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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재도약과 논란의 교차…2015 한화가 남긴 것들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5-10-04 13:41 송고
한화 이글스 선수단. (한화 제공)© News1
한화 이글스 선수단. (한화 제공)© News1

시즌 내내 시끌벅적했던 한화 이글스의 8년만의 포스트시즌 도전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화 선수단과 팬들에게 2015년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이다.
올 시즌 전까지 한화는 '약체'의 이미지였다. 더 정확하게는 '꼴찌'의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7년간 한화의 순위는 '5886899'로, 최하위를 도맡아왔다. 지난 2013년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1군에 가세한 시즌에도 역사상 최초의 '9위'라는 굴욕을 썼다. 지난 7년간 한화의 성적은 362승 12무 477패로, 승률은 0.431에 그쳤다.

그랬던 한화가 2015 시즌을 앞두고 '명장'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이 나서 김 감독의 영입을 기원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더해 권혁, 송은범, 배영수 등 자유계약선수(FA)들을 대거 영입했고,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도 혹독한 훈련을 이어가며 달라질 한화를 예고했다.

출발은 좋았다. 한화는 시즌 중반까지 매 경기 예측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치며 팬들을 열광케했다. 무엇보다 이전의 '패배의식'을 떨쳐버린 점이 고무적이었다. 한화는 전반기 가장 많은 27차례 역전승을 거뒀고, 이 '뒷심'에 힘입어 5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재미있는 경기에 성적까지 뒷받쳐주니 관중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한화는 지난 7월15일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15번째 매진 사례로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을 세웠다.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한화는 후반기 6차례를 더해 총 21차례의 '만원관중'을 동원했다.
홈 뿐만 아니라 원정경기에서도 한화 경기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4년만의 인천방문으로 화제가 된 SK 와이번스전을 시작으로 빈볼시비로 불거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신경전, 최강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7년만에 3연전 스윕, '약물 복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진행의 복귀전 홈런이 터진 kt 위즈전, 후반기 맹위를 떨친 에스밀 로저스의 선발 등판 경기까지 한화의 경기는 '흥행카드' 그 자체였다.

올 시즌 KBO리그가 역대 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우는 데에는 한화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반기의 한화가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야구였다면, 후반기는 정반대였다. 전반기부터 불안요소로 지적됐던 점들이 후반기에 한꺼번에 폭발했다. 선발진은 여전히 불안정했고, 권혁, 박정진, 윤규진 등의 '필승조'가 지친 기색을 보였으며 주전 라인업에서 잇따른 부상이 발생했다. 한화는 여러 차례 장기 연패에 빠졌고 순위도 추락했다.

그럼에도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권혁은 지난 8월30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100이닝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0년 SK 와이번스의 정우람(102이닝)이후 5년만의 구원투수 100이닝 기록이었다. 이후로도 12이닝을 더 던진 권혁은 올 시즌 78경기 등판, 9승13패17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98의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마당쇠' 송창식 또한 총 109이닝을 던졌다. 권혁과 달리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스윙맨'이었지만, 구원으로 63이닝을 던졌고, 등판 경기는 64경기였다. 시즌초반 3점대를 유지했던 송창식의 최종 평균자책점은 6.44가 됐다.

한화 선수단. © News1 허경 기자
한화 선수단. © News1 허경 기자

김 감독은 9월 들어 '총력전'을 펴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한화는 시즌 내내 '총력전' 중이었다.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는 데에도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한화의 성적이 떨어질 수록 비난의 여론은 거세졌다.

7점을 내도 이기기 힘든 경기들이 이어졌다. 무너진 한화의 마운드를 지탱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사실상 5위 싸움도 끝이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화는 끝까지 불꽃을 꺼뜨리지 않았다. 마운드에서는 로저스, 탈보트 등 외인 '원투펀치'가 힘을 냈고, 권혁과 송창식도 힘든 상황 속 끝까지 경기를 소화했다.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 등 베테랑이 주축이 된 타선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불꽃은 시즌 최종전에서야 꺼졌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동시에 많은 비난을 받았던 2015년 한화 야구의 마지막이었다.

한화는 올 시즌 68승76패, 0.472의 승률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9승이 많았고, '-28'이었던 승패마진도 20을 줄였다. 전반기까지 유지했던 '5할'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홈에서만큼은 38승34패로 더 많이 이겼다. 지난해 최종전에서 1-22로 대패하는 수모를 않았던 삼성과의 상대전적에서는 10승 6패로 우위, 모든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9월30일 삼성과의 시즌 최종전이자 홈 최종전에서도 18-6의 대승으로 앙갚음했다.

올 시즌 한화는 전반기, 후반기의 엇갈리는 성적만큼이나 호불호가 분명한 팀이었다. 확실한 흥행카드로 팬들의 인기를 얻었지만 많은 논란을 양산하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15년 한화는 나아진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최근 몇 년과 달리 선수들이 '이길 줄 아는' 모습을 갖춰갔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싸움 속에 선수들이 얻었을 경험도 큰 약이다.

올 시즌 무리한 운용의 결과로 불어닥칠 '부작용'만 잘 견뎌낸다면, 한화의 2015년은 재도약의 발판을 만든 성공적인 한해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starbur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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