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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 14년만에 용의자 재송치 이유는?

(나주=뉴스1) 윤용민 기자 | 2015-10-07 15:27 송고
전남 나주경찰서의 모습./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전남 나주경찰서의 모습./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성폭행 당한 뒤 살해당한 여성의 신체부위에서 DNA가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전담반을 편생해 약 7개월간의 재수사를 벌인 결과, 용의자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새로운 정황 증거 등을 보강했다.

하지만 용의자 김모(38)씨는 경찰에 "합의하에 성관계는 한 것 같은데 사건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과연 범인은 김씨가 맞을까. 경찰이 재수사한 지난 7개월 간의 기록들을 살펴봤다.

◇ 유사한 범행 수법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씨는 2004년 강도살인 등의 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김씨는 당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전당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두 명의 남성을 살해한 후 이들의 옷을 모두 벗긴 채 시신은 그대로 두고 옷만 인근 야산에 파묻었다.

드들강 사건의 피해자 역시 옷이 모두 벗겨진 채 강에 빠져 숨져 있었다.

우연이라고 하기 어려운 흔치 않은 범행 수법이다.

김씨는 이전에도 개를 훔친 혐의로 구속되는 등 여러차례 옥살이를 하기는 했지만 살인 같은 강력범죄는 아니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좀도둑이 갑자기 살인범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전당포 살인사건의 경우 처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수법이 대담하다"고 말했다.

◇ 성관계는 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

김씨는 2012년 경찰 재수사 당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며 심지어 교도소 내에서 난동까지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박양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던 김씨는 현재는 입장을 바꿔 "그 당시 여고생과 합의 하에 성관계는 한 것 같지만 사건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남자친구가 있었던 여고생이 합의하에 김씨와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우선 피해 여고생은 살해 당시 생리 중이었다. 여고생의 부검을 맡았던 의사는 "생리 기간 중 성관계를 가졌다면 DNA가 검출될 수 있는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여고생의 몸에서는 김씨의 DNA이외에 다른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생리 중인 여고생, 구타 당한 흔적, 사체에 남아있던 DNA. 빠져나가기 힘든 정황이자 물적증거다.

◇통신 기록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2001년 2월 4일 오전 1시30분께 박양은 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채팅 상대방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 김씨는 같은 채팅사이트를 통해 여러명의 여자를 만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김씨는 사건 당시 피해 여고생의 집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김씨 역시 경찰에 채팅을 통해 피해 여고생을 만난 것 같다고 진술하고 있다.

김씨가 사건 초기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자 또 다른 불기소 처분의 이유는 둘 간의 통신 기록이 없었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러한 정황이 김씨를 더욱 유력한 용의자로 만들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생리 중인 여고생이 유선 전화나 휴대 전화 등 공식적인 통신기록이 한 번도 없는 남성과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맺은 직후 다른 남성에게 살해 당했다는 것이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더욱이 이 여고생은 김씨가 이후 저지른 살인사건의 피해자들과 너무나 유사한 형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런 재수사 결과를 토대로 전남 나주경찰서는 7일 전남 목포교도소에 강도살인죄로 수형 중인 김씨를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판단,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재송치했다고 밝혔다.

과연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공은 다시 한번 검찰로 넘어갔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은 2001년 2월 4일 새벽.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던 박모(당시 17세)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박양은 발견 당시 성폭행 당한 채 벌거벗겨져 강에 빠져 숨져 있었다. 목이 졸린 흔적은 있었지만 사인은 익사였다.

경찰은 곧바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다.

박양이 사건발생 전날 밤 11시30분께 두명의 남자와 있는 것을 본 A(당시 17세)군이 유일한 목격자였다. 이른바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당시 광주에 살던 박양이 어떤 경로로 나주에 가게 됐는지에서부터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한달이상 수사를 진행했지만 도무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며 "게다가 당시는 기술부족으로 익사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기억했다. 박양이 연고가 없는 나주에서 발견된 점도 수사가 미궁에 빠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제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그러나 사건 발생 10년이 지난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게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있던 박양의 중요부위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용의자는 현재 목포교도소에서 강도살인 등의 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김씨로 확인됐다. 게다가 김씨는 사건 당시 박양의 집 인근에서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들은 진범이 잡혔고 미제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박양 시신에서 김씨의 DNA가 발견되는 등 명확한 증거가 있었지만 범행을 부인하는  용의자 김씨와 목격자의 진술만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 관계자는 "박양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던 A군이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점과 김씨가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sal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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