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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상설·장남 쿠데타' 롯데, 현대그룹 '형제의 난' 재현하나

신동주 전 부회장 경영권 탈환 시도 실패, 15년전 현대그룹 사태와 오버랩
분쟁 반복 가능성 높아…신격호 총괄회장 지분 향방이 관건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2015-07-29 06:10 송고 | 2015-07-29 14:20 최종수정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 2015.01.13/뉴스1 © News1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 2015.01.13/뉴스1 © News1

신격호 총괄회장(94)의 강한 리더십 아래 70여년간 굳건하던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과 함께 내홍을 겪고 있다.

재계에서는 창업주인 아버지가 고령이 되면서 건강 이상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형제끼리 그룹의 승계권을 놓고 다투는 모습을 두고 15년전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과 겹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94세 아버지 앞세워 경영권 탈환 시도, 하루만에 실패

29일 외신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대신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는 최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거머쥔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의 뜻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이 아버지를 해임시킨 이유는 하루전인 27일 열린 롯데홀딩스의 또 한번의 긴급 이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날 장남인 신 전 부회장에게 이끌려 4년만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를 열어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최근 자신의 뜻에 따라 선임된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신 회장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주말부터 사업 보고를 받기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었던 신 회장은 27일 이사 해임 결정이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28일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무산됐다.

◇15년전 현대그룹 '형제의 난'과 오버랩

이번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15년 전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과 오버랩된다. 당시 현대그룹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 사이에 승계를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우선 롯데와 마찬가지로 당시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 역시 고령이었다. 오전과 오후 결재가 다르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경영판단이 어려웠었다고 전해진다.

주력기업을 두고 파워 게임이 벌어진 것도 비슷하다. 당시 현대그룹은 주력인 현대차를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났다. 이번에 분쟁이 일어난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한국 롯데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최정점은 아니지만 그룹 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다만 당시 현대그룹은 명확한 후계구도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분쟁인 반면, 현재 롯데그룹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에게 무게추가 크게 기운 상태다.

결국 현대그룹은 형인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그룹만 가지고 내쫓기듯 계열분리가 됐고,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그룹을 이어 받았다.

이에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과연 현대그룹처럼 형제간에 계열을 분리하는 식으로 될 지, 아니면 한명이 독차지하게 될 지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2015.07.28/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분쟁 소지 여전히 남아, 아버지 지분 누가 받느냐가 관건

아울러 재계에서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보유 지분이 비슷한 만큼, 또다시 형제의 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찌감치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동생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 등 다른 형제들과 연합할 경우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이 안정적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서는 둘다 20% 정도씩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롯데의 다른 주요 계열사에서도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13.45%로 0.01%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밖에 △롯데제과 신동빈 5.34%-신동주 3.95% △롯데칠성 신동빈 5.71%-신동주 2.83% △롯데푸드 신동빈 1.96%-신동주 1.96% △롯데건설 신동빈 0.59%-신동주 0.37% 등이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지분은 형제 모두 가지고 있지 않다.

관건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이 누구에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롯데그룹의 주인은 바뀔 공산이 크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물론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즉 이 지분을 누가 받느냐에 따라 명실상부한 롯데그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번 일과 비슷한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은 높다"며 "결국 고령인 아버지의 지분을 누가 이어받게 될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도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워낙 고령인데다가 최근에는 일본에 거의 가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일각에서는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건강 이상설이 주기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최근까지도 주요계열사 사장들에게 보고를 받고, 앞으로도 보고를 받을 것이라면서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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