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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톡톡] 소개팅녀 알몸 촬영 사건…여자도 10% 잘못?

(서울=뉴스1) 하수영 인턴기자 | 2015-09-02 16:44 송고 | 2015-09-02 17:00 최종수정
지난 30일 홍혜걸 박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사진=홍혜걸 페이스북)
지난 30일 홍혜걸 박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사진=홍혜걸 페이스북)

의사 출신 의학전문기자였던 홍혜걸 박사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최근 벌어진 '소개팅녀 알몸 촬영사건'에 대해 "소개팅녀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적어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지난 8월 30일, 만취해 잠든 소개팅녀의 알몸을 촬영하고 지인들에게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던 대학병원 인턴 류 모씨가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받은 일이 화제가 됐다.
류씨는 지난 2월 16일 새벽 용인시 기흥구 한 호텔에서 소개팅으로 만난 A씨가 만취해 잠든 틈을 이용해 A씨의 알몸을 촬영해 자신의 친구 5명에게 전송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류씨는 당시 "스마트폰에 설치된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A씨의 나체를 촬영했다"고 밝혔었다.

홍혜걸 박사는 판결이 내려진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서 동시에 "사진 찍어 돌린 남자가 90% 잘못한 것이지만 처음 만난 사이에 술에 취해 잠이 든 여성도 10%의 잘못은 있어 보인다"고 적었는데, 홍 박사의 이같은 글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온라인상에서 홍 박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홍 박사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2일 오전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홍 박사는 "페이스북이 열린 공간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피해 여성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었다"며 "피해 여성, 그리고 제 글로 마음이 상하신 분들께도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함으로써 홍 박사와 관련한 논란은 일단락된 상태다.

◇"여성도 성범죄 원인 제공한 부분 있어" VS "내가 벗었다고 네가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그동안 여성 대상 성범죄의 발생 원인에 대해 '여성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이는 '여성이 옷을 야하게 입었을 경우'로 한정되는데, 그렇다 해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성추행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의 일부가 여성에게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그럼 여름에 덥다고 창문을 열어둔다고 도둑에게 '우리집 물건 훔쳐가세요'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지난 2010년 1월에는 캐나다 경찰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자들이 슬럿(slut, 난잡하게 행동하는 여성을 이르는 말)처럼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안전수칙을 학생들에게 배포해 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 영국, 호주, 인도 등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반발 시위가 잇따라 일어났다.

여성운동단체 잡년행동이 지난 2011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야한 옷차림을 하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인 슬럿워크(Slut Walk) 행사를 여는 모습.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News1

2011년 7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된 '슬럿워크(Slut Walk)'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위는 여성운동단체 '잡년행동'이 개최한 것으로, 이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속옷, 핫팬츠, 속이 다 비치는 일명 '시스루룩' 등 이른 바 '야한 옷'을 입고 나와 '야한 복장이 성폭력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주장에 정면 반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 세상 모든 범죄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논리" VS "의사도 남자인데…그런 상황 충분히 벌어질 수 있어"

홍혜걸 박사의 지난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서도 네티즌들 사이에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아이디 zigm****인 누리꾼은 "홍혜걸 씨 논리면, 이 세상 범죄로 인한 모든 피해자가 10% 정도의 잘못이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그렇게 따지면 가정폭력 당한 어린아이도 10% 정도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고 말하며 홍 박사의 논리에 정면 반박했다.

아이디 naeg****인 네티즌도 "왜 정글에나 적용될 법한 약육강식의 논리를 여기다 적용하느냐"며 "홍혜걸 씨는 '우리가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던 것도 10% 정도는 우리가 힘이 없는 탓이니 일본에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고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박사의 의견에 동의하는 누리꾼들도 상당수였다.

아이디 eunj****인 네티즌은 "홍 박사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이,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날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신 여성도 잘한 것은 없다"며 "피해 여성이 취하기 전에 자제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jepa****인 누리꾼도 "(나체 사진을 촬영한) 류씨도 의사이기 전에 남자고 사람인데, 술을 그렇게 마셨을 때 성범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피해 여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어야 한다"고 말하며 앞선 네티즌의 의견에 동의했다.


suyoung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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