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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마감 국감 천태만상…막말·줄파행에 '졸속국감' 오명

신동빈 롯데회장에 '한·일전 누구 응원하나', '文 공산주의자' 고영주 발언 파문
보여주기 쇼, 의원-증인 기싸움, 책임감없는 주무 장관…'국민은 웃프다'

(서울=뉴스1) 이정우 기자 | 2015-10-07 17:38 송고
피감기관 708개, 사상 최대 규모로 호기롭게 시작한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제대로 된 정책 점검이 아닌 호통· 파행·정쟁 등으로 '졸속 국감'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7일 마감을 하루 앞두고 있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 두 차례로 나눠 실시됐던 올해 국감은 여·야가 '민생국감'(새누리당)·'4생(生)국감'(새정치민주연합)을 각각 내세우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선거구 획정·공천 룰 등 현안에 밀린 채 막말·촌극만이 대중의 관심을 받아 '국감무용론'이 불거진 상태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한 해 국정활동을 점검하며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불리는 국감의 본질을 무색하게 했던 올해 국감의 천태만상 행태를 테마별로 정리해봤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가 중지되자 고영주 이사장이 야당 의원들의 빈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가 중지되자 고영주 이사장이 야당 의원들의 빈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막말·파행…'文, 공산주의자' 고영주, '종북 논란' 허준영

추석 이후 2차 국감에서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회장의 이념적 균형성을 의심하게 하는 '막말'이 단연 이슈였다.
고 이사장은 지난 2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감에서 과거 방문진 감사 시절에 "문재인 후보(당시 대선후보)는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 "이념이 다르면 평생 동지가 될 수 없지만, 평생 동지로 지낸 사람들은 이념이 다르진 않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고 이사장이 검사 시절 맡은 '부림사건'의 재심 사건에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사법부 일부가 좌경화됐다"고 발언해 이날 미방위 국감은 결국 파행됐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고 이사장의 '발언 파문'에 대해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한다"며 공세수위를 높이며, 해임결의안 제출을 적극 고려 중이다.

지난달 11일 안행위 국감에서는 난데없이 '종북 논란'으로 국감장에 고성이 오가며 소란이 빚어졌다.

임수경 새정치연합 의원이 '종북세력을 두더지 잡듯이 분쇄하는 일은 중단없이 계속해야 한다'는 허준영 자유총연맹 중앙회장의 취임사를 두고 "종북 개념이 무엇이냐. 저도 종북이냐"라고 질의하자 허 중앙회장이 "(임 의원이 종북인지) 생각해본 적 없다. 연구해보겠다"고 답한 것이 발단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 대해 종북 의원일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한 허 회장의 발언을 질타했고, 이에 허 회장은 한동안 사과를 거부해 이날 오후 안행위 국감장은 길거리 싸움판을 연상케 했다.

◇보여주기식 쇼…국감인지 개그콘서트인지

뚜렷한 국정 이슈보다 곁가지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국감은 첫날인 지난달 10부터 정책 점검 및 발굴보다 '보여주기식 쇼'를 연출하며, 이곳이 국회인지 개그콘서트 무대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했다.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자신의 보좌진에 직접 셀프성형기구 착용을 시연토록 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는 각종 미용기구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적이었지만 '코뽕', '얼굴밴드' 등을 직접 착용한 보좌진의 흉한(?) 모습을 보며 복지위 의원들 및 참석자 모두 웃음보를 터뜨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다음날인 11일에는 국감장에 난데없이 드론(무인비행장치)이 날아다녔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장에서 띄운 이 드론은 10여초간 국회 국토위 회의실을 날아다녔다. 드론산업 활성화를 주장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보여주기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감 첫주부터 굵직한 국정 이슈보다 코뽕을 착용해 터질듯한 김 의원 보좌진의 얼굴이나 국감장에 날아다니는 드론의 모습이 포털 뉴스 사이트를 뒤덮었다.

◇'국감스타' 되려다…무례로 빈축

국회의원들에게 국감은 날카로운 질의나 화제성을 통해 스타로 거듭나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제성을 의식한 의원들의 무리한 보여주기식 태도가 무례로 이어져 빈축을 산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장에서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모형 리볼버 권총을 격발해보라는 한 의원의 요구를 받고 모형 권총을 손에 든 채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와 관련해 강 청장에게 권총 격발 시연을 요구했던 것이다. 강 청장은 예상치 못한 유 의원의 요구에 한동안 요구사항을 못 알아들은 채 멍하니 모형 권총만을 손에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의원들의 보여주기식 태도가 지나쳐 증인에 대한 고압적인 무시로 연결된 촌극은 복지위에서도 일어났다.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11일 복지부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의 성희롱 의혹을 언급하며 "회장님! 일어서서 물건 좀 꺼내보세요. 내가 좀 보게"라고 말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의원 대 증인, 기싸움…최경환 부총리 논란

의원과 정부측 증인과의 무리한 기싸움도 국감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요소였다. 정부의 한 해 정책에 대해 점검하는 자리에서 의원과 증인간 설전은 국민들의 짜증을 유발케 했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의원과의 기싸움으로 국감기간 동안 연일 화제였다.

