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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헌법 위반 여부 '논란'

위헌론 "교육 중립성·다양성 위배" 주장…합헌론 "대학 역사 교육과 달라"
헌재는 "국어 교과서 국정 제도는 합헌" 결정…국사 교과는 여지 남겨둬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성도현 기자 | 2015-10-12 16:35 송고 | 2015-10-12 17:46 최종수정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방안 발표 중 김재춘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10.12/뉴스1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방안 발표 중 김재춘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10.12/뉴스1
교육부가 2017년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발행하기로 12일 결정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헌법 교수와 변호사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위헌일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합헌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합헌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1992년 내려진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당시 헌재는 국어 교과서 국정 제도를 규정한 법률에 대해 "교육의 중립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92년 헌재 결정과 상황 다르다"…위헌론은 '다양화' 목소리

오동석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1992년 헌재 결정 당시의 사정과 현재 사정은 다르다"며 과거 헌재 결정이 이 사안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어 교과서의 경우 국정으로 발행되는 교과서밖에 없었지만 현재 국사 교과서는 검정으로 발행되는 교과서가 있어 검정 국사 교과서 필진의 집필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또 "교과서 제도는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 헌재 결정의 주요 내용"이라며 "이번 국정화 결정은 (국회가 만드는 법률이 아니라 행정부가 만드는) '행정규칙'으로 돼 있기 때문에 위헌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국사 교과서와 국어 교과서가 다르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가가 (국어 교과서에 대해서는) 편집권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역사는 다양한 시각이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특정한 시각에 기반한 역사 해석을 하겠다는 건 특정 이념을 지지하고 나머지는 억누르겠다는 것"이라며 "교육의 중립성·공공성과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위헌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위헌 논란 외에도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그 자체로서 문제가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국제적으로도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서 가르치는 나라는 별로 없고 있다 해도 굉장히 정치적 자유가 억압되는 나라"라며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가 특정 이념을 강요, 강조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합헌론은 '대학 교육'과 '중·고교 교육'의 차이 강조

반면 합헌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중·고등학교 국사 교육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차기환 변호사는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대해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국사에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것은 학문의 차원"이라며 "학문은 대학에서 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1992년 결정에서 "중고교 교사 수업의 자유는 두텁게 보호돼야 하지만 대학에서의 교수의 자유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며 "중·고교 학생은 대학생, 성인과 달리 다양한 가치와 지식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교과용 도서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부득이하다"고 판단했다.

또 차 변호사는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학문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통합된 국가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국민으로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라며 "다양성보다는 균형성, 객관성,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환영하는 단체들은 현재 검정 교과서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등 6개 보수시민단체는 교육부의 결정 후 즉각 성명을 내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로 동생들이 더는 좌편향 교과서로 배우지 않게 된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현행 교과서 집필진에는 국보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민족문제연구소와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전교조 출신 등이 참여했다"며 "이는 현행 교과서가 철저하게 반국가적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헌재 결정은?…'국어 국정 교과서'는 합헌이지만 '국사'는 여지

헌재는 지난 1992년 "학문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국정 교과서 제도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국정 교과서 제도의 문제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지적했다.

교과서 발행방법이 폐쇄적이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이 활성화되지 않고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것 ▲상황 변화가 있어도 (교과서가)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 ▲중앙정부가 교과서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이 보장받지 못해 교과용도서의 개발이 지연·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것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이뤄지기 쉽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공교육 의무를 진 국가가 교과서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부득이하다"며 국어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정 교과서 제도가 바람직한지 여부는 교과과목의 종류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국어문법, 맞춤법, 표준어 등에 관한 국가 수준에서의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어 교과에 한해서는 국정 교과서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시 헌재는 국정 교과서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교과의 사례로 '국사 교과서'를 제시했다.

"교과 내용의 다양성, 학생들 지식 습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하나의 교과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전제한 뒤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만 헌재가 직접적으로 판단을 내린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법적 효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 교수는 "헌재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어서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면서도 "여전히 타당한 견해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강릉원주대, 고려대 등 전국 40개 역사 관련 학부와 23개 대학 사범대 역사교육과 소속 학생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  2015.10.12/뉴스1
강릉원주대, 고려대 등 전국 40개 역사 관련 학부와 23개 대학 사범대 역사교육과 소속 학생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  2015.10.12/뉴스1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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