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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 웬 가정용 술?"…'술깡'을 아시나요? 탈세 백태

일부 주류 지입차량, 마진 나눠주고 도매업체 직원으로 위장등록
탈세 관련 물량 추적 불가능…도매업체 가짜세금계산서 발행 빈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15-08-04 07:10 송고
2015.07.31/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2015.07.31/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국내 주류업계의 탈세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과정에서 무자료 거래 및 가짜세금계산서 수수행위, 허위가공거래 등이 관례처럼 이뤄지면서 세금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거래과정에서 제조사 관계자들과 유통사, 지입차량들 간의 암묵적인 거래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영향이다.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일부 무허가 유통업자들이 도매업체에게 약 10%의 마진을 떼어주는 형식으로 손을 잡은 뒤 불법으로 주류를 도매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다수의 거래처(주류판매점)와 납품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도매업자들은 대형 고객인 이들의 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제조사-도매업체 탈세, 어떻게 이뤄지나?
2015.07.31/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2015.07.31/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영업권만 가지고 있는 일부 주류 지입차량 운영자들은 도매상에게 자신이 직원인 것처럼 등록한 후 박스 당 약 5~15%의 마진을 떼어준 뒤 나머지를 취하고 있다.

주류 도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모든 관련업계에 종사자들이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과정에는 제조사도 연루돼 있는데 현금거래가 아닌 경우 지입차량 관계자에게 현금전환이 가능한 상품권이나 라면, 커피, 쌀 등 현물을 주고 재고를 밀어내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른바 '술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도매업 면허를 보유한 업자들은 정상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만 지입차량들의 경우 세금계산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는다.

예컨대 A주류도매상이 B주류도매상(면허 없이 본인 차량을 A주류도매상 명의로 위장등록)에게 무자료로 주류를 넘겨준 뒤 B주류도매상이 세금계산서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제조사들의 경우에는 보다 많은 재고 물량을 판매처로 밀어내기 위해 도매업자에게 박스 당 1000~5000원 가량의 현금을 얹어주는 형태로 무자료 주류유통을 종용하고 있다.

프로모션 명목으로 계산서에 포함되지 않은 물량을 도매상에게 넘기는 것인데 이 물량이 프로모션에 사용되지 않을 경우 추적 불가능한 물량이 된다. 해당 물량은 타 지역 주점 등으로 저렴한 값에 납품된다.

아울러 일부 주류도매상들은 가짜계산서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 식당이나 주점에서 가짜세금계산서를 얻은 뒤 매입원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부가세 등 세금을 탈루할 수 있다.

주류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치 관례처럼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부분들이지만 적발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세무서에서 정기세무조사를 하고 있지만 지입차량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서 가정용 주류가 나오는 까닭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 News1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 News1


복수의 주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도 일부지역 장례식장에서는 가정용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이 업소용보다 값이 비싼 가정용 주류를 판매하는 이유는 주류세 부과자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신고 시 음식판매보다 주류세로 인한 과세가 많은 만큼 불법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

또 장례식장으로 넘어오는 물량 중 상당수가 프로모션 과정에서 발생한 추적 불가능한 주류(누락 제품)여서 값이 더 저렴하다.

장례식장 특성상 현금결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류판매를 통한 탈세가 보다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

노래방과 스크린골프장, 찜질방, 당구장에서 가정용 주류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소주와 맥주시장뿐만 아니라 전통주와 위스키, 와인 유통업계가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판매량 기복이 심하고 특정 제품만 찾는 소비성향이 강한 만큼 밀어내기 행태가 보다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주류 제조사 관계자는 "주류유통업자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소주나 맥주보다 전통주, 위스키, 와인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보다 심각하게 탈세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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