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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알렉시예비치 '저널리즘 문학'으로 최초 수상 (종합)

"우리 시대 용기와 고통에 대한 기념비적 작품"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10-08 21:17 송고 | 2015-10-12 10:22 최종수정
노벨문학상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News1

 저널리스트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67)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기자 출신 문학상 수상자는 과거에도 있었고, 시나 소설같은 문학 작가가 아니라도 독일 출신 역사가인 테오도어 몸젠(1902년),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927년) 등 이 각각 역사와 철학 관련한 저술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적도 여러번 있지만 저널리스트가 본격 '탐사 저널리즘 ' 문학으로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의 기자출신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알렉시예비치가 "다성적多聲的polyphonic 문장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용기를 담아내는 데에 기념비적인 공로를 세웠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알렉시예비치의 수상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담으려는그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은 구 소련과  위성국가인 벨라루스의 국민, 자유가 제한된 공산치하의 삶 속 개개인의 심리를 섬세한 방식으로 담아냈다.   

국내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소련 여성들의 이야기를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 경험자들의 증언록 ‘체르노빌의 목소리’(1997년작, 새잎)가 나와 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누구
벨라루스 국적인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에서 군복무중이었다. 아버지가 군복무를 마치고 가족이 고국인 벨라루스로 돌아간 후 그의 부모는 교사로 일했다. 

알렉시예비치는 학창시절부터 시를 썼고 교내 신문에 투고하며 일찍부터 문재를 드러냈다. 민스크 벨라루스 국립대 저널리즘학과에 진학한 그녀는 학생 대상의 학술, 저널리즘 상을 다수 수상한다. 

지역신문 기자와 교사직을 동시에 수행하던 그는 가업인 교직을 계속 할지 기자가 될지 고민한다. 하지만 민스크의 신문인 '루럴 뉴스페이퍼'(Rural Newspaper)에서 일하고, 문학잡지인 '네만'의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그는 저널리즘의 길로 확고히 들어선다.
 
◇현실을 위한, 현실을 담은 문학세계

그의 문학의 주제는 언제나 현실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알렉시예비치는 "현실은 항상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겼고 나를 고문하기도 매혹시키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종이에 담고 싶었다"고 말해 현실주의 문학이 그의 지향점임을 드러냈다.  

현실을 담기 위해 택한 방법은 저널리즘적인 것이었다. 현실을 담되 당시 작가들이 중시하던 사회주의 문학 창작방법인 '리얼리즘'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리얼리즘이라는 타이틀을 단 문학이 종종 그 사회가 지닌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내는 것과 달리 알렉시예비치는 현실의 고통과 부조리를 그대로 작품에 담아낸다. 

"나는 실제 삶을 가장 흡사하게 그릴 수 있는 문학방법을 탐색해왔다. 그래서 실제 인간의 목소리와 고백, 증언과 문서들에 기초한 장르를 사용했다. 이것이 내가 세상을 듣고 보는 방식이다. 개인들의 목소리의 합창, 매일 매일 소소한 일상을 콜라주 한 것. 이 문학장르를 통해 나는 동시에 작가이자 기자이며 또한 사회학자, 심리학자, 설교가일수 있다." 

알렉시예비치가 담는 현실은 소련이 만들어낸 허상인 '유토피아'에의 정면 도전이다. 그는 2차대전에 참전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비극을 겪은 이들의 증언, 영웅적인 것으로 윤색되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현실을 담았다. 이같은 작품의 내용에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의 작품은 '평화주의' '자연주의' '영웅적인 소비에트 여성들을 모습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983년 작품인 '전쟁은…'은 이런 이유에서 출간되지 못했고 반정부, 반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그는 실직의 위협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집권으로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가 시작되며 그녀의 작품은 극적으로 살아난다. 그의 작품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1985년 출간됐다.

◇저널리즘에서 더 나아가기

한림원은 알렉시예비치가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며 "저널리즘 기법을 초월해 다른 이들이 창조를 돕는 장르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책장에서 그녀의 작품들을 빼낸다면 커다란 구멍이 생길 것"이라며 "이 만큼 그녀가 독창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간 개개인 속의 휴머니티를 찾고 지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 그녀는 책을 쓸때마다 기존의 시도했던 형태에서 새롭게 변형한 방법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녀의 작품은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한국 등 세계전역에서 출간됐고 연극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됐으며 다수의 국제적인 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현재 벨라루스에선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알렉시예비치의 러시아어 작품들은 고국인 벨라루스에서는 금서로 지정돼 출판 금지됐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통치에 대해 "끔찍한 검열"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로 인해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동안 유럽 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2012년 벨라루스로 귀국해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알렉시예비치의 수상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여성 작가는 14명으로 늘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그녀는 상금으로 800만크로나(약 11억2100만원)를 받는다. 1998년 라이프치히 북 프라이즈 '유럽 상호 이해' 상, 1999년 헤르더상, 2005년 미국 비평가협회상, 2007년 옥스팜 펜어워드, 2013년 독일도서전 평화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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