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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38구경' 대신할 살상력 낮춘 '대체총기' 개발

4년간 30여억원 소요 예정…안전관리 위해 '블랙박스' 도입 추진
"고무·플라스틱 탄 교체해 인체 피해 최소화·범죄 대응력은 높여"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5-10-12 05:50 송고 | 2015-10-12 13:59 최종수정
지난 9월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 때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격발 시연을 요구하며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건넨 모의 권총.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지난 9월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 때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격발 시연을 요구하며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건넨 모의 권총.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올해로 '창경 70주년'을 맞은 경찰이 현재 사용 중인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대신할 비살상용 총기 개발에 나선다. 범죄대응력은 높이되, 일선 경찰관의 과잉대응 논란을 잠재우고 시민 안전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경찰은 적법하게 총기를 사용하도록 총기 안에 '블랙박스'를 설치해 관리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최근 '자동차 트렁크 속 시신 사건'  '부산 사격장 총기 탈취 사건' 등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되는 가운데 경찰이 대체총기를 이용, 범죄율을 낮춤과 동시에 '공권력 남용'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찰청은 즉각적인 범인제압이 가능하면서도 인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스마트 대체총기' 개발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민·군협력사업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이 사업은 4년간 개발비 30여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경찰은 범인제압 과정 중 치명상을 입히지 않는 적정 수준의 물리력이 확보되도록 장전방식과 구경, 총신 등을 고려해 대체총기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총기에 들어가는 탄도 바꾼다. 기존의 실탄 대신 고무·플라스틱·젤리 등 특수재질이나 저음속으로 저충격이 가능한 탄두·추진제도 함께 만든다.

무엇보다 총기사용 때 일시와 장소, 조준 방향 등을 담은 정보가 실시간 통제센터나 휴대기기 등으로 자동 전송되도록 센서를 총기안에 설치해 적법한 공무집행이 되도록 돕고, 분쟁 때는 증거자료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인명피해 등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소송이 이어졌다"며 "이로 인해 현장 경찰관들의 범죄대응력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대체총기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경찰관의 총기사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12건으로, 청구액은 22억여원에 달한다.

총기를 소지한 일선 경찰관들은 급박한 범죄현장에서도 '총기사용'을 고민한다. 범인제압을 위해 총기를 사용했다가 의도하지 않은 부상·사망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광주에서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3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한 달 전쯤에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택가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 30대 여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총기를 사용해 여성이 관통상을 당했다. 2건 모두 공포탄 대신 실탄이 발사되며 벌어진 일이었고, 해당 경찰관은 장비관리규칙 준수 여부에 대한 감찰을 받았다. 

실제 최근 5년간 경찰이 범죄대응 현장에서 권총을 사용한 횟수는 감소 추세다. 

<뉴스1>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38구경 권총은 약 5만8000정으로, 최근 5년간 38구경 권총을 사용한 횟수는 2011년 23건, 2012년 24건, 2013년 17건, 2014년 19건이었다.

같은 기간 전자충격기(테이저건) 사용 횟수가 각각 116건, 199건, 275건, 327건으로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6월까지 총기는 3건, 테이저건은 201건 사용됐다.

하지만 테이저건으로 범인을 제압하는 데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현장 경찰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38구경 권총은 노후화로 인해 방아쇠를 완전히 당기지 않더라도 실린더가 돌아가기도 한다. 또한 최근 잇따르고 있는 총기·실탄분실 사고로 인해 안전관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체총기 개발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살상과 비살상의 물리력을 가진 장비가 있어야 경찰도 적법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총기 사용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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