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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광수대 형사들은 범인 잡을때 초능력도 발휘해요"

[인터뷰] 서울청 광수대 형사들이 본 영화 '베테랑'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5-08-14 07:17 송고
영화 ´베테랑´ 스틸컷. © News1
영화 ´베테랑´ 스틸컷. © News1

영화 '베테랑'의 주인공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 형사 서도철은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를 사소한 말 한마디 단서로 삼아 집요하게 파고든다.

서도철 형사가 속한 광수대는 말 그대로 '한국의 FBI'다. 경찰청 아래 전국 16개 시·도 각 지방경찰청에 속하면서 청장의 지휘를 받는다. 강력·폭력·지능 등 중요 사건의 첩보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범위를 점차 넓혀나가는 방식으로 수사를 펼쳐나간다. 한마디로 '경찰 에이스' 집합체다.

진짜 서울청 광수대 형사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뉴스1 기자가 서울청 광수대 생활범죄팀 전창일(50) 팀장, 허성수(43) 형사와 함께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베테랑'을 관람하고 소감을 들어봤다.

전 팀장은 올해로 경찰 경력 28년, 허 형사는 16년인 베테랑들이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전 팀장과 허 형사는 일단 꽤 만족스럽다는 평을 내비쳤다.

전 팀장은 "실제 광수대 모습이 현실적으로 반영됐다"며 "경찰을 그린 영화는 많았지만 이번 영화가 광수대의 실제 모습을 대체로 현실감 있게 묘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청 근처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겨 돼지 뒷덜미살과 '소맥'을 곁들여 광수대 형사로서의 자부심과 애환을 들어봤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생활범죄팀 소속 형사들. 윗줄 왼쪽부터 허성수 형사, 이성철 형사, 장수천 형사. 아랫줄 왼쪽부터 이준기 형사, 송영길 형사. © News1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생활범죄팀 소속 형사들. 윗줄 왼쪽부터 허성수 형사, 이성철 형사, 장수천 형사. 아랫줄 왼쪽부터 이준기 형사, 송영길 형사. © News1


지난 2004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유영철 사건'을 맡아 직접 범인을 검거했던 것도 서울청 광수대다. 지난해 9월에는 전국구 3대 조직 중 하나라는 '범서방파'를 일망타진하는 등 언론에 오르내리는 각종 사건을 담당한다.

광수대 형사들은 아주 작은 첩보나 단서에서 시작해 끝장을 볼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영화 속 조태오에게 수상한 낌새를 느낀 뒤 집요하게 파고드는 서도철 형사의 모습과 똑같다.

실제로 강력계 등 수사부서에서 3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광수대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열정과 행동력은 광수대 구성원의 기본 자질이다.

전 팀장은 "광수대 수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단서 하나만으로 파고 들어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단서를 찾았어도 열정 없이 '아닌가보다' 하고 포기하고 말면 안 된다"며 "영화에서도 서도철은 '아빠가 맞았다'는 아이의 증언 하나로 파고 들어가지 않나. 광수대는 자기가 원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열정으로 충만해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부터 광수대에서 일한 허 형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조폭 관련 사건이었다. 2009년 광명 지역의 토착 조직 폭력배를 일망타진할 당시 허 형사는 지역에서 먹고살다시피 했다.

"조폭 사건은 범인을 잡는 것도 문제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더 크다. 남들이 볼 때는 잡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켜보고 자료를 모으기 위해 인내력이 더 필요하다. 1년 넘게 수사해서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나면, 최고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생활범죄팀 허성수 형사. © News1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생활범죄팀 허성수 형사. © News1


'집에는 제 때 들어가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 팀장은 "오늘도 이렇게 술 마시고 있으면서 집에 잘 들어가냐고 물어보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경찰은 체포 이후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받지 못하면 피의자를 풀어줘야 하기 때문에 최소 36시간 이전에는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잠복하고 체포하고 조사하고 영장신청하고 하다 보면 2~3일 꼬박 새는 경우도 많다. 일주일이 훌쩍 간다"

허 형사는 "기자들도 특종했을 때 보람 있겠지만 우리도 쫓아다니다 수갑 채우는 맛이 있다. 붙잡는 순간에는 피로가 사라지고 몸에서 '초능력'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초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몸 관리도 필수다. 영화 속에서 체력단련에 매진하던 형사들 모습처럼 광수대 형사들은 대부분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허 형사는 "영화 속에 광수대 예전 건물이 많이 나온 것도 좋았다"며 "체력단련장이나 형사들이 아침을 먹는 식당, 허름한 옥상 모습 등은 예전 건물 그대로"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서울청 광수대 형사들의 주된 서식 공간으로 묘사된 먼지 쌓인 마포구 광수대 건물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40년이나 된 건물의 공사를 위해 광수대 형사들은 지난해 중랑구 묵동의 옛 중랑경찰서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금은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에 본부를 차렸다.

영화 속에 등장한 사무실은 영화 촬영팀이 와서 청소도 하고 창문에 셀로판지도 붙여 그나마 깨끗해보였다는 것이 허 형사의 설명이다.

영화 ´베테랑´에 등장한 옛 서울청 광수대 사무실 모습. (영화 ´베테랑´ 스틸컷) © News1
영화 ´베테랑´에 등장한 옛 서울청 광수대 사무실 모습. (영화 ´베테랑´ 스틸컷) © News1


"그 건물이 아주 열악했는데도 거기 있을때 보람도 있고 좋았다. 건물이 열악하고 음산하다보니 건달들도 그런 건물에는 위축됐다. 정이 많이 들었다. 집에 있을 때보다 그 건물에 있던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영화처럼 '수사 외압'도 있을까. 두 사람 모두 광수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전 팀장은 "영화가 약간 현실보다 오버한 부분이 있다"며 "권선징악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국민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허 형사는 "광수대의 매력은 '외압이 통하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 기관이 우리를 견제하려 드는 것"이라며 "그래도 저는 경찰 수사를 이끄는 선두주자라는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 형사들의 모습과는 달리 요즘은 체력 관리와 더불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조폭'들이 무식하게 떼로 덤볐다면 요즘은 지능범죄와 맞물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허 형사는 "예전처럼 무작정 잡을 수 있는게 아니고 지금은 거의 준비기간만도 보름 이상 걸린다"며 "외자유치 알선 사기를 수사할 당시 한국은행을 한달간 드나들며 공부했다. 형사라면 무조건 청바지 입고 다니는 시대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광수대는 수사 경찰의 산실이에요. 실제로 예전 건물에 쓰여있던 문구예요. 좀 괜찮고 새로운 사건이 있으면 수사를 하고 언론에도 내보내서 일선서가 '이런 사건도 있구나' 하고 알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거죠."(허성수 형사)

"영화 덕분에 국민이 생각하는 광수대 형사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높아질 것 같네요. 기대치에 맞추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전창일 팀장)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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