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하정우, 그에게 진짜 궁금했던 몇 가지(인터뷰)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2015-08-02 07:00 송고 | 2015-08-02 19:54 최종수정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의 하와이 피스톨이란 캐릭터가 하정우를 만난 건 지극히 행운이었다. 배우가 캐릭터를 잘 만난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배우를 참 잘 만난 격이다. 배우에겐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최고의 행운으로 꼽히지만, 하정우는 이 공식을 전복시키는 유일한 존재다. 그만큼 불운의 시대 속에서도 낭만과 여유, 유머를 잃지 않는 하와이 피스톨 캐릭터는 하정우가 아니었다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대체 할 수 있는 다른 배우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미처 완성되기 전이었던 약 2년 전 부산 국제영화제가 열리던 당시, 최동훈 감독이 미리 출연 제의부터 했던 이유를 새삼 알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어떠한 캐릭터든 배우 하정우만의 개인성이 투영돼 보일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달리 비전 형성의 특별한 성질을 띠는 이유도 그만의 개인성에 기반을 두고 캐릭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영화란 삶과 분리되지 않는 범주에 속한 것이었기에, 연기에도 자신의 인격과 일상의 습관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영화가 곧 일상이고, 일상이 곧 연기의 연장선이다. 연기든 실제 인간관계든 스크린 내외를 구분 짓지 않고 매 순간 진심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매너리즘 극복 방법도 또다시 연기 안에서 찾는 그다. 매년 2편 이상의 작품으로 관객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만큼, 연기에 대한 고민도 다른 이들에 비해 배가될 수밖에 없지만 그 답을 다시 작품에서 발견하곤 한다. 배우로서 '검증'은 반겨야 하는 것이고 '정체'는 경계해야 하는 것이란 걸 터득했던 까닭이다. "공격이 곧 최고의 수비"라는 근사한 말도 짐짓 여유롭게 툭툭 내뱉을 수 있는 것도 지나온 시간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암살'의 최종 스코어를 편히 지켜보기도 전에 다시 영화 '아가씨' 촬영을 이어간다. 여름보다 뜨거운 하정우의 연기 열정이 담긴 차기작이 관객들에겐 즐거운 기다림이 될 것 같다. 

 

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 영화 '암살' 그리고 하와이 피스톨

Q. '암살' 촬영 당시가 '허삼관' 촬영하고 겹치던 시기였다. 감독으로서 '허삼관' 연출을 하면서 '암살'에서 연기를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최동훈 감독의 배려가 있었다고 들었다. 배우로서 최동훈 감독을 지켜보니 어떤가.

A. 정말 어깨 너머로 연출을 지켜볼 수 있었다. 후배 연출자로서 최동훈 감독이 이런 스타일로 연출하는구나 하고 관심 있게 지켜봤다. 후배 연출자로서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는 걸 느꼈다. 이 사람이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그 마음 때문에 계속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영화를 만드는구나 싶었지. 정말 나보다 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다. 역시 사랑의 크기만큼 작품도 나오는 것 같다. 하하.

Q. 안옥윤(전지현 분)과의 관계를 멜로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을 테고, 동료애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배우로서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의 관계를 어떻게 봤나. 
A. 연민이었다. 직접적으로 그것이 표현돼 있지 않지만 그런 느낌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은 비슷한 친일파 아버지를 둔 아픔이 있는 캐릭터들이었을 것 같다. 비슷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란 생각에 둘의 관계를 로맨스라기 보다 연민으로 봤다.

Q. 하와이 피스톨의 엔딩이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다. 조금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A. 개인적으로 그 엔딩이 정말 좋다. 총을 그렇게 맞았는데 왜 안 죽냐는 말도 있지만 육체보다 정신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건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span>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 하와이 피스톨 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span>©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 하와이 피스톨 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 하와이 피스톨과 하정우

Q. 여유롭고 유머러스한 하와이 피스톨은 실제 하정우의 모습과 다분히 중첩된다. 
A. 힘을 주고 강조하는 연기보다 무덤덤하게 연기한 게 캐릭터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본래 나른 한 게 있다. 하하. 만사를 귀찮아하고. (웃음) 매사에 무덤덤하고 늘 하품하면서 누워 있다. 그런 걸 투영시킨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하.

Q. 하와이 피스톨의 낭만적인 모습도 실제 모습에서 투영된 것 같다.
A. 스카프를 목에 둘러주는 장면에서 로맨틱함이 묻어난 것 같다. 물론 나 역시도 낭만을 추구하고 꿈꾼다. 낭만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평소에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 뿐이다. 어느 공간과 시간에 속해 있든지 그 공간과 시간을 감사하고 여유롭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Q. 하와이 피스톨은 하정우만의 캐릭터인 건 분명한데, 혹시 다른 역할 제안이 들어왔다면 '암살'에 출연했을까. 
A. 글쎄다. 사실 염석진(이정재 분)도 매력이 있다. 모든 작품 캐릭터는 주어진 대로 생각하지, 제안 받지 않은 다른 캐릭터를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하와이 피스톨 외에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진 않은 것 같다.

