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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교육현장 '애국주의' 탈 쓴 '일제 잔재' 여전

'국민의례, 애국조회, 훈화' 등 대표적 일제 잔재
군사정권 민족주의·반공주의 등 애국 의식 함양 도구로 쓰여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5-08-10 06:47 송고 | 2015-08-11 18:13 최종수정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올해로 우리 민족이 해방 70년을 맞는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위한 각종 문화나 제도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린 상태다. 특히 이런 모습이 교육제도 안에 오랫동안 무비판적으로 남아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직 일부 학교에서는 매주 애국조회를 열고 학생들에게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도록 한다. 복장과 소지품, 두발검사를 하는 등 정해진 규율 안에서 학생들을 엄격하게 지도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등 주요 행사에서 빠짐없이 하는 '국민의례'가 일본 제국주의 시대 궁성요배와 기미가요 제창, 신사참배 등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학교에서 구령에 맞춰 단체로 인사하는 문화도 일제 잔재의 영향으로 꼽힌다.

이러한 모습 자체가 결국 조선인을 일왕의 신민으로 만들기 위해 일제가 택한 '황국신민화 정책'과 비교해 추구하는 목적만 다를 뿐 그대로 답습한 결과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통치를 위해 강제한 각종 문화나 제도가 특히 교육 현장에 많이 남아있다"며 "애국조회나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제창 등 국가주의적 시스템이 애국주의의 함양이라는 미명 아래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화가 비판 없이 부활할 수 있었던 데는 군사 독재정권이 반공주의·민족주의적 의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한 도구로 받아들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형태의 문화가 '식민지 버전'에서 '분단 버전'으로 바뀐 셈이라는 것이다.

박 실장은 "박정희 정권 때 일본 제국주의의 통치 방식을 특히 가장 많이 부활시켰다"며 "민주화 흐름으로 그 시스템들이 한때 사라졌지만 최근 애국주의라는 이름으로 또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교육 현장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일찌감치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강제병합 100년이었던 지난 2010년 학교 현장에 남은 일제 잔재 용어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종 용어들을 조사해 발표했다.

한국교총은 '유치원'이라는 명칭이 독일식 유치원 표기 'Kindergarten(어린이들의 정원)'을 일본식 조어방식에 맞도록 사용한 것이 이어진 것이라며 이를 '유아학교'로 개칭하는 것을 정치권에 요구해온 바 있다.

또 '교육의 말'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훈화'도 상관이 집무상의 주의사항을 부하에게 일러 보인다는 의미의 '훈시'의 동의어에 가깝고, 권위주의적 어휘이기 때문에 '학교장 말씀'이나 '선생님 말씀'정도로 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교육문화는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라는 점도 문제지만, 결국 국가에 충성하는 국민을 길러내기 위한 반인권적 문화라는 점에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도록 하고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한용 실장은 "이 땅에서 사라졌던 일제 잔재가 '애국'이나 '교육'이라는 이름 속에서 반복되는 모습 자체가 결국 일제의 잔영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식민지는 파시즘의 지배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노력 자체가 우리 주변의 일제 잔재를 없앨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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