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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아찔했던 北 잠수함…씁쓸한 우리 軍의 고백

석달여 전 北 SLBM 사태 당시 軍 "잡아낼 수 있다"
정작 잠수함 50여척 풀리는 실전에 가까운 상황서 "사실 잡아내기 쉽지 않다"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2015-09-05 09:00 송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6월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 부대인 해군 제167군부대를 시찰한 모습 (노동신문) 2014.6.16/뉴스1 / (서울=뉴스1) © News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6월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 부대인 해군 제167군부대를 시찰한 모습 (노동신문) 2014.6.16/뉴스1 / (서울=뉴스1) © News1


지난달 말 남북 간 군사 위력전은 한국전쟁 이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아찔했던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4일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때때로 남북 간 국지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적은 물론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처럼 양측 모두 대대적인 병력 움직임을 보였던 적은 드물 것"이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준전시상황을 선포한 뒤 나흘 뒤 남북고위급접촉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전방지역 포병 병력을 평소의 두배로 늘렸다. 76.2㎜ 평곡사포 등 북한의 화력이 언제든 남측을 타격할 수 있도록 전진배치됐으며, 공기부양정, 무인정찰기로 추정되는 비행물제 등 대남 침투전력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 가운데 우리 군을 가장 긴장케 한 것은 북한의 잠수함이었다.

남북고위급접촉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군 당국은 북한 잠수함 전력의 기지 이탈이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잠수함(잠수정 포함)이 70여척에 달한다는 점으로 유추하면 약 50여척의 잠수함이 출항했다는 뜻이다.
잠수함 50여척이 잠항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50여개의 어뢰가 한꺼번에 남측 해역 '어딘가'에서 발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천안함 침몰'의 악몽이 떠오르는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이 정도면 정말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수준이다. 이렇게 많은 잠수함이 이탈한 적은 없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사실 잠수함은 잠항하면 잡아내기 쉽지 않다…."

물속 잠수함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은 굳이 군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군 당국의 "잠수함은 잡아내기 쉽지 않다"는 설명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지난 5월 북한은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참관한 이 장면을 통해 자신들이 장거리미사일 뿐 아니라 SLBM을 통해 핵을 투사할 수 있는 핵 전략무기 보유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주장한 것이다.

우려의 여론이 들끓었다. SLBM 잠수함이 후방 침투할 경우 이를 방어할 수단과 능력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우리 대잠작전능력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대해 군 당국은 당시 이렇게 설명했다.

"한미 탐지 자산으로 어느정도 식별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다 잡아낸다기 보다 여러가지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북한 잠수함을 찾아낼 수도 있다"

물밑 잠수함 궤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긴 어렵지만, 잠수함의 기지이탈 시간과 부상(浮上) 위치 등을 파악하면 초계기(P3C)와 구축함 등 대잠세력이 북한 잠수함을 포착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그러면서 "우리 군이 북한 잠수함 전력을 못잡는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들이 너무 걱정하실까봐 우려된다"고도 말했다.

불과 석달여전 "잡아낼 수 있다"고 자신한 군 당국이 정작 북한 잠수함 50여척이 풀리자 "쉽게 못 잡는다"고 급히 고백해버린 셈이다.

잠수함 전력에 대한 감시능력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물속 잠수함을 잡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정설에 가깝다.

이렇게 본다면, 석달전 "잡을 수 있다"는 군 당국의 설명은 허탈하기 짝이 없다. 

국민들의 우려를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손 치더라도 실은 거짓에 가까운 설명이라는 게 금세 탄로나버렸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도발 우려가 있을 때마다 우리 군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외쳐왔다. 이 외침이 훗날 거짓으로 드러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bin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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