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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예술위 검열논란' 연극인 박근형, "감사원 감사도 받았다"

"검찰총장도 날리는데…난 조용히 연극만 하고파"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5-09-16 14:16 송고 | 2015-09-16 18:27 최종수정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News1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News1

"전작에서 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하는 '창작산실-우수 공연작품 제작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연극인 박근형(53)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예술위의 배제 이전에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지난 14일과 15일 밤 두 차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예종으로부터 통보를 받아 지난 3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한 건물에서 감사원 직원에게 과거 정부지원을 받아 진행했던 연극공연의 비용 집행 문제와 관련해 감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에서도 "구체적인 감사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으나 한예종에 대한 감사가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있었던 건 맞다"고 확인했다. 

이후 지난 4월 예술위는 '창작산실' 사업에 박 교수가 응모해 선정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희곡을 제외시켜달라고 이 사업의 심사위원들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이 예술위의 요청을 거부하자, 예술위는 지난 6월 박 교수의 작품을 포함한 애초 선정작을 그대로 발표했다. 이후 예술위는 다시 박 교수를 찾아가 '창작산실' 사업에서 자진 사퇴해달라고 요청했고, 박 교수는 고심 끝에 지난 8월 이 사업에서 빠졌다.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논리로 문화예술계를 길들인다는 비판이 나왔고,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예술위에서는 해명보도자료를 통해 "우려 의견을 제시했을 뿐 심의에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다"며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나온 예술위 직원의 ‘정치적인 이유’라는 발언 역시 사회적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려 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 교수는 "당시 예술위 직원이 '창작산실'사업의 자진 사퇴를 권고했을 때 '나 외에 선정된 다른 작품은 그대로 지원할 경우 내가 사퇴하겠다'고 했고 그것으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창작산실 지원사업 사퇴와 감사원 직원에게 조사받은 건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감사원 직원이 왜 남부터미널 주변 일반 건물에서 조사를 했는지는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관 전체에 대한 감사는 피감기관 내부에 별도 감사장을 꾸리지만, 개별 사안별 감사의 경우 별도 외부의 장소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답변했다. 

박 교수는 "(국정감사 논란과 관련 보도 이후)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며 "조용히 연극만 하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중진'인 박 교수는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아버지'  '만주전선'  '침묵의 감시'  '너무 놀라지 마라'  '삽 아니면 도끼' 등의 연극을 발표한 바 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감사원 조사를 언제 받았나.
▶올해 1학기 초 3월 19일이다. 학교본부 관계자가 2월경에 감사원에서 학교로 찾아와 조사를 했고 문제가 있어서 추가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감사원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남부터미널로 아침 9시경까지 와서 조사받으라고 했다. 감사원이라면 당연히 삼청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남부터미널이라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조사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해 술을 마셨고 늦잠을 잤다. 직원이 오후 1시쯤 다시 전화를 걸어 늦더라도 오라고 말했다.

-조사받은 장소는  어떤 곳이었나.
▶남부터미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의 빌딩 2층으로 내가 찾아갔다. 내가 감사원 조사를 받은 사실에 대해서 연극계에 '차로 20~30분 이동했다' '산에 둘러싸인 간판도 없는 건물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식으로 소문이 났던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평범한 사무실에서 감사원 직원 3명이 A문화재단의 공연과 관련된 사람들 2명을 조사하고 있었다. 

-무슨 내용을 조사받았나.
▶A문화재단에서 주최해 만든 연극 '사람, 꽃으로 피다'에서 발생한 추가비용에 대해서 약 2시간 정도 조사받았다. 연극 제작 당시 숙박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단원들을 위해 당연히 발생할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그 내용 외에 다른 것은 조사받지 않았다.

-연극계 일부에서는 "몇 차례 불려갔다"고 하는데.
▶아니다. 한번이다. (내가 조사받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조사받은 내용을 공개하자는 연극계 후배들에게 "검찰총장을 날리는 사람들이야. 여당 원내대표를 날리는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나 딸 둘이야"라고 거절하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감사원 직원을 만나고 난 뒤에 창작산실 지원사업에서 사퇴한 것인가? 
▶그렇다. 그러나 나는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Jtbc방송과 인터뷰에서는 청와대를 거론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있나.
▶그건 '그 선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힘들지 않겠나'라는 추측이었을 뿐이다. 그만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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