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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제의 난' 주총서 결판? vs 신격호 결자해지?

'실권' 쥔 신동빈 회장 일단 유리…신 총괄회장 '창업주 프리미엄'도 무시못해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15-07-31 06:30 송고 | 2015-07-31 07:38 최종수정
"단란했던 한때" 신격호(왼쪽에서 둘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998년 고향인 울산 둔기회 모임에서 가족들과 찍은 사진. 왼쪽부터 두 번째 아내인 일본인 시게미츠 하츠코(重光初子)씨, 신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아들 정훈,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큰며느리 조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 규미, 신동빈 회장, 둘째 며느리 시게미쓰 마나미, 신 회장 아들 유열, 차녀 승은씨다.(사진=롯데그룹 제공)© News1

'결자해지(結者解之).'

롯데그룹의 경영 승계 다툼이 신동빈 회장와 그 외 오너 일가간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갈등을 푸는 핵심 키는 여전히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의 창업주이자 큰 딸 신영자(74) 이사장, 맏아들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 차남 신동주(60) 롯데그룹 회장의 아버지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는 빠져 있지만 탤런트 출신 서미경씨와는 막내 딸 신유미(32) 롯데호텔 고문을 두고 있다.

그는 자식들을 계열사 일선에 배치, 경영수업을 시킨 동시에 향후 후계구도를 가늠케 할 수 있는 주요 인사를 사실상 홀로 주도해왔다.

고령인 탓에 판단력과 의사 표현이 이전보다 못할 수 있지만 이틀 사이에 한국과 일본을 오간만큼 건강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위태롭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전체 경영권을 좌우할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데다 창업주 프리미엄이 여전해 이번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는 어떻게든 신 총괄회장의 의중대로 풀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 해임 된 작년말부터 후계구도 급변


최근 일련의 갈등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한국 롯데는 차남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맡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져 왔다. 신영자 이사장은 면세점 사업에 크게 기여,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런 지형구도가 깨지기 시작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맏아들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일본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 롯데상사, 롯데아이스 이사직에서 해임된데 이어 올해 1월 8일에는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해임됐다.

오너 일가, 그중에서도 장남의 해임을 주도할 인물은 신격호 총괄회장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 총괄회장이 후계자로 신동빈 회장을 낙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신동빈 회장은 지난 15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까지 오른데 이어 양국 롯데계열사간의 첫 합작사업으로 태국 시내 면세점 사업을 추진하는 등 '원톱 체제'를 확실히 구축하려 했다.

그러다 돌연 지난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영자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함께 일본 도쿄로 건너가 신동빈 부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을 지시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구두로 신 회장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대표 등 본인을 제외한 임원진 6명의 해임을 지시했고 실제 이런 인사 내용을 담은 문서가 도쿄 니시신주쿠 본사에 나붙었다.

하지만 곧바로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이사해임은 무효"라며 이튿날인 28일 이사회를 소집,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하며 반격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총괄회장 해임 결의 후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일본 언론에 알렸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가족간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순간이다.

일련의 해임건에 대해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측과 롯데그룹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직접적인 의지에 의한 해임이었고 직접 해임자를 가리켰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제대로 된 의지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측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작년말과 올해 초 일본롯데 주요계열사 임원에서 해임된 이후 수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용서를 빌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31일 "이 과정에서 신영자 이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 편을 들기 시작했고 최근 상당기간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외부인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접촉을 통제해 왔다"고 전했다.

또 지난 27일 오전 신격호 총괄회장이 손가락으로 지시했다는 롯데홀딩스 임원 해임도 실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뜻"이라며 대신 지목했다는 것이 롯데측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전 현직 임원을 불러 해임을 지시했는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곧바로 해임된 임원들에게 '축하한다,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는 신 총괄회장 정상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5.07.30/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주총으로 치닫는 경영권 승계 싸움, 우호지분 놓고 엇갈린 주장
 
하루사이에 뒤집어진 일본롯데홀딩스 해임 사건은 처음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가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자 한일 롯데그룹의 연결고리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우호지분 확보가 이번 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귀결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안갯속 국면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롯데홀딩스는 물론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실질적인 지배사인 광윤사의 지분율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있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두 회사 모두 비상장 기업인데다 지주회사로서 주주들의 동의가 있지 않으면 지분율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는 일본의 독특한 기업문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측은 우호지분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각각 주장한다.

신 전 부회장은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홀딩스 의결권은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대표로 있는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지분 33%를 갖고 있다. 나는 2%에 못미치지만 32%의 종업원지분(우리사주)을 합치면 3분의 2가 된다"며 "신동빈 회장의 의결권은 여기에 못미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동빈 회장과 한국 롯데그룹은 광윤사 지분을 제외한 최대 72%를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도 주주들의 대표격인 이사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총 7명 중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총괄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모두 해임안에 찬성한 것은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에 우호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 측은 해임된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정관변경을 위해 주주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주주총회가 열리면 우호지분을 바탕으로 이사진 교체를 호소할 계획이다.

◇여전히 실권쥔 신격호 총괄회장, '결자해지' 할까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개최여부, 시기 등은 아직 미정이다. 분명한 사실은 주총이 열리게 되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큰 타격을 입게 입게 된다는 점이다. 또 한쪽이 승리하더라도 롯데그룹은 '탐욕'을 쫓는 기업이라는 그룹 전반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신격호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오너일가간 극적 화해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신격호 총괄회장, 신영자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에 이어 둘째부인 시게미츠 하츠코가 30일 입국했다. 현재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최종적으로 입국해 이번 경영권 다툼과 관련한 가족회의를 열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갈등을 풀 수 있는 해결의 열쇠는 여전히 신격호 총괄회장이 쥐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신 총괄회장은 여전히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의 우호 지분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롯데홀딩스와 함께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L투자회사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대부분 대표로 있어 그룹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여전히 갖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의 나이에도 경영권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본인이 이루고자 했던 숙원사업을 힘이 다할 때까지는 추진하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거의 마지막 남은 창업 1세대로서 신 총괄회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015.07.30/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2015.07.30/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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