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빈병대란 온다"…보증금 인상 앞두고 사재기?

새병 수요 감소에 업계 속앓이…술값까지 오르면 병 생산업체 수익 10% 이상 감소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5-09-04 07:30 송고 | 2015-09-04 14:05 최종수정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직원이 빈병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 속  업체와 인물, 제품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15.9.2/뉴스1 /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News1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직원이 빈병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 속  업체와 인물, 제품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15.9.2/뉴스1 /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News1

내년부터 빈병보증금이 오르면서 삼광글라스와 같은 유리병 생산업체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류회사의 빈병회수율이 높아지면서 신병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병 생산업체가 충분히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변화다.

문제는 가격 차익을 남기기 위한 사재기다. 그동안 주류회사와 병 생산업체가 균형을 맞춘 수급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병 생산업체 수익 10%씩 감소?

4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 1월21일부터 빈병보증금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오른다. 22년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들은 반길 일이지만 병 생산업체는 울상이다. 정부는 빈병보증금 인상으로 빈병재사용률을 현재 85%에서 95%까지 올리기로 했는데 이는 10%만큼 신병수요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현재 주류회사는 소주병과 맥주병을 재사용 방식으로 85%를 충당하고 나머지 15%를 병 생산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이처럼 주류사와 병생산업체의 업역은 각각 재사용, 생산으로 확실하게 구분됐다. 

삼광글라스의 경우 보증금 인상이 정부 예측대로 안착되면 소주 및 맥주병 생산 매출이 현재 연 200억원에서 10% 가량 줄어든 180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감소분은 삼광글라스의 지난해 매출(2978억원) 대비 미미한 규모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증권가는 주류회사의 과일소주을 중심으로 한 신제품 출시에 맞춰 새 병 수요가 늘어난다고 보고 삼광글라스를 치켜세웠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보증금 인상안 발표 이후 몇 몇 증권사에서 영향에 대해 문의가 왔다"며 "하지만 20억원 가량 감소하는 상황은 회사 입장에서 큰 타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 빈병 사재기…내년 물량 풀리면 새병 수요 급감

삼광글라스와 병생산업체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은 빈병 사재기다. 자칫 주류사와 병 생산업체의 생산·유통체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주병과 맥주병 생산시장은 삼광글라스, 테크팩솔루션, 금비 등 3개사가 주도하고 있다. 금비에 따르면 유리병 산업은 시설투자비가 대규모로 들어가는 장치산업인데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다보니 진입장벽이 높다. 게다가 유리병 특성상 파손위험과 중량이 커 대형주류회사와 관계사 형태로 수직 계열화됐고 두 업계의 관계도 공고하다.

22년만의 빈병보증금  전격 인상은 이 관계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가격인상 시기에 맞춰 차익을 남기기 위해 유통업체, 공병수거업체 등이 사재기를 시작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부서를 통해 주류소매상들이 빈병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빈병 보관비 등을 감안해도 빈병을 사두는 게 이득이라고 보고 있는 소매상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사재기를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사재기가 시작됐다"며 "7월 한 언론사 보도를 통해 보증금 인상 소식이 나온 후 환경부가 즉각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주류회사의 병회수율이 1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병 생산업체 입장에서 빈병 사재기는 단기간 반길 수도 있다. 빈병이 모자르게 된 주류회사가 새 병 수요를 늘리는 상황은 병 생산업체 입장에서 이득이다. 문제는 사재기가 극심해질 경우다. 병 생산업계가 주류회사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생산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주류업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류협회 관계자는 "올해 남은 3개월 동안 사재기가 이뤄진다면 새 병 수요는 늘겠지만 이 수요를 현재의 생산업체들의 생산능력으로 감당할지 의문"이라며 "신병부족분을 해외 생산업체 병으로 메우고 내년 일시에 사재기했던 병들이 시장에 풀리면 병 생산업계에 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주류가격의 인상 가능성도 병 생산업계의 고민이다. 만일 주류가격이 올라 판매가 위축되면 새 병 사용률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주류가격 인상분만큼 신병생산 납품가를 올리는 게 해결책이지만 주류업계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 이미 주류가격에 병 생산비용 전체를 반영하지 않은데다 각종 비용을 감안해야하는 사안이라는 것.

이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현재 제한이 없는 병의 재사용률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이다. 병의 재사용률 횟수가 제한된다면 병 생산업체는 그만큼 새 병을 주류회사에 더 팔 수 있는 유인이 생긴다. 주류회사는 사재기에 대한 우려와 병 속 이물질이나 안전문제에 대한 고민도 덜 수 있다. 현재 주류회사는 평균적 8회 가량 병을 재사용하고 있다.

주류업계의 관계자는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병의 재사용 횟수를 줄이자는 취지에 동감한다"면서도 "환경부는 환경을 위해 병의 재사용을 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을 위해 재사용을 제한하자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새 병의 사용을 늘리면 그만큼 비용이 발생하고 주류가격을 인상해야하는 요인이 발생할 수 있어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ggm11@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