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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톡톡] “택배차량 출입금지”…아파트 주민 갑질에 우는 기사들

(서울=뉴스1) 하수영 인턴기자 | 2015-08-04 13:36 송고 | 2015-08-04 14:06 최종수정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 아파트 단지 측에서 택배차량 진입을 막고 '걸어서 배송하라'는 통보를 하자 택배 업체 측에서 택배를 반송조치한 일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 택배업체가 택배물에 붙인 안내문을 찍은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이 택배물은 택배 업체에 의해 판매자에게 반송된 것이다. 택배 업체는 "해당 배송지 아파트는 택배차량 진입 금지로 모든 택배사들이 배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내문에 적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 지상에 차량이 출입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지상에 주차장도 없다. 이런 이유로 택배 업체들에게 '걸어서 배송하라'고 통보했다.

택배 업체 측은 아파트의 이 같은 통보에 대해 "택배기사는 노예가 아니고, 정당하게 (아파트 단지로) 차량을 진입시켜서 (택배를) 배송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통보를 받은 업체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현대택배, 로젠택배 등 주요 택배업체 4곳이었다.

#택배 기사라면 집 앞까지 배송할 의무가 있다 vs 택배 차량 진입 막는 건 '제 발등 찍기'

요즘 신축되는 아파트들 가운데는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진입을 통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그 공간을 녹지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런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저층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자동차 매연이나 소음으로 고생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지상 주차장 없는 아파트를 선호한다.

문제는 이런 아파트들이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진입까지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아파트 측과 택배 업체 간에 갈등이 벌어지는 사례가 한 둘이 아니다.

울산의 A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주민들이 입을 모아 택배 업체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주민 B씨는 "우리 집엔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할 때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라고 홍보한 것을 믿고 계약했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택배 차량들이 단지까지 들어와서 차를 너무 위험하게 몰아 아이들이 다칠까 겁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이어 "택배 기사라면 무조건 집 앞까지 택배 물품을 배달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우리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 진입을 막아도, 설령 배달해야 할 택배가 많아도 지하 주차장으로 택배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서 거기서 배달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다른 주민 C씨는 "조금 불편하다고 택배 차량 진입을 허용하면 지상 차량 진입을 불허하기로 한 주민들간의 약속이 깨지게 된다"며 택배 차량 진입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원의 D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도 역시 택배 차량 진입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었다. 이 아파트의 주민 상당수는 앞선 A 아파트 주민들과 같은 입장을 내놨지만, D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은 사뭇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D 아파트의 주민 E씨는 커뮤니티에서 "지난달 초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의 배송이 늦어져 담당자에게 확인을 해 보니, 우리 아파트는 지상으로 택배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데다 지하 주차장은 출입구 높이 때문에 택배 차량이 통과할 수 없어서 배송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지하 주차장에 택배 차량이 들어갈 수 없어서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작은 차량으로 옮겨 배송하기 때문에 택배 배송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택배 기사들은 두 번 수고를 해야 하거나 바쁜 일정에 치여 결국 배달하지 못하고 반송하는 사태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D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는 택배 차량을 아파트 단지에서 막는 조치는 '제 발등 찍는 일'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D 아파트의 주민 F씨는 "3500세대나 사는 대단지에 택배 차량을 못 들어오게 하는 건 그냥 택배를 배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고, 다른 주민 G씨는 "아파트에 무인 택배보관함이 비치돼 있지만, 큰 택배는 들어가지도 않고 경비실에서 맡아주지도 않던데 택배 기사님들 힘들어서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서 택배 기사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 H씨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내 진입을 막는) 원칙만 고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도서·산간·벽지도 아닌데…택배 배송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내 출입 통제와 관련한 일련의 사례들을 본 네티즌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아이디 hoot****인 누리꾼은 "(배송료) 2500원에 사람을 동물 취급하는 것이냐"고 하면서 "택배 기사들은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고 일하는데, 이건 좋은 아파트에 산다고 택배 기사들 상대로 '갑질'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이디 bang****인 네티즌은 "저 아파트에 화재가 나도 앰뷸런스도 못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고, 아이디 zzeu****인 누리꾼은 "저 아파트들, 도서 산간 벽지가 따로 없네"라고 하면서 "배송료도 두 배 이상 올려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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