김관영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달 14일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최근 한국경영학회가 최경환 경제팀 1년 평가에서 C학점을 줬다"고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국가부채는 단순한 금액보다는 종합적으로 감안해봐야 한다"면서 "야당 의원의 표현대로라면 F학점이 아니라 C학점을 준 것도 다행이다"라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최 부총리는 다음날인 15일에는 답변시간이 부족한 것에 불만을 품고 답변을 거부하는 몽니를 부리기도 했다.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답변을 요구하자 "답변시간이 8초 남았다. 뭘 답변하라는 말씀입니까? 7분 동안 질문만 하셨는데 머리가 나빠서 기억을 못하겠다"고 발끈한 것이다.

답변시간 8초만을 남겨둔 홍 의원이나 답변시간이 부족하다며 발언을 거부한 최 부총리 모두 국감장을 한낱 감정 싸움의 장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부총리와 야당 의원들 사이의 신경전은 국감 후반에도 이어졌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5일 기획재정부 종합감사에서 "담뱃세는 쉽게 올리면서 재벌과 관련된 것은 왜 바주려고 하냐"며 최 부총리를 질타한 뒤, 30초간 아무런 말없이 최 부총리를 매섭게 응시했다.

◇김무성 대 박원순…말의 향연 법사위, 후반국감 초점

추석 이후 펼쳐진 국감 후반전에는 단연 법제사법위원회 검찰청 및 법원 대상 국감에서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 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을 둘러싼 여야 난타전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대표 사위가 연루된 마약 사건의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을 질타했고, 새누리당은 박 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재차 문제삼았다.

지난 1일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여기 있는 검찰 관계자들은 꼭 영화 '베테랑'을 보십시오"라며 김 대표 사위 마약사건과 관련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시장 아들이 돈이 없어서, 20대 청년이 온 데 돌아가면서 (치아) 14개를 아말감으로 도배를 해 놓았다"라고 지적하는 식이었다.

또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김 대표 마약사건 수사 의혹 제기의 선봉장 격인 임내현 새정치연합 의원에 대해 "자식 키우는 입장인데 한 두번 얘기하면 그런 줄 알지. (자꾸 의혹을 제기하면) 부메랑이 돼서 너도 당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5일 법사위의 서울고등법원 및 산하 지방법원 대상 국감에서는 '낮술국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여·야 법사위 의원들은 "보도에 나온 맥주는 있지도 않았고, 의전용으로 와인을 따르고 한두잔 건배한 정도"라고 항변했다.

◇책임감 없는 주무부처 수장에 실소…웃픈 장면 연발

정부 주무부처 수장의 책임감 없는 모습이 잇따라 연출돼 국민에 실소를 안긴 순간들도 이번 국감의 웃픈(웃기지만 슬픈의 약어) 장면 중 하나다.

방위사업청의 방산비리가 도마 위에 오른 17일 국방위원회 국감장에서는 장명진 방사청장이 '최근 방산비리 중 대표적 사례가 뭐냐'는 백군기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의에 "글쎄요, 하도 많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방사청 수장의 자포자기식의 발언에 국감장에서는 순간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그 끝맛은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책임감 없는 태도도 실망스러웠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감'으로 예정됐던 18일 복지위 국감에 정작 메르스 사태시 주무부처 책임자였던 문 장관이 불출석한 것이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문 전 장관이 복지위 여당 간사인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의 전화조차 안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문 전 복지부 장관이 전화를 받지 않더라는 말씀은 전해들었다"고 문 전 장관의 연락두절 상태를 설명했다.

복지위는 문 전 장관을 국감 마지막 날인 8월 복지부 대상 종합감사에 다시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화제의 증인 신동빈엔 '한일전 누구 응원하나'  

이번 국감의 화제의 주인공 중 하나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한 지난달 17일 정무위원회 국감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따올리게 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국적은 한국국적이죠?"(김태환 새누리당 의원)나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축구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박대동 새누리당 의원) 등의 무의미한 질문들이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시종일관 여유있는 미소를 띈 채 답변했다. 이날 국감은 종래 기대됐던 재벌개혁 논의의 시발점으로서 역할은커녕 신 회장 및 롯데그룹 이미지 개선의 시발점이 됐다는 씁쓸한 평가가 나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답변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2015.9.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답변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2015.9.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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