<span>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 최동훈 감독과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span>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 최동훈 감독과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 다작 그리고 연기 지론

Q. 당신은 다작을 해도 유일하게 소비되지 않는 배우다. 늘 배우로서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A. 그건 로버트 드니로가 알려줬다. 외국 배우들을 보면 정말 많은 작품들을 한다. 작품을 통해 실력을 연마하고 경험치를 올린다. 나 역시 작품을 통해 향상되는 부분이 크다.

Q.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해야 하는 고충도 만만치 않을 텐데.
A. 공격이 최고의 수비다. 계속 두드려야 골문이 열리지 않겠나. (웃음) 계속 그런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고 내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고수한다고 해서 고수되는 것도 아니더라.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새로운 장르를 찾고 색다른 인물을 연구해야 한다. 정체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span>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결혼과 아버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span>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결혼과 아버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 아버지 김용건 그리고 결혼

Q. 많은 이들이 하정우 만큼은 배우 누구의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MBC '나 혼자 산다'를 보면 여전히 젊은 감각으로 젊은 출연자들과 소통하는 아버지 김용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버지와는 평소 많은 대화를 하는 편인가.
A. 그렇다. 난 여전히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올해 아버지가 70세이시다. 그런데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작업하시는 게 대단하시다. 난 이제 고작 10년차인데 아버지를 보면 난 앞으로 연기를 40년을 더 할 수 있을까 싶다. 때때로 그렇게 열정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질문해보곤 한다. 아버지는 정말 워낙 오랫동안 젊은 친구들과 작업해오신 분이시기 때문에 감각이 전혀 뒤떨어지시는 분이 아닌 것 같다. 훗날 내가 아버지처럼만 멋진 배우로 보여진다면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Q. 결혼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나.
A.  정말 요즘은 결혼하고 싶다. 연기보다도 결혼 생각이 많다. 아버지가 곧 칠순이신데 보통 내 나이면 다들 아이가 있지 않나. 슬슬 압박이 온다. 그런데 상대가 있어야 하지. (웃음) 그래도 김용화 감독도 나이 마흔다섯에 장가갔다.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하하.

<span>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 흥행을 바라지만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피드백이 더 소중하다고 밝혔다.</span>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 흥행을 바라지만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피드백이 더 소중하다고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 영화 흥행 그리고 삶의 추진력

Q. 일각에서는 1000만 관객 동원을 예상하고 있다. 아직 필모그래피에서 1000만 영화가 없는데 혹시 내심 기록을 기대해 보고 있나. 
A. 모든 기대를 다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출연하는 영화를 재미있어 해주고 좋아해주고 기다려주는 관객들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멀리 바라보면 그런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것 만큼 즐거운 것이 없을 것 같더라. 그걸 지켜보는 게 더 좋다. 

Q. 어떠한 배우들은 일종의 성과가 추진력이 되기도 하는데 하정우를 있게 하는 추진력은 무엇일까. 
A. 교만하지 않고 하루를 감사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진짜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 요즘은 매주 성경공부를 하면서 말씀을 읽고 있다.

Q. 배우로서 공적일 수 있는 자리에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진 않은데. 
A. 그렇다고 어렵진 않다. (웃음) 지난해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면서 목사님께서 그러시더라. 내가 있는 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span>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이어 작품에 출연는 이유를 고백했다.</span>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이어 작품에 출연는 이유를 고백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 미국 진출 계획

Q. 하정우라는 배우에 대한 연기 호평은 말할 것도 없지만 언론이나 관객들 역시 당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A. 자주 만나니까 친근한 게 아닐까. 하하. 매번 작품을 일년에 두 편씩 꾸준히 하다 보니까 그게 쌓여가면서 정이 드는 것 같다. 벌써 10년이라는 시간도 오래됐고.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보면 반갑잖아. 같이 늙어가고. (웃음) 그런데 아무래도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기 때문에 마음이 통하는 게 아닐까. 난 당신들을 단순히 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보다 선배인 분들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새로운 시각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만나서 얘기하는 게 난 너무 좋다.

Q. 많은 이들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무명의 시절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언젠가 성공하는 배우들의 공통점은 뭐라고 보나. 
A. 대체적으로 인간성이 좋은 사람들이 깊이가 있는 것 같다. 느낌이 있는 사람, 좋은 사람들은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영화계 뿐만 아니라 뭐든 일하는 데 있어서 마찬가지이지 않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는가가 바로 일과 연결된다. 투명하게 일하는 사람이 열심히 하고 결국 그런 사람들이 인정을 받는다. 
 
Q. 화가로서는 미국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많은 이들이 하정우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데 가까운 시기에 미국 진출도 기대해도 좋을까.
A. 사실 미국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온 적은 있다. 하지만 미국 진출에 대해 확실히 구체적으로 결정을 지은 건 아니다. 다 때가 있지 않을까. 그때를 기다리겠다. (웃음)

<span>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향후 미국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뒀다.</span>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정우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향후 미국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aluem_chang@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