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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성' 바로잡겠다며 '편향된' 국정교과서 나오나?

대다수 역사학자·교사들 국정화 반대에 동참했는데 집필진 참여할까?
"다양성도 수용 못하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 수 없다"는 비판도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5-10-12 18:29 송고 | 2015-10-13 17:49 최종수정
12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직원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교 한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을 담은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 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2015.10.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2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직원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교 한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을 담은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 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2015.10.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교육부가 역사학계와 교사들의 거센 반발에도 12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최종 확정했다. 가장 큰 명분은 '이념적 편향성' 극복이다. 교육부가 직접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할 수 있는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약칭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하지만 교육부가 국정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균형잡힌 교과서' '올바른 교과서'가 구호에 그칠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집필진 구성은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당장 집필진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대다수 역사학자와 교사들이 한국사국정화 반대성명에 동참한 마당에 선뜻 집필진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집필진 구성에 난항을 겪게 되면 '편향성'을 바로잡겠다며 국정화를 강행했지만 오히려 정치·이념적으로 편향된 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육부가 앞으로 만들 국정교과서에 '올바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런 우려를 갖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교육부가 '좌편향'이라고 지적한 고교 한국사교과서는 정부가 마련한 집필기준에 따라 만들었고 정부가 검정에서 합격시킨 교과서이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검정 단계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다가 일부 편협된 사관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 제기에 트집을 잡아 수정명령을 내렸다"며 "교육부와 국사편찬위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2013년 정부의 고교 한국사교과서 수정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집필진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사 국정화를 발표하며 교육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수정명령을 하더라도 일부 집필진들은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반복하여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하지만 집필진과는 달리 출판사는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받아들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렇게 수정된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이미 교육부 수정명령대로 고쳐서 사용하고 있는 교과서로 교육부가 트집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교육부 설명과는 달리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사교과서 수정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한 교수는 "(한국사 국정화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정권이 특정사관에 입각한 역사를 미래 주역인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강요하려 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쪽에서 정권을 잡고 있지 않다면 국정화에 찬성했겠느냐"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양성마저 수용하지 못하면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용의 편향성 문제를 떠나 부실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이날 11월까지 집필진을 구성해 1년 안에 집필을 마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과거 논란이 됐던 뉴라이트 계열의 교학사 교과서는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는데도 수정해야 할 오류가 2000건 넘게 지적됐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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