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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ㄱㄹㅇ ㅂㅂㅂㄱ' 무슨뜻인지 아시나요?

[한글날 569돌]'편리함' 때문에 온라인에서 무분별한 줄임말 사용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15-10-09 08:01 송고
46개국 150여명의 세종학당 외국인 학습자들이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한글날을 축하하고 있다. 2015.10.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46개국 150여명의 세종학당 외국인 학습자들이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한글날을 축하하고 있다. 2015.10.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20대 직장인 이모씨(여)는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다가 베스트 댓글란에서 'ㅇㄱㄹㅇ ㅂㅂㅂㄱ'라는 댓글을 발견했다. 궁금증이 생긴 이씨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본 결과, 이 댓글이 '이거레알 반박불가'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한글파괴'가 심각하다. 젊을수록 더 심하다. 모바일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짧은 글을 빠른 시간내에 올리려다보니 무분별하게 글을 줄이면서 그 뜻이 도통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글이 난무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10년간 매년 화제가 된 단어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단어 300~400여개를 신조어로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이 신조어로 인정한 단어는 '현웃', '핵꿀잼', '피꺼솟', '혼밥족' 등 334개다. 신조어로 인정한 단어조차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것들 천지다. 

'현웃'은 '현실웃음'의 줄임말로 온라인에서 재미와 웃음이 현실로 옮겨져 '실제로 웃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피꺼솟'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의 줄임말이다. 황당한 일을 겪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이 말을 사용한다. '혼밥족'은 '혼자 밥먹다'와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 '족(族)'의 합성어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3개 이상의 어절을 줄이는 경우가 흔한 현상이지만 아예 자음만 나열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서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것이 'ㅇㄱㄹㅇ ㅂㅂㅂㄱ'라는 말이다. 10~20대가 작성한 게시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이거 레알(real) 반박불가'라는 단어에서 각 글자의 첫 자음만을 따온 것이다. "이건 진짜로 반박할 수 없다"는 뜻으로, 명백한 사실이나 반박하기 어려울 만큼 논리력을 갖춘 주장 등을 지지하는 표현이다.

말줄임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중후반부터 '된장녀' 같은 말이 유행하면서 사회 전반에 줄임말이 퍼졌다. 특히나 인터넷이나 TV 프로그램 등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10대들은 이를 더욱 빠르게 받아들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0대들은 파괴된 한글이나 과도한 줄임말 등을 응용하기까지 한다. 길게 늘어진 어절을 한 단어로 줄이는 것도 모자라 모음을 떼버리고 자음만 나열하는 것이다. 흡수력이 빠른 10대들은 'ㅇㄱㄹㅇ ㅍㅌ ㅂㅂㅂㄱ(이거레알 팩트 반박불가)'처럼 새로운 단어를 추가해 또 다른 신조어를 만들기까지 한다.

10~20대들이 주로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줄임말 같은 한글파괴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 News1
10~20대들이 주로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줄임말 같은 한글파괴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 News1


10대들은 빠르고 편리한 의사소통을 위해 줄임말을 사용한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급 친구들이 실생활이나 온라인에서 줄임말을 쓰다보니, 이를 쓰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조차 없다고도 말했다.

고등학생 박모군(19)은 "친구들이랑 빠르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려면 단어를 일일이 입력하기보다는 줄임말이나 자음만을 쓰는 게 편하다"면서 "잘못된 표현이고 맞춤법에 어긋난 걸 알면서도 고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10대때 잘못된 언어습관을 몸에 익히면 대학생이 되거나 취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맞춤법을 실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구인구직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대학생 672명이 맞춤법에 가장 신경을 쓰지 않는 때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같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화를 나눌 때'로 응답자의 57.3%에 달했다.

대학생들은 가장 거슬리는 최악의 맞춤법 실수로 '감기 빨리 낳으세요(나으세요)'와 '어의 없다(어이 없다)', '이 정도면 문안하다(무난하다)' 등을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들의 바람직한 언어생활 정착을 위해 2013년부터 '안녕! 우리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글파괴가 심각한 청소년들을 위해 연극제, 창작 동요제 등의 프로그램으로 올바른 한글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나 아나운서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를 통해 바른말 사용의 중요성도 일깨우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청소년의 욕설과 비속어, 지나친 줄임말 사용은 단순히 청소년 언어문화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언어생활에 복합적으로 반영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기통제력이 낮은 청소년기에는 나쁜 언어 습관을 들이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이 길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5한글문화큰잔치'를 찾은 시민들이 한글멋글씨전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2015.10.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5한글문화큰잔치'를 찾은 시민들이 한글멋글씨전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2015.10.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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