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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전세계 상대 사기극…"독일이 이런 나라였어?"

'메이드 인 저머니'가 구축한 신뢰 한순간에 물거품…"독일 국가 이미지 '도미노' 추락"

(베를린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2015-09-23 21:29 송고 | 2015-09-24 15:40 최종수정
폭스바겐. © 로이터=뉴스1
폭스바겐. © 로이터=뉴스1

폭스바겐(Volks Wagen)은 독일어로 '국민차'를 뜻한다. 곧 폭스바겐의 명성은 독일의 국가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이 TDI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장치를 달았다며 리콜과 판매 중단을 명령했다. 배출가스의 양을 속인 사기극의 전말이 드러난 것이다.
   
소비자를 기만한 전대미문의 '사기극'으로 인해 지금까지 쌓아온 폭스바겐의 명성과 브랜드 이미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많은 독일인들은 이같은 폭스바겐 사태의 여파가 독일 기업 전체와 더 나아가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의 '기술'과 '신뢰'에 대한 명성까지 손상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도 독일의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켰다. 여기엔 독일의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일으킨 리보금리 조작 사건과 금과 은에 대한 가격 조작 사건도 포함된다.     

뒤스부르크-에센 대학의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교수는 "메이드 인 저머니는 품질과 신뢰 그 자체였다"며 "이제 신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이같은 스캔들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독일 기업들의 이미지에 두고두고 악영향이 될 것"이라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 주가는 지난 이틀간 약 33% 하락하며 시총 34조원이상을 한순간에 날렸다. 22일 오전 폭스바겐은 스캔들 관련 처리 비용을 위해 3분기에 65억유로(약 8조5676억원)를 충당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기만에 따른 벌금과 벌써 줄잇는 집단소송 비용을 감안하면 그 액수는 자칫 회사 존립마저 흔들 천문학적 수준이 될 수있다.
더 큰 손실은 독일 국가 명성의 실추다. 폭스바겐 사태는 45%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 경제에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DIW 경제연구소의 마르셀 프라체 대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대성공은 '메이드 인 저머니'가 나타내는 품질에 의존하고 있다"며 "폭스바겐은 완벽, 신용, 신뢰 등 독일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 사태가 독일 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모른다"면서도 "높은 수출 의존도 때문에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고용시장에서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수출액인 1조1000억유로중 약 17.9%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문의 수출 성장세도 2009년 이래 줄곧 산업 전체의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경제장관은 폭스바겐 사태로 독일 자동차 산업 전반의 명성이 손상될 것을 우려했다.    

현재 폭스바겐의 경쟁 업체인 다임러와 BMW는 폭스바겐에 대한 비난은 폭스바겐에 한정된 것이라며 거리를 두지만 언제 여파가 미칠지 전전긍긍한다.

2003~2015년(상반기) 폭스바겐 판매 추이. © 로이터=뉴스1
2003~2015년(상반기) 폭스바겐 판매 추이. © 로이터=뉴스1
    

◇ 청정 디젤 엔진 치명타…낯 뜨거운 '독일 공학' 이미지     
 
폭스바겐이 미국 TV 방송에서 최고의 디젤 엔진 차량과 함께 내세우던 "독일 공학의 세상"(Isn't it time for German engineering?)이라는 슬로건도 낯 뜨겁게 됐다. 

폭스바겐은 지난 1937년 아돌프 히틀러의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국민차 생산 프로젝트에 힘입어 설립됐다.     

폭스바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군용차량을 납품했으며, 전후엔 일명 딱정벌레차인 비틀(Beetle)로 독일의 경제 재건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는 폭스바겐뿐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최고 프리미어 브랜드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자동차그룹으로 올라서 있다.

이같은 성공신화와 함께 독일 정치인들은 폭스바겐의 미국과 중국 진출이 독일의 수출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빈번하게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제 배기가스 조작으로 인해 이같은 독일 국민들의 자부심은 수치심으로 전락했다.

 
폭스바겐 TDI  디젤 엔진. © 로이터=뉴스1
폭스바겐 TDI  디젤 엔진. © 로이터=뉴스1
    

◇ 추락하는 獨 기업들의 이미지    

폭스바겐의 스캔들은 '업무 태만'이 아닌 '고의적인 조작'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업체들의 다른 리콜 사태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독일 기업들의 잇단 추문으로 인해 독일 기업계에서 많은 악습들이 이미 만연돼 있는 게 아닌지에 대한 시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유럽 최대의 자동차 클럽인 독일운전자클럽(ADAC)은 매년 실시하는 '올해의 자동차' 시상에서 폭스바겐의 골프가 조작을 통해 상을 수여받았음을 발견했다.    

ADAC는 결과에 대한 순위는 그대로였고 다만 투표자들 수의 집계에 대한 총 수치만 바뀌었다고 설명했지만, 독일과 전 세계에선 여전히 이에 대한 분노가 남아 있다.     

독일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청정 법안 제정 등에서 업계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만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게  아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기술기업인 지멘스는 지난 2008년 미국과 독일에서 11명으로 구성된 고위 감독관과 감시위원들이 불법 관행과 뇌물 제공 등을 막지 못해 13억달러 이상의 벌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a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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