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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쉽게 풀어본 논란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A~Z

(서울=뉴스1) 김현 기자, 유기림 기자 | 2015-07-31 06:35 송고 | 2015-07-31 21:16 최종수정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에서 정문헌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5.7.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여야 정치권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 있다. 도대체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어떤 제도이길래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 제도와 이 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을 문답으로 정리해 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무엇인가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인구 비례에 따라 5~6개 권역(圈域)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의석수(지역+비례)를 할당한 뒤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다수대표제 방식으로 1인을 선출하는 지역구 선거는 동일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전국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현재의 비례대표제와는 다른 것이다. 유권자는 현재와 동일하게 '지역구 1표, 비례(정당 투표) 1표' 방식으로 투표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정수 300석을 기준으로 서울은 인구 비례(19.7%)에 따라 대략 60석(지역구+비례대표)의 의석이 할당된다. 중앙선관위 안(案)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1로 하게 될 경우, 서울 지역 의석은 '지역구 40(현재는 48), 비례대표 20'이 된다.

여기서 A당이 서울 지역에서 50%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A당은 전체 60석 중 30석을 배분받게 된다. 이중 지역구에서 17석이 당선됐다면 나머지 13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지역주의 구도가 완화되나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거로 '지역주의 완화'를 거론하고 있다. 

현행 비례대표제는 전국 단위의 명부에 따라 비례대표가 정해지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 의석을 싹쓸이하는 지역에서 약세 정당은 대표성을 갖기가 어렵다. 각 정당에서 약세 지역을 배려한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긴 하지만, 1~2명에 불과해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권역별 정당득표에 비례해 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약세정당도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은 대구‧경북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어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셈이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총선 득표율을 기준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본 결과, 새누리당은 야당 강세지역인 호남권(광주·제주·전남·전북)에서 4석을,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은 대구·경북 5석(비례), 부산·울산·경남 14석(지역 2, 비례 12) 등을 얻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이달 작성한 '그들은 왜 독일식 선거법 도입을 주창하는가'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지역주의 완화효과에 대해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추가로 얻는 의석은 상징적인 수준인데 반해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은 영남에서 실질적으로 의석을 크게 늘린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권역별로 정당명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지역주의 투표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어 지역구도 완화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정수가 늘어나나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게 되더라도 반드시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당선인결정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원정수 증원여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당선인 결정방식에 따라 병립형과 연동형으로 구분된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각각 독립적으로 선출하는 방식을 병립형(일본식 권역별 비례제), 양자를 연동해 당선인을 결정하는 연동형(독일식 권역별 비례제)이라고 한다.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전국을 11개의 권역으로 구분하고 지역구 300석과 별도로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180석을 결정한다.

다만, 병립형이라고 하더라도 의원정수 증원 논의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권역별 비례제의 도입 취지가 지역주의 완화인 것을 감안하면, 비례의석이 충분히 확보돼야 지역주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별 권역에서 지역주의 완화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비례의석이 확보돼야 하는지는 확정하기가 어렵다. 약세정당의 정당득표율, 다른 정당과의 상대적 득표율, 투표율, 권역의 크기 및 구성,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의 비율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4석, 새정치연합이 대구·경북에서 5석의 비례의석을 차지한 중앙선관위의 시뮬레이션도 비례의석을 '97석'으로 배정해 얻은 결과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종갑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적정 의석수로 '100석'을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지역주의 완화효과를 얻기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이 현재(54석)보다 상당수 늘어나야 하는데, 지역구 의석을 줄이지 못한다면 의원정수를 늘리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동형 권역별 비례제는 연동방식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지만, 독일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현재 중앙선관위가 제시해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독일식을 차용한 것이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제의 경우엔 '초과의석'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권역별로 의석수가 할당되지만, A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약진해 배분된 의석수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었을 경우 그 잉여의석은 초과의석이 된다. 이로 인해 의원정수의 유동성이 발생한다. 독일은 총의석의 유동성 때문에 정원이라는 표현 대신 '기준의석'이라고 부르고 있다.

