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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을 멈출수 없다"…무대로 올라온 레즈비언·게이의 삶

'스플렌디즈' '프라이드' '스탑키스' 등 성소수자를 다룬 연극 잇따라 공연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5-08-23 16:22 송고 | 2015-08-24 19:12 최종수정
연극 '스탑키스' 공연장면.  은수 역의 김미정(우측)과 혜연 역을 맡은 전윤지  (사진제공 블루 바이시클)

"난 그동안 늘 여기 문 앞에 서서 은수한테 '잘 가' '조심해서 가' '안녕' 그런 인사만 하고 있었어. 그 순간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 은수에게 뜨겁고 화끈하고 끈적한 키스를 퍼붓는 거였어. 정확히 은수의 입술에. 무슨 뜻인지 헷갈리지 않게 (...) 사랑하기에 우리는 존재한다. 이 사랑을 멈출 수 없다. 난 널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혜연은 자신의 집에서 은수가 떠나자 혼자 안타까워하며 독백한다. 교통리포터인 그녀는 특수학교로 이직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혜연을 볼 때마다 설렌다. 이들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뜨거운 첫키스를 나눈다. 연극 '스탑키스'는 이처럼 레즈비언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연극 '스탑키스'를 비롯해 '스플렌디즈' '프라이드' 등 성(性) 소수자의 삶과 사랑을 다룬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들 연극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가 '차별 철폐'와 '결혼 허용' 등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 이어지는 연극 '스탑키스'는 한국계 미국 극작가 '다이아나 손'이 미국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를 배경으로 쓴 작품을 김준삼 (연출)이 서울 마포구 홍대 주변을 배경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이 연극은 두 레즈비언 여성의 '첫 키스'를 중심으로 사건 전·후의 심경 변화를 연결해 보여준다. 두 여자의 만남부터 처음 키스를 하기까지 과정과 첫 키스를 한 후 혐오범죄에 따른 폭력에 휘말리면서 시련을 겪는 과정을 중첩해 보여준다.

혐오범죄는 '가해자가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지향 등 특정 집단에 증오심을 가지고 그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 테러를 가하는 범죄 행위'를 뜻한다. 작품은 여성,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가 견뎌야 하는 물리적, 정신적 폭력 앞에 한 개인이 어떻게 용기를 내고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 수 있는지 묻는다.

또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오는 11월1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15년을 넘나들며 동성애와 관련해 달라진 시대상을 보여준다. 양 시간대에 모두 필립, 올리버, 실비아가 등장하지만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인물이다.

1958년, 필립과 실비아 부부의 집에 올리버가 방문한다. 올리버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동화작가이고 필립은 규율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어떤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내다. 필립과 올리버는 금지된 사랑에 빠지고, 실비아는 두 사람 사이의 불륜을 알아차리고 집을 떠난다.

시간을 뛰어넘어 2015년, 필립과 올리버의 애정 관계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사랑해야 했던 과거와 다르게 세상이 바뀌어 공개적으로 연인관계를 이어가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올리버가 성충동을 참지 못해 불특정 동성애자와 성관계를 갖자 결별하게 된다. 실비아가 이들을 다시 화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연극 제목인 프라이드는 게이, 레즈비언, 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행진인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따왔다. 배우 출신 영국 극작가 알렉시 캠벨의 첫 작품으로 2008년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했다. 비평가 협회, 존 위팅 어워드,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를 휩쓸며 여러 차례 재공연됐다.

또 동성애자이자 현대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 장 주네(Jean Genet·1910~1986)의 유작인 '스플렌디즈'(Splendid's)가 지난 21~22일 이틀간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 연극은 호텔 스플렌디즈를 점거한 강도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동성애적 요소를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연극 '스플렌디즈'는 장 주네가 출판이나 공연으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기록으로만 남아 있었으나, 1990년대 들어 출판담당자가 감춰 놓았던 복사본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장 주네가 직접 감독한 영화 '사랑의 찬가'(26분. 1950)를 먼저 상영한 뒤에 연극의 막이 오른다. '사랑의 찬가'는 서로를 간절히 원하는 감옥에 갇힌 남자 죄수들과 자위를 하는 이들을 보며 욕망을 느끼는 경찰의 얘기다. 그러나 동성애 표현과 성 노출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상영되지 못했다.

연극은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최대한 가져와서 막장에 몰린 동성애자들의 심리상태를 드러낸다. 7명의 갱스터는 호텔 '스플렌디즈'를 점거했지만, 실수로 인질을 죽인다. 경찰이 호텔로 진입하려는 상황에서 강도 7명과 경찰 1명이 겪는 심리상태를 드러낸다. 이들은 기계처럼 감정이 절제된 대사를 읊고 물속에서 헤엄치듯 움직인다.

공연 관계자는 이런 동성애 연극이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지난해부터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14년에는 뮤지컬 '라카지' '프리실라'와 연극 '엠, 버터플라이' 등이 공연됐다. 그는 "비슷한 소재의 공연이 우연히 겹쳤다기보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며 "다만 외국에서 쓰인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현실과는 미묘한 거리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는 지난 5월17일에 발간한 '한국 LGBT 인권현황 2014'에서 한국의 '무지개 지수'가 12.15%로 2013년보다 3% 하락해 동성애자들이 심각한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무지개 지수는 범죄화, 차별철폐와 평등, 고용, 재화와 서비스 이용 등 20여개 영역에서 성소수자의 인권 실태를 평가하는 국제적 지표다. 50여 조사국가 중에서 한국은 44위를 기록했다. 영국과 벨기에는 80%대를 기록하며 무지개 지수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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