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슈추적]부산항 급유산업 쇠퇴일로…‘높은 유가’, ‘해상유 빼돌리기’ 등 원인

급유목적 입항 선박 급감·연매출 5조 불과 …싱가포르항은 20조
2007년 2조원 규모 선용품 사업도 침체…금융당국 투자 등 대책 필요

(부산ㆍ경남=뉴스1) 민왕기 기자 | 2015-10-13 16:00 송고 | 2015-10-13 17:28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부산항 선박급유사업이 침체국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질적인 문제인 급유선업체의 운송료 동결, 해상유 빼돌리기, 서비스 질 저하 등이 원인으로 지적돼 이를 타개할 정부와 항만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5년간 부산항 급유목적 선박 1100대 급감=13일 뉴스1이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부산발전연구원, 한국해양대학교 등의 ‘부산 선박급유 활성화 대책’ 용역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부산 선박 급유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부산항에 급유를 목적으로 입항하는 선박이 최근 5년간 1000대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010년 4271척이었던 급유 목적 입항선박은 2011년 3742척으로 줄었다. 이어 2012년 3791척→2013년 3445척→2014년 3171척으로 나타나 2010년 대비 1100척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의 평균 톤수는 1만2000톤으로, 1320만톤에 달하는 선박이 과거에 비해 급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선박급유산업의 침체를 뜻한다. 

부산발전연구원의 ‘2014 부산항 선박급유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부산항내 국제벙커링 물량은 621만7742톤, 국내벙커링 물량은 315만2423톤으로 총 937만165톤(한화 5조1000억원) 규모다.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쟁 항만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선박급유에서만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싱가포르항은 같은 기간 4085만2700톤을 급유해 부산항과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조원이 넘어 부산항보다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더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들 부산항 피하는 이유는 “비싼 기름‧부정확한 급유량”=부산항과 싱가포르항의 선박급유산업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유류 가격과 급유량 때문이다.

부산항의 유류가격이 싱가포르 등 경쟁 항구와 비교해 비싸고, ‘해상유 빼돌리기’ 등으로 인한 급유량이 정확하지 않아 선사들은 부산항을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3년 기준 부산항의 ‘IFO380’(선박운항시 주사용 유류) 가격은 로테르담보다 톤당 50달러, 싱가포르보다 30달러, 홍콩보다 10달러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해상유 빼돌리기(일명 뒷기름)' 등 부정확한 급유량도 선사들이 부산항을 피하는 주요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항 급유와 관련해 선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3.5%가 불만족 사항 중 1위는 ‘부정확한 급유량’이라고 답했다. 이어 높은 유류가격(30.4%), 낮은 급유서비스(17.4%)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의 급유 비중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주 노선의 경우 10년만에 30%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발전연구원 용역보고서 중)© News1
부산항의 급유 비중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주 노선의 경우 10년만에 30%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발전연구원 용역보고서 중)© News1
이에 따라 2004년 대비 2014년 기준으로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는 동남아 노선의 급유 항만 비중에서 증가세였지만, 부산항은 2004년 49.8%에서 2014년 33.3%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주 노선에서도 2004년 전체의 52.1%가 부산항에서 급유했지만, 2014년엔 18.5%만 급유해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타 항만이 37%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싱가포르 선박급유산업의 성공요인은 철저한 선박급유 품질 관리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정확한 급유량을 위해 코리올리 질량유량계를 이용한 벙커링(해상급유) 측정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방정식에 의해 공기를 제거해 오차범위 ±0.10% 내에서 급유를 하고 있다.

나아가 전세계 정유회사의 저유시설을 유치해 기름 단가를 낮추는 등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 선박급유산업의 침체는 선용품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7년에는 부산 선용품시장의 매출규모가 2조를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 부산항은 컨테이너 항만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선용품 점유율은 0.4%에 불과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이에 따라 보고서에서 “유류가격의 경쟁력 확보, 정확한 급유량 급유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급유선 유통구조 단순화 통해 시장 정상화 해야”=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해상급유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유사-대리점-급유업체 등으로 나뉜 구조는 싱가포르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이다. 

서류작업만 하는 대리점이 정유사와 급유업체의 중간에 끼어 불필요한 마진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 선박급유업의 경우 복잡한 유통단계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트레이더와 브로커, 대리점까지 중간에서 마진을 떼어 내고 있어 유가 상승은 물론 급유선업계도 힘들어지고있다는 지적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용역보고서 중)© News1
부산 선박급유업의 경우 복잡한 유통단계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트레이더와 브로커, 대리점까지 중간에서 마진을 떼어 내고 있어 유가 상승은 물론 급유선업계도 힘들어지고있다는 지적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용역보고서 중)© News1
정유사와 급유업체간 직거래 등으로 선박급유 유통구조가 개선되면, 유가를 인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급유선업체의 적정한 운송료 책정으로 해상유 빼돌리기 등 ‘부정확한 급유량’에 대한 선사들의 불만도 잠식시킬 수 있다.

최근 정유사와 급유선업체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20년만에 운송료 인상에 합의했다.

SK와 GS 칼텍스는 급유선선주협회와의 협상에서 내년 3월까지 총 47% 인상(올해 20%, 내년 20%)에 합의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드럼당 100원을 인상하고, 내년 3월에 60원 인상해 총 67%를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S-oil은 리터당 2원75전이었던 운송료를 3원10전으로 인상하고 내년 5월 20%를 인상, 총 40%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급유선 업체들의 현상 유지를 위해선 부족하다는 목소리다. 해상유 빼돌리기 등 부산항의 고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유사와 항만 당국, 급유선 업체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와 같이 선박급유 사업에 금융당국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박급유업체 등이 저리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지원책이 마련된다면, 금융기관에도 새로운 영업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산 급유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항 해상급유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유가를 인하하고, 해상유 빼돌리기 등을 근절해 ‘정확한 급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싱가포르처럼 연간 20조원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선용품 산업 등도 살아나 막대한 항만산업 매출을 창출, 부산항과 부산시의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anki@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