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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부산항만공사의 '때아닌 안보타령'

(부산ㆍ경남) 민왕기 기자 | 2015-08-27 07:00 송고
민왕기 기자© News1
민왕기 기자© News1

부산의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지역 인근 용호부두에 위험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를 이달 초 경찰 쪽에서 우연히 전해들었다. 유류나 화학물질 같은 폭발성이 높은 물질이 반입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곧바로 부산항만공사 등에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국은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며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위험물은 사실상 들어오지 않는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며칠 후 우여곡절 끝에 입수한 '위험물 목록'은 눈이 의심스러울만큼 충격적이었다. 문건엔 수천톤에 달하는 무기와 폭탄이 빼곡했다.
성형 폭약, 지뢰, 기뢰, 폭뢰, 유탄(수류탄 또는 총류탄), 발연탄, 액체연료가 충전된 로켓, 폭파장약, 로켓 탄두, 흑색화약, 사이클로나이트, 헥소겐, RDX, 산화성 액체, 나이트로셀룰로스, 압축가스,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

2010년부터 최근까지 LG메트로시티와 GS자이 아파트 등 주거 밀집지역으로부터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살상용 무기'가 반입, 반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위험물 목록'은 '안보사항'이나 '대외비'로 지정돼 있지 않다. 법적으로도 목록을 제출받아 보도한 것엔 하자가 없다. 또 법적인 하자가 있더라도 '알릴 가치'가 충분하다.

보도가 나간 후 며칠 뒤 다소 황당한 항의전화를 받았다. 북한이 도발하고 한반도가 전쟁 위험에 휩싸이고 있던 최근이다.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부산항만공사 홍보팀 책임자는 "항만공사와는 별 관계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군사적인 사안까지 보도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만당국의 '안보 타령'이었다.

그에게서 '주민들이 불안해 하니 항만공사도 대책을 찾도록 하겠다'는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부산 용호부두는 1990년부터 위험물을 취급해왔다. 그때도 폭발물은 드나들었다. 하지만 그땐 1만여 세대에 달하는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인적이 드물 때였다. 시대가 바뀌었고 상황이 바뀌었다. 대체부두를 찾는 것이 맞다. 그게 장기적인 '우리나라의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서도 옳다. 가뜩이나 비좁고 위험하고 안전하지도 않는 용호부두를 국방부와 군(軍)이 반길리도 만무하다.

집권여당은 매번 부산 용호부두 친수시설화를 공약해 왔다. 부산항만공사는 용호부두 친수시설을 위한 용역까지 끝낸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항만공사가 '폭발물=안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면 결국 지뢰와 수류탄, 폭뢰, 기뢰, 로켓과 함께 하는 친수시설이라는 아이러니가 될 것이다. 부산항만공사의 심도 있는 논의와 대책 마련을 바란다.


wa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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