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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명부터 92명까지…비례대표 '고무줄 역사' 훑어보니

6대 국회서 처음 도입…취지·명칭 달라
현 제도는 17대 국회부터…위헌 결정·정치 개혁 분위기
20대 총선 앞두고 비례대표 정수 논쟁…與 "줄이자" 野 "최소 유지"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5-08-05 05:15 송고
 
 


44명부터 92명까지, 증감을 거듭해온 비례대표 정수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가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를 늘이느냐 줄이느냐를 놓고 연일 설전을 벌이면서 우리 헌정사에 비례대표제 역사가 다시금 이목을 끌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최다 득표자 1인을 뽑는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막고, 정당 정치의 활성화로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청년·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특정 분야 전문가의 당선을 통한 다양성 확보라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불투명한 공천 과정에 따른 '줄 서기' 정치, 재선을 위한 지역구 활동 등 비례대표 운용의 실효성과 군소정당 난립 조장 등은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논거다.

◇ '전국구→유신 때 폐지→전국구→비례대표' 명칭으로 폐지·부활

비례대표제가 처음 국내 선거에 적용된 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63년 6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이때의 명칭은 '전국구'로 현행 비례대표제 취지와 달리 집권당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에 기여, 기존 권력을 공고화하는 목적으로 활용됐다. 예를 들어 제1당의 득표 비율이 100분의50 미만일 경우 전체 전국구 의석 44석의 반인 22석을 할당하는 식이다. 전체 의원수는 175명이었다.

해당 선거제도는 1972년 박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으로 9대부터 10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폐지됐다. 대신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뽑은 유신정우회 의원(전체 의원 3분의 1)이 전국구 몫으로 들어가게 됐다.

비례대표제는 전두환 정권 때인 1981년 1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활해, 지역구 의원 184명의 반인 총 92명이 전국구 몫으로 돌아갔다. 제1당엔 전국구 의석 3분의 2를 배분하고 제2당부터 지역구 의석수에 따라 잔여 의석을 나누는 방식은 12대까지 계속됐다.

전국구 의석수는 13대 국회에서 75명으로 감소했고, 14대 국회 62명, 15대 국회 46명으로 증감을 보였다. 13대부터 15대까지 전체 의원수는 모두 299명이었다.

중앙선관위는 16대 총선 전인 1999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의견'에서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하되 비례대표는 7개 선거구로 나누도록 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3 대 2로 하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15대와 16대 국회에서는 정당 의석률이 아니라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전국구 의석을 나눠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가 일부 반영됐다. 16대 국회에서는 전국구란 명칭이 '비례대표'로 변경되기도 했다. 16대 국회의 비례대표 정원은 모두 46명(전체 의원 273명)이었다.

◇ 17대 총선 때 '민의' 반영 정당명부식 비례제 도입

1인 2표제에 따른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정하는 현재 형태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순위대로 당선자가 결정되는 제도다.

2001년 당시 1인 1표제 아래 지역구 의원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가 직접선거 원칙을 위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2004년 정치 개혁 분위기가 조성됨으로써 제도 도입이 가능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17대 국회의 비례대표 의원은 총 56명(전체 의원 299명)이었다. 실질적으로 민의를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은 그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원내 입성을 가능하게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해당 제도는 이어졌으나 비례대표 정수는 17대 때 56명보다 2명이 줄어든 54명이 됐다. 총선 전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전체 의원을 기존대로 299명으로 두는 대신 지역구 2곳을 늘린 점을 감안, 비례대표 2석을 줄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역구를 1석 늘리고 비례대표 정수 54명은 유지해 전체 의원 정수만 300명으로 늘어났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둔 이번 선거구 재획정 과정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관한 국회 내 본격 논의를 앞두고 의원 정수 문제로 불똥이 튀면서 비례대표제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의견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 대 1로 해 비례대표, 더 나아가 전체 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예를 제시하며 의원 정수 증대 문제에 관한 논의를 촉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혁신위는 2 대 1 의석 비율을 적용할 경우 현 의원 정수 300명 기준 지역구 의원수는 200명, 비례대표는 100명이 되고, 현행 지역구 의원수 246명을 유지한다면 비례대표는 123명이 돼 총 의원 정수가 369명으로 늘어나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헌재 결정에 따라 현행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 대 1로 낮춰 지역구 의석수가 늘어날 경우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입장이다. 여당에 불리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 증대 모두에 반대하기에 국민적 반감이 큰 의원 정수 문제로 초점을 옮겨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러한 새누리당의 주장에 비례대표는 줄일 수 없다고 '현행 유지'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는 중이다. 현행 비례대표 의원수 54명을 최소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시한이 한 자릿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황에서 여야가 선거구 획정 기준의 전제인 비례대표 정수, 더 나아가 의원 정수에 관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gi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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