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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병꺽'을 아시나요…육·해·공 각군 은어도 제각각

해군, 함정 내 물건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는 작업 '나씽'
육군은 신병이나 새 물건에 짬빱+찌끄레기 합성어 '짬찌' 등 개성 넘치는 은어들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2015-08-01 08:50 송고
자료사진 (해병대사령부 제공) 2015.2.11/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자료사진 (해병대사령부 제공) 2015.2.11/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고춧가루 뿌린다"(육군), "독 피운다"(해군), "꼽질한다"(공군).
이는 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을 나무라거나 괴롭힌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들로 육·해·공군이 제각기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깔깔이(내피)'나 '추라이(식판)', 'A급(가장 좋은 보급품)' 같은 표현들은 전군 장병들이 두루 쓰는 군 내 대표적 은어들이다.

반면 육·해·공·해병대 각각의 개성이 담긴 은어들도 적지 않다.

1일 군 관계자들에게 문의해 각 군 병사들이 쓰는 그들만의 은어 몇가지를 정리해봤다.
해군의 경우 대표적으로 '나씽'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고 한다. 함정이 바다에 출동을 나갔을 경우 출렁이는 파도에 배가 흔들려 함정 안의 물건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경우가 있다. 이를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키는 일을 '나씽'이라고 한다.

이 표현이 어디서 연유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매듭'이라는 뜻의 영어표헌 knotting 이나 '끈'이나 '밧줄'을 의미하는 lashing에서 왔을 것으로 보인다.

'쇼핑'이라는 표현도 해군 장병들이 자주 사용한다. 물청소 등 일상적인 청소보다 큰 규모의 청소를 이르는 말로 이 표현 역시 어원을 짐작키 쉽지 않다. 비눗칠을 하다는 뜻의 영어표현 soap에 동사형 ing를 붙이면서 만들어졌을 것이란 추측만 있다.

업무나 작업에 충실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다는 뜻으로 "사이드 깐다"는 표현도 해군만의 독특한 은어다.

공군 안에서는 '병꺽(병꺾)'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군 장병들이 통상 특정 계급 복무기간 절반을 넘겼을 경우 "상병 꺾였다", "병장 꺾였다"라고 말하는 데, 공군의 경우 3군 가운데 병사 복무 기간이 가장 길다.

병장 복무기간도 7개월로 가장 길어 병장 계급 내에서도 꺾인 병장을 '병꺽'이라고 따로 부른다.

'신송'이라는 표현도 있다. 후임자에게 업무를 넘겨주는 인수인계 작업을 뜻하는 것으로 "(업무를) 새로 넘겨준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의 경우 가장 많은 병사집단이 모인 군인 만큼 은어도 풍성하다.

대청소는 '미씽(미싱)'이라고 표현하며, 새것이나 신병은 '짬찌', '짜치' 또는 '아쎄이'라고 부른다.

짬찌의 경우 복무 기간을 뜻하는 짬밥과 찌끄레기의 합성어라는 추측이 있고 '아쎄이'는 옛날 미군으로부터 공여 부품을 받을 때 포장지에 ASSY(조립 부품)라고 적힌 것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낡은 물건은 '폐급', 바닥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은 '나라시'라고 부른다.

기갑부대 등에서 소형소켓렌치는 '소깔', 대형소켓렌치는 '대깔'이라고 하며 전기가 합선되면 '아스났다'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해병대는 식당이나 주방을 '주계'라고 부른다. 주방할 때 '주(廚)'자와 조직이나 구역을 뜻하는 '계(界)'를 합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고 선임병은 '일수', 하사 또는 내무반장은 하사 계급장이 꺾인 것을 표현하는 듯 '깔꾸리'라고도 한다.

군 장병들이 쓰는 '은어'와 관련 군 당국은 언어순화운동 등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바른 표현을 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다. 화이바는 헬멧으로, 깔깔이는 내피로, 츄라이는 식판으로 교정해 사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내달께 군 내 잘못된 외래식 표현과 은어를 바른 표현으로 바꿔 정리한 '병영언어순화 지침서'도 발간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병영 내 언어순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병사들의 언어문화도 실제로 많이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다만 각 군의 특수한 환경에서 파생된 은어들의 경우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마땅치 않은 경우도 없지 않다. '나씽'이 아니라 '끈묶음'으로 순화하자고 해도 여전히 나씽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쓰지 않겠냐는 뜻이다.


bin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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