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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김무성의 대미 정당외교 성적표는?

'보수 아이콘' 색채 드러내..'튀는 언행' 비판에 직면
美 정가에 '차기 지도자' 이미지 각인
그간 공들인 '통합 행보' 퇴색..극복 과제로 남아

(로스앤젤레스·뉴욕·워싱턴=뉴스1) 김영신 기자 | 2015-08-02 14:15 송고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 본관에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낸시 펠로시, 김종훈·나경원 의원,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제공) 2015.7.29/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 본관에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낸시 펠로시, 김종훈·나경원 의원,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제공) 2015.7.29/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일주일 간의 공식 방미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정당외교 명목으로 한 이번 방미에서 촘촘한 일정과 광폭 행보로 연일 화제를 낳기도 했으나 톡톡 튀는 언행으로 논란도 뒤따랐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차기 여권 대선주자인 그가 이번 방미를 통해 본격적인 대선가도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10년 만에 나온 (당 대표) 정당외교를 그런대로 충실히 잘 끝내 감사하다"며 "만나려고 했던 인사들을 더 못만난 것이 아쉽지만 이번 방미에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거침없는 보수본색…'보수 아이콘' 노렸나

김 대표는 이번 방미에서 국내에서 보여준 중도 성향 보다 과할 정도의 보수 색채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미 수도인 워싱턴 D.C에 방문하자마자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찾아 "우리나라를 지켜준 은인들께 감사드린다"며 수행의원단 전원과 큰절을 했다.

김 대표는 이튿날에도 알링턴 국립묘지 내 참전용사인 고(故) 월턴 워커 장군의 묘지에서 한국식 큰절을 올리고, 묘비에 떨어진 새의 분비물을 직접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국내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즉각 '과공비례'(過恭非禮·공손함이 지나치면 예의가 아님)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김 대표는 "우리식으로 어른께 예우를 갖추는 게 왜 문제냐. 내년에도 또 하겠다"고 맞받아치며 꿋꿋하게 보수 행보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워싱턴·뉴욕·LA 3개 도시에서 한 동포간담회에서 "진보 좌파의 준동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진보 좌파의 준동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이 반드시 총대선에서 승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인정해야한다는 주장을 재차 폈고, 좌파진영과의 역사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취지로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대표의 이같은 보수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당시 재외국민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큰 차이로 패했다. 한인 동포들 사이에서 새누리당은 동포들과의 스킨십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김 대표가 이번 방미를 통해 보수 정당 대표의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며 동포 민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유력한 대선주자군에 속한 김 대표의 이번 방미를 주목하고 있는 국내 보수층에게도 적극적인 구애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도 크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대선에 도전하려면 국내 보수층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게 가장 우선순위"라며 "김 대표의 방미 중 보수 행보를 보수층은 반기고 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야권의 격한 비판에 대해 김 대표는 이날 "개의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한반도 전문가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 제공) 2015.7.29/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한반도 전문가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 제공) 2015.7.29/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김무성표' 외교 시험대…美에 차기 지도자 면모 각인?

김 대표는 이번 방미에서 노골적인 친미 메시지를 설파했고, 결과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

김 대표는 워싱턴에서 "한미는 전면적 관계, 한중은 일부의 관계로 중국과의 경제교류는 한미동맹의 기초에서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중국보다 미국이다. 한미는 혈맹"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김 대표를 '친중'(親中) 인사라고 평가하는 미국 정가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이번 방미의 주요 목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집권 여당 대표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외교적 특수성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외교를 자기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그간의 전략적 인내를 뛰어넘는 창의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의 북핵 발언의 속뜻은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단념케하고 북한 내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선 한미 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취지이다.

이 북핵 '창의적 대안' 역시 김 대표의 선명성을 드러냈다는 상징성은 가졌지만, 미국 측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김 대표는 워싱턴에 나흘 간 머무르면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과 연쇄 면담을 하고 한미관계 등을 논의했다.

다만 예정됐던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만남은 케리 장관의 이란 핵협상 관련 국회 청문회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김 대표는 이번 방미에서 아쉬운 점으로 케리 장관과의 회동 불발을 꼽았다.

김 대표가 미 의회 지도자들을 두루 만난 것은 이번 방미에서 부인할 수 없는 성과로 꼽힌다. '정당외교' 취지에 부합하고, 사실상 국제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이번 방미를 통해 미 정가에 김 대표라는 개인을 충분히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 대표가 첫 방미에서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미 정가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김무성표' 외교를 분명히 드러내며 시험대에 오르는 것을 자처한 셈이다.

◇"아직 대권자격 없다" 손사래 치지만

김 대표의 이번 방미가 차기 대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은 방미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정당외교'라고 선을 그으며 대선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다가, 지난 30일 뉴욕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나는 아직까지도 대권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권은 그 시점에 국민의 소망에 맞는 사람이어야 가능한데 나한테 그런 기회가 오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정권 재창출'을 다짐했다.

표면적으로는 대선 도전에 선은 그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내에는 상당한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김 대표는 이 발언을 역시 '대망론'의 한 주인공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회동 직전에 내놨다. 대선에 선은 긋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스스로 '대선주자 김무성'을 띄운 게 아니냐는 해석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한 발언 행간을 보면 김 대표는 대권 도전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와 대선주자군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이번 방미에 십분 활용하면서 대선으로 한 걸음 성큼 다가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는 동포들과 만남에서 총·대선 승리를 다짐하며 지지를 호소했는데, 김 대표를 환영하는 행사의 면면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할 정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9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제공) 2015.7.30/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9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제공) 2015.7.30/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31일 LA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환영회에는 예정된 500명을 훨씬 초과한 1300여명이 참석해 김 대표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표했다. 워싱턴, 뉴욕 동포 환영회에서도 수백명이 몰려 동포사회의 관심을 드러냈다.

LA 동포 행사에서는 "지금도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 대통령 되면 얼마나 더 하겠느냐", "진짜 저 사람이 되는거냐" 등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동포 사회에서도 김 대표의 이번 방미를 사실상 대선 행보로 여기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 대표는 스스로 "만족한다"고 자평하지만 귀국 후 맞닥틀일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껏 높여놓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당장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또한 김 대표가 이번 방미에서 극도로 강한 보수 색채를 드러내면서, 당 대표 취임 후 그간 주력한 '통합 행보'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궁금하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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