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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종말…망할 뻔한 조폐공사 살아난 이유는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 | 2015-08-02 06:00 송고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가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으며 특히 5만원권이 1년새 1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5.3.17/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가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으며 특히 5만원권이 1년새 1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5.3.17/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조폐공사의 화폐 생산량이 해마다 줄고 있다.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폐의 쓰임새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화폐 발행량이 4분의 1로 줄었다.

그러나 조폐공사의 매출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화폐를 생산하면서 쌓은 위조방지, 보안 기술이 신종사업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일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과 주화 생산으로 벌어들인 화폐 매출액은 1243억원이다. 2008년 2222억8000만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총매출에서 화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61.3%에서 지난해 31.9%로 추락했다.

2000년대 들어 카드사용이 활발해지면서 화폐는 주요결제 수단으로서 자리를 넘겨줬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수단의 등장으로 현금 사용이 더욱 줄고 있다.

현금이 없어도 개인 소비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보니 아예 현금을 한푼도 갖고 다니지 않거나 비상용을 사용하기 위해 소액만 지니는 것이 일반화 됐다. 
2009년 5만원권이 발행된 것은 조폐공사에 치명타를 안겼다. 2007년과 2008년 은행권 발행량은 각 20억장, 17억1000만장에 달했다. 그러나 5만원권 등장이후 2009년 9억9000장으로 줄었고 2010년 5억장 밖에 찍어내지 못했다. 불과 2년만에 4분의 1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은행권 발행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5만원권의 여파는 컸다. 안정적으로 증가하던 조폐공사 전체 매출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8년 3811억원을 정점으로 다음해 3530억, 2010년 3553억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격한 기업환경의 변화. 시장의 축소. 보통 기업이라면 회생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그러나 화폐발행으로 쌓은 위변조 방지 노하우가 회생의 기회를 줬다. 지난 2013년 위변조 방지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신수표가 출시돼 그해 1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원전비리에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보안용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금융회사와 공인증서 발급기관, 관세청 등에서 보안용지 공급을 요청해 왔다.

복사하면 'COPY'라는 문구가 나타나는 고스트씨(Ghostsee), 육안으로 안 보이지만 앱을 실행시키면 확인되는 스마트씨(Smartsee), 보는 각도에 따라 숨은 문양이 나타나는 히든페이스(Hiddenface) 등 기술이 보안용지에 사용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현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금값이 폭등한 것도 기회가 됐다. 믿고 살수 있는 골드바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자 조폐공사는 지난해 '오롯 골드바'를 출시했다. 전국 주요 귀금속 도매상에 공급하고 홈쇼핑 채널에서도 판매돼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초에는 인도네시아 지상파 방송국의 '오 채널(O CHANNEL)'을 통해 홈쇼핑 방송으로 골드바를 판매하는 등 올해 상반기에는 564억원 매출을 올렸다.

수출도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아직 현금 사용 수요가 많지만 위조 방지 기술은 낙후된 남미, 아프리카, 인도 등이 주요 고객이 됐다.

2012년 남미 페루에 98억원 규모의 은행권 발행 계약을 따낸 것이 첫 수출이다. 이후 아프리카, 리비아 주화 118억5000만원, 올해 3월엔 세계 최대 은행권용지 시장인 인도에 진출했다.

모바일 결제 환경이 화폐 생산에 타격을 줬지만 이제는 새 먹거리가 됐다. 조폐공사는 지난 6월 이동통신 3사와 소셜커머스 사 등과 함께 모바일상품권 서비스 운영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한국조폐공사 김화동 사장은 "국가가 우리 공사에 맡긴 화폐 제조 업무를 최우선으로 완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키워나감으로써 변화된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를 구축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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