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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100일' 방학 잊은 고3…"마지막에 웃고 싶어요"

대치동 학원가, 식사하면서도 공부…"수능 100일되니 현실적인 생각"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김일창 기자, 김태헌 인턴기자 | 2015-08-04 14:04 송고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2015.8.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2015.8.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해서 마지막에 웃었으면 좋겠어요"

수능 100일을 앞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단국대학교부속고등학교에는 약 100여명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나와 수능 공부에 한창이었다.
이들이 공부하고 있던 자습실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음에도 학업 열기로 뜨거웠다. 단대부고는 방학 중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단과수업을 제공하고 자율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자정까지 자습실을 개방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학생의 의지에 따라 자율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이날 역시 자습실에는 약 50여명의 학생들이 나와 수능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자습실에서 한창 공부를 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화장실로 나서던 채모(18)군은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올해 꼭 목표로 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싶다"며 "페이스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해 마지막에 웃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여러 과목을 모두 공부해야 하지만 대학에서는 자기 전공만을 공부 공부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며 "수학교육과에 진학해 수학 공부를 즐겁게 하다가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그는 또 수험생인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며 "가족들이 진학정보 등을 알아봐 줘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자습실에 나와 공부하고 있다는 이모(18)군의 꿈은 '행정공무원'이다. 다음달에 치르는 전국모의고사에 대한 각오를 묻자 "9월 모의고사를 잘 보면 긴장이 풀려 진짜 수능에서 실패한다는 말이 있다"며 "목표는 수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질문에는 "잠을 많이 자는 것 같다"며 "하루 6~7시간은 자야 다음날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군은 올해 소망으로 "이렇게 더운 여름에도 자발적으로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역시 자습실에 나와 공부하고 있던 주모(18)군은 "수능 100일을 앞두고 점점 더 긴장되지만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체육관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며 땀을 내고 나면 다시 힘을 얻는다"며 "올해 좋은 성적으로 가족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자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역시 긴장을 끈을 조여 매고 있었다. 이 학교 3학년8반 김태훈 담임선생님은 "수능을 100일 앞둔 이 시점이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라며 "가장 더울 때인 지금, 학생들은 지치고 방학이라 자율적으로 행동하다보면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럴때 일수록 자신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 선생님은 "수능은 자신의 결과로 가는 거라 단순할 수 있지만 9월초 마무리되는 수시모집은 전형이 다양해 관심을 두고 잘 찾아보면 의외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며 "선생님으로서 이러한 정보를 잘 발견해 학생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을 앞둔 4일 오전 전북 전주시 효자동 호남제일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보충학습을 받고 있다.2015.8.4/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을 앞둔 4일 오전 전북 전주시 효자동 호남제일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보충학습을 받고 있다.2015.8.4/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수능 100일의 긴장감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치동 곳곳에서는 학원에서 진행하는 방학특강에 등록하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의 긴 줄이 눈에 띄었다. 인근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은 주문을 하면서도 문제집을 들여다보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몇몇 학생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수학의 정석', '수능시험대비' 등의 책과 연필을 놓지 않고 있었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이들은 1초가 아까운 듯 다시 학원으로 빠르게 향했다.

올해 수능을 치른다는 정모(18)양은 "수능 100일인데도 생각보다 덤덤하다"며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즐기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수능이나 대학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고3이 대학을 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게 되는데, 소수의 상위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태해지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래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났을 때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수능 100일을 앞두고 보다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모(18)양은 "가고 싶은 대학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떤 대학에 가더라도 그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공부하는 고3 수험생 친구들에게 "대학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하면서 살자"고 전했다.

또 다른 수험생인 정모(18)군은 "사실 이제 와서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면서 "현상 유지가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수능 시험 한 번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현 입시제도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수험생인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대치동을 찾은 한 학부모 역시 "요즘 날씨도 더워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며 "더이상 부담감은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수험생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공부에 혹사당하고 있다"며 "공부는 본인이 원해서 해야 하는 것이기에, 나는 아무말 없이 해줄 수 있는 부분만을 지원해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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