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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롯데에 발 묶인 부산, '오리무중' 된 핵심사업

(부산ㆍ경남=뉴스1) 오영경 기자 | 2015-08-13 15:46 송고 | 2015-08-13 17:02 최종수정
부산·경남본부 오영경 기자© News1

부산과 롯데그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다. 부산이 연고인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로 인해 '부산=롯데'라는 인식이 대중에게 뿌리 깊게 박힌 탓도 있겠지만, 더 들여다보면 부산시가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인 현안들의 밑그림에는 어김없이 롯데가 깊이 관련돼 있다.

지난 10일 부산시는 그동안 골치 아픈 숙제로 남아있던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계획을 내놓았다. 규모를 줄여 건립비를 절감하고 건립 이후 운영비에 대한 문제는 착공 단계부터 재단법인을 설립해 개인과 민간 기업의 기부로 해결하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사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롯데의 도움 없이 부산시의 자체적인 재정만으로는 시작조차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롯데그룹은 2008년 5월 부산시에 오페라하우스 건립비로 총 1000억원을 출연하기로 약속한 이후 지금까지 400억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더 욕심을 냈다. 당초 오페라하우스 건립 총예산이었던 2600억원에 이후 발생할 운영비까지 롯데가 모두 부담해주기를 바란 것. 하지만 최근 롯데가 '형제의 난'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지면서 더는 이를 바라기 힘들게 됐다.

시는 이번에 발표한 오페라하우스 건립계획을 통해 당초 2629억원이던 예산을 2115억원으로 줄여 514억원을 아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기부금 1000억원을 제하고 나면 여전히 1115억원이란 거액이 시와 시민들의 '걱정거리'로 남는다.

부산시는 여전히 롯데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추가 기부금을 제공할 시 오페라하우스 명칭에 '롯데' '신격호' 등의 이름을 달아주는 파격적인 제안도 해놓은 상태지만 사업비 추가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 롯데와 함께 그린 청사진은 오페라하우스뿐만이 아니다. 롯데는 부산시가 북항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규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에도 깊게 연관돼 있다.

롯데그룹은 말레이시아의 카지노기업 겐팅그룹과 협력해 부산 북항 재개발지구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호텔, 면세점, 수상레저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 말 리조트 건립 지역과 업체 수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일자리 창출'을 거론하며 카지노 리조트 사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형제의 난'으로 형성된 반(反) 롯데 정서가 사업자 선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와 롯데의 협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롯데는 부산시와 북항 해변 야구장 건립에 대해서도 논의하며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로 이야기가 된 상황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게 점쳐지고 있다. 

또 롯데가 '부산의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1995년부터 준비해온 107층 롯데타워의 완공도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당시 롯데는 롯데타워 건설을 전제로 옛 부산시청과 부산 경찰청 부지를 매입하는 등 시의 도움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14년째 단 1층도 짓지않은 채 지하 공사만 하는 시늉을 내고 있다.

현재 부산시는 롯데의 위기에 함께 흔들리며 갈피를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 최근 부산시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재정위기단체 '주의' 등급을 받는 불명예도 안았다. 기업 하나의 흥망성쇠(興亡盛衰)에 시 전체가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부산시가 재정적인 독립과 안정성 확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amour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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