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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명동은 '차이나 블프데이'?…혜택은 '유커'만

中 국경절 겨냥한 세일행사 봇물…매출 회복 기대감↑
한국판 '블프데이' 첫날, 할인행사 찾기 힘들어

(서울=뉴스1) 김효진 기자 | 2015-10-02 06:20 송고 | 2015-10-02 14:15 최종수정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중국 국경절 기간(10.1~7)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약 21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다 . 2015.9.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중국 국경절 기간(10.1~7)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약 21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다 . 2015.9.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중국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 1일 '한류 쇼핑' 중심지인 명동. 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교적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거리는 투명 비닐우산을 쓴 관광객들로 붐볐다. 빗물이 튀지 않도록 백팩을 앞으로 메고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중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명동 거리 곳곳에는 '명동 방문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Myeong-dong)'라고 쓰인 현수막이 나부꼈다. 이번 연휴기간 동안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인은 약 21만명. 명동 중심부에는 한국방문위원회가 진행하는 'K스마일 캠페인' 준비도 한창이었다.
'한국이 웃으면, 세계가 웃어요'란 푯말을 뒤로하고 안내원에게 방문할 매장 위치를 묻는 중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이날부터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도 함께 열리지만 그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 명동·면세점, 21만명 유커 맞이로 분주

'유커'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싹쓸이할 조짐이다. 명동 일대를 점령한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숍(단일 브랜드 매장)들은 일제히 '세일' 행사를 시작했다. 중국 국경절(10월 1~7일)을 겨냥한 행사다.
매장 직원들은 '1초에 1개씩 팔리는 제품'  '순도 99% 금가루 함유'란 수식어가 달린 대표 제품들을 매장 중앙에 쌓느라 바빴다.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뷰티 컨설턴트를 추가로 투입한 매장도 적지 않았다.

이화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매니저는 "9월말 중추절부터 시작된 황금 연휴로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국경절 특별 프로모션으로 준비한 인기 제품 '진생 로얄 실크 워터리 크림'의 경우 한꺼번에 4~5개씩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쌀쌀해진 날씨에 명동 의류매장을 방문한 중국인들도 많은 편이었다. 한 SPA(패스트패션) 브랜드 매장 직원은 "중국인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쓰여 있는 제품을 무조건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인근 롯데면세점 본점 또한 중국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설화수'  '후' 등 한방화장품 매장은 제품을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인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스마트폰에 구매할 화장품의 이미지를 미리 저장해 직원들에게 보여주며 흥정하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중국 산둥성에서 온 저우웨이(32)씨는 "중국에서 가깝고 쇼핑하기도 편해 일년에 한 두 번 오는 편"이라며 "주로 값이 싼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산다"고 말했다.

◇ 한국판 '블프데이'는 어디에?

중국의 최대 연휴인 국경절(10월1일)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30일 낮 서울 중구 명동에서 쇼핑 등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 이전으로 관광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10월1~10일 '외국인 관광객 환대주간'을 운영,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 남대문, 이태원 등을 중심으로 '코리아그랜드세일', '한류스타 메가콘서트', '불꽃축제' '서울바자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등 다양한 볼거리가 집중된다. 2015.9.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다만 명동에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란 문구를 내건 행사를 찾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더 친숙했다.

미국 대형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본따 만든 한국판 '블프'는 이날부터 약 2주간 열린다. 닫혀 있던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행사지만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큰 손'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각 매장에서 우대하는 고객 순위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명동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찬밥' 신세가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브랜드숍들은 이번 국경절을 겨냥해 '20+10'  '10+10' 등 증정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1+1' 행사는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장 직원은 "최소한 제품 5개 이상을 사야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고 손사레를 쳤다.

한 브랜드숍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사에서 '블프' 행사 참여에 대한 특별한 제안이 오지 않았을 뿐더러 '중추절'  '국경절' 프로모션과 겹쳐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브랜드숍 관계자도 "메르스로 인해 타격을 받았던 명동 매장들이 이번 국경절을 계기로 매출을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모든 관심과 프로모션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약간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ji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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