하지 않고 예상되는 수리비를 현금으로 수령하는 방식인 '추정 수리비 제도'가 성행하면서 보험사기로 악용되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빈번히 발생했다.

외산차의 경우 사고가 나면 동종의 차량으로 렌트 해주는 표준약관 규정도 문제였다. 10년된 벤츠 차량을 몰고다니는 운전자라도 사고가 나면 새 벤츠를 렌트할 수 있다. 고가차의 평균 수리일수는 8.8일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벤츠 C200 기준 하루 렌트 비용은 45만원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렌트카 비용이 차량수리비를 초과하는 건수가 2013년 기준 1만2000건에 달했다. 

이같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저가차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은 가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상승으로 영업적자가 나면서 전체 보험료가 상승하는 부작용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교통사고가 났을 때 저가차 운전자는 물질적 손해 1원당 1.63원의 보험료를 내지만 고가차 운전자는 0.75원을 낸다. 값 싼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외제차 등 고가차를 운전하는 사람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2.2배 큰 셈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앞으로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가 전체 차량 평균의 120%를 넘는 차종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에 따라 외제차 등 고가 차량의 보험료(자기차량 담보 기준)가 평균 4.2%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외제차 사고시 동일 모델의 외제차가 아닌 동급의 국산차를 대차(렌트)하도록 렌트 기준도 바뀔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일부 자동차정비조합과 렌트카조합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자신들을 제외한 채 고가차량의 자동차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수입차 렌트카 업체 관계자는 "수입차만 보유하고 있는 렌트카 업체는 죽어야 한다. 난감하다"며 "과연 외산차 운전자들의 사회적 합의를 구하고 진행하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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