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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죄' 첫 적용 여성, 참여재판서 만장일치 '무죄'

배심원 9명 "피해남성 진술, 객관적 정황과 달라 믿을 수 없다"
"다른 증거로 범행 입증 안 돼"…법원 "배심원 의견 존중해 무죄"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5-08-22 03:27 송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 News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 News1

여성으로서는 처음 강간미수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전모(45·여)씨가 이틀에 걸친 국민참여재판 끝에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배심원들은 피해 남성의 진술을 도저히 믿기 어렵다며 만장일치로 "전씨는 무죄"라는 의견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강간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해 22일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3시간에 가까운 평의 끝에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배심원들이 무죄 의견을 낸 가장 큰 이유는 전씨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성의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지나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직접 증거는 피해 남성의 진술"이라며 "그런데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는 남성이 머리에 피가 날 정도의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전씨의 피를 닦아주고 대일밴드로 치료까지 해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 남성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하는데 서 있는 상태의 전씨가 앉아 있는 상태의 피해 남성의 머리를 망치로 찍었는데 이 정도 상처밖에 입지 않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피해 남성 진단서에도 망치로 맞았다는 기재가 없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심원들은 이전에도 포도주스를 먹고 정신을 잃은 경험이 있는 피해 남성이, 집착을 보이는 전씨와 계속 연락을 취하고 전씨가 정체불명의 약을 건네주는데 선뜻 믿고 먹었다고 보기 미심쩍다고 판단했다"며 "수면제를 먹고 난 뒤 중간 행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상식적인데 새벽 3시에 일어나 전씨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걸 봤다는 걸 세세히 기억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씨와 피해 남성의 '체격 차이' 역시 피해 남성의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은 키 150㎝에 불과한 전씨가 수면제를 먹고 뻗은 건장한 남성을 일으켜 벽에 세웠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 상황을 본 경찰의 진술, 피해 남성 부인의 진술만으로는 범죄 입증이 부족하고 범죄 이전에 주고받았던 음성이나 문자 메시지만으로는 범행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전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는 말을 끝으로 전씨에 대한 선고를 마쳤다.

이날 선고 직후 전씨와 전씨의 변호인들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부는 전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다시는 피해 남성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해 7월 내연남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고 잠에서 깬 A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2013년 6월 남성과 여성 모두 강간 혐의로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된 형법이 시행된 뒤 여성 가해자가 기소된 첫 사례다.

20일 열린 국민참여재판 첫날 전씨 측 변호인은 내연남의 가학적 행위를 피하기 위해 남성의 동의 하에 손발을 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내연남이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수면제가 든 음료를 마시게 한 뒤 강간을 시도한 것이라고 맞섰다. 참여재판 선고에 앞서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검찰 측은 전씨에 대해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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