예컨대, A정당이 서울 지역에서 5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해 전체 60석 중 30석을 배정받았지만, 전체 40개 지역구 중 35곳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배정 의석(30석)보다 5석을 더 얻게 된다. 이 경우 5석은 초과의석으로, 해당 정당의 의석보유가 인정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이 '1 대 1'(지역 299, 비례 299)인 독일은 초과의석이 역대 총선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02년 총선에서 5석에 불과했던 초과의석은 2005년 16석, 2009년 24석으로 늘었다. 중앙선관위가 300석을 기준으로 했던 선관위 시뮬레이션에서도 4석(서울 1석, 부산·울산·경남 3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했다.

독일은 초과 의석이 급증하자, 초과의석을 포함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보정의석 제도를 도입했다. 보정의석 방식은 각 정당의 의석배분이 정당득표율에 비례하지 않을 경우 의석을 추가로 배정해 비례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초과의석은 인정하지만, '보정의석' 제도는 배제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 하에 적합한 제도인가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대체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적용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 역시 의원내각제 국가다. 반면,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비례대표 제도가 자체가 없다.

각종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나타나듯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거대 정당이 과반을 점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데다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 기회가 넓어지면서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정치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통상 의원내각제 국가에선 집권을 위해 다수당과 소수당간 연정이 이뤄진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특징을 고려하면 대통령제보단 내각제에 적합한 제도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반대 논리 중 하나로 이를 꼽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이 발간한 정책보고서에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과 관련해 "대통령제 하에서 만성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이 전개돼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연은 또 "여소야대 타개를 위해 이질적인 세력간 권력분점을 전제로 하는 연정 구성이 불가피하고, 연정 내부 조율의 필요성에 따라 정치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저하된다"며 "연정의 파트너 정당이 거부하면 정책을 수행할 수 없어 책임정치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그것은 개헌 논의와 맞물려 가야 된다. 제도는 굉장히 좋지만, 이는 의원내각제와 궁합이 맞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등 대통령제 하에서도 충분히 연정이 가능한 것은 물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과 맞물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무슨 차이인가요?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로 각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고, 권역별로 정당득표 득표수 비율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B정당이 전국 정당득표율 10%를 얻었다면 전체 300석 중 30석을 배정받고 이후 권역별로 득표수 비율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가 할당된다.

배정받은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 의석 수 만큼을 빼고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동일하다. 각 정당의 총의석 배정을 권역별이 아닌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로 한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정의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권역 크기, 배정 의석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자칫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수정당의 의석확보를 배제시키는 제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전국단위로는 의석을 일정하게 확보할 수 있는 군소정당도 권역 단위의 경우엔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두고 입장차가 엇갈리고 있나요?

여야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각 당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보수층이 우리 사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점과 전통적으로 농어촌 지역이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 새누리당은 소선거구제와 다수대표제로 운영되는 지역구를 확대하되 진보적 성향이 강한 도시보단 보수 성향이 짙은 농어촌 선거구의 지역대표성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이번 선거구 재획정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가 불가피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해석된다.  

여연은 지난 5월 작성한 '19대 총선에 적용해본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시뮬레이션' 보고서에서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수 의석은 무너진다"며 "새누리당이 선진당과 보수연합을 결성한다고 해도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과 통합진보당의 진보연합과 의석점유율 면에서 초박빙구도가 형성되고 과반수 의석은 불확실해진다"고 전망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소선거구제와 다수대표제에 의한 지역구 선거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한계와 영남 지역에서 30~40%대의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의석수는 단 3석에 그치고 있는 등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인정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영남 지역에서의 의석수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여야간 세력균형을 꾀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중앙선관위가 19대 총선에 권역별 비례제를 적용한 결과에 따르면, 총 304석(4석 초과의석) 중 새누리당은 141석(지역 105, 비례 36)을 얻어 10석을 얻는 자유선진당과 합치더라도 과반(153석)을 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117석(지역 87, 비례 30)으로 19대 총선(127석)보다 10석이 줄어들긴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34석(19대 총선 당시 13석)을 얻어 야권도 151석으로 여권(151석)과 세력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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