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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도 받는 노벨생리의학상…한국만 못받은 이유

기초의학 전공자 일자리·지원 부족…의전원 졸업생 4000명 중 기초의학전공자 10명 수준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5-10-06 06:00 송고 | 2015-10-07 19:00 최종수정
스웨덴 노벨상 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아일랜드 출신 윌리엄 캠벨(사진 왼쪽부터)과 일본 국적의 오무라 사토시, 중국의 투요우요우 등 3명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 AFP=뉴스1 © News1
스웨덴 노벨상 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아일랜드 출신 윌리엄 캠벨(사진 왼쪽부터)과 일본 국적의 오무라 사토시, 중국의 투요우요우 등 3명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 AFP=뉴스1 © News1

지난 5일 중국과 일본, 미국에서 총 3명의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가 나왔다.

일본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만 1901년 상 제정 이래 3명이 탄생했고 중국도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들 국가 사이에 있는 한국은 아직 한명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기초의학 분야가 약하다는 점에 근거한다는 것이 학계 시각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모두 기생충 감염질환 치료에 대한 공로를 받았다. 바로 이 기생충 연구는 기초의학 분야에 해당한다.

6일 스웨덴 노벨상 위원회에 따르면 윌리엄 캠벨(85) 미국 드류대 교수와 오무라 사토시 (80) 일본 기타사토대 교수는 회선사상충증(river blindness)과 림프사상충증(lymphatic filariasis) 치료를 위한 새로운 구충제 아버멕틴(avermectin)을 개발했다. 이 약은 두 질병 외에도 다양한 기생충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투요우요우(85) 중국 한방아카데미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개발했다. 이 약은 말라리아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사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의학 중심축 의사 이탈 현상 가속화

국내 기초의학의 위기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임상의학 분야가 워낙 큰 발전을 이루고 있고, 대체로 이 분야에 집중을 하다 보니 새로운 이론이나 학설을 발견할 틈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초의학이 진료를 보는 임상의학에 비해 수입이 낮고 정부의 든든한 뒷받침도 부족하다는 점은 이러한 악순환을 가속화시킨다.

기초의학 연구 발전에 의사나 약사가 많아야 한다는 점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부분이다. 비의사출신들도 좋은 연구성과를 내지만, 기초연구를 의학으로 연결짓는 의사출신 연구자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기초의학 발전의 핵심이 된다.

2004년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됐던 것도 연구하는 의사를 육성하기 위한 목표가 포함됐었다. 기대와 달리 실제 의학전문대학원도 기초의학을 발전시키진 못했다. 지난 7년간 4000명에 가까운 의전원 졸업생들중 기초의학을 전공한 사람은 10명 이내로 알려졌다. 지원율이 낮고 실제 뽑는 이유도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기초의학을 가르치는 교수진도 의사출신 비율이 점차 줄고 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기초의학 과정을 분석한 결과, 해부학과 생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생화학, 기생충학 6개 분야 기초의학 교수들 중 의사의 비율은 평균 50%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기초의학 교수들중 64.7%가 의사였지만, 2010년에는 56.4%였다. 특히 의사 출신 기초의학자들 3명중 2명인 323명은 앞으로 15년내 은퇴할 예정이다. 현재 45세 미만인 의사 교수는 60명을 넘지 않아 갈수록 심각해지는 핵심 연구인력 이탈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기초의학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안정적인 일자리와 충분한 대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연구 과정을 계획했던 한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은 “박사 학위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도 기약이 없고, 학위를 이수하더라도 나이가 많아져 불안하다”며 “같은 친구들이 수련과정을 거쳐 임상의가 됐을 때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생길 것 같아 고민이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구분야를 활성하기 위한 산업화 전략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떠오른다.

◇의약계 산업화 지원도 연구 발전에 핵심

예컨대 일본은 지난 2012년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학교 교수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개발과 응용 과정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줄기세포 연구 분야는 우리나라도 자신감을 보이지만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으로 탄력을 받아 작년 말부터 줄기세포를 다루는 재생의료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하며 산업적 육성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와 치료제를 이전보다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인데, 궁극적으로 산업화에 따른 연구자 육성도 활발해질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앞으로 이 분야에 있어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탄생할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정부측 한 관계자는 “일본의 재생의료법처럼 우리나라도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앞으로 시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본은 이번 노벨생리학상 수상을 포함해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총 23명으로 늘었다. 이중 자연과학 분야 수상자는 무려 20명으로 기초연구 강국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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