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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가계부채대책…"빚내라더니, 집살만 者만 대출받아라?"

LTV·DTI, 1년 연장…은행권 리스크 줄이기에만 나서
전문가 "저소득·자영업자, ·젊은층 규제 영향 더 커"
정부 "정상적인 내집마련 수요자 등은 대출 더 쉬워"

(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 | 2015-07-28 11:36 송고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전세가격이 평균 1000만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간 전세가격이 76개월 연속 오르면서 60%이상 치솟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전세가격이 평균 1000만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간 전세가격이 76개월 연속 오르면서 60%이상 치솟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저소득·자영업자와 젊은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은행권의 리스크 줄이기에만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오히려 다른 용도로 사용됐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관리하면서 실질적인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계획을 세워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대출 수요자가 줄어들어 은행권의 수익이 준 만큼 '갚을 여력이 있는 건실한 금융 소비자'에 대한 우대가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제2금융권 퇴로 차단, 저소득·자영업자·젊은층 대출 부담 ↑
28일 정부에 따르면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통해 가계부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변동·만기일시상환 대출을 고정·분할상환 대출로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사실상 변동·만기일시상환 신규 대출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기존 대출자도 만기가 도래 전까지 고정·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올해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최저금리를 이용해 매매전환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20~30대의 실수요층의 가계빚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권에 따르면 6월 기준 30대의 주담대액은 전년 대비 25%가 늘었으며 20대는 지난해보다 무려 45.6%가 많은 5조7321억원을 주택구입을 위해 대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하는 사람들은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 등도 이제 은행은 쳐다볼 수도 없게 됐다. 정부가 담보위주 대출심사에서 소득증빙 자료를 중심으로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제도가 내년에 시행되기 때문에 미리 대출을 받는 수요자들은 차후 문제더라도 이미 집을 산 수요층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가 않다.

여기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9월부터 상호금융권의 토지·상가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 한도를 현행 60%에서 50%로 줄이기로 하면서 사실상 퇴로도 차단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한책임대출(비소구대출)을 도입해 취약계층의 부실 문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비소구대출은 부도 발생때 채무자의 상환 책임을 해당 담보물로 한정하는 제도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다면 집을 포기하는 대신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비소구대출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 시범적용 검토
이번 관리방안에서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비해 한 발 물러 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온 국토교통부는 비소구대출을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에만 시범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소구대출로 집값하락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어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소구대출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비소구대출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논할 때 얘기됐던 것인데 최근 정부가 제시한 가계 부채 억제 방안과 맥락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비소구대출 도입은 금리 인상, 시장 변화 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겠다는 것이지만 담보 등으로 대출 부담을 감소시켜 대출로 집을 사도 괜찮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며 "'주택소유권'에 대한 대출자들의 애착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시범사업의 경우 시중은행이 아니라 주택기금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소구대출과 가계대출 관리방안은 엇비슷한 취지로 대출을 해주는 사람도 그냥 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라는 것"이라며 "지금은 담보에 대한 추심만 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하게끔 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주담대를 관리함으로써 내집마련이나 전세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신용을 담보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은행도 담보대출에 따른 이자 수익이 줄기 때문에 신용이 우수한 서민들을 우대할 수 있어 대출이 보다 쉬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LTV·DTI 완화 연장…은행 재무건전성만 보는 정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정작 가계부채 부실을 키운 LTV나 DTI는 손도 대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라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내기 위해 LTV·DTI를 완화하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데 이어 이달말 시효가 만료되는 LTV·DTI 완화 조치를 1년간 더 연장하기로 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전년 말 대비 31조5000억원 증가한 347조8000억원이다. 이중 LTV 60%를 초과한 대출은 87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7조원 늘었다. 전체 주담대 증가분의 85%가 LTV 60%를 초과한 위험대출인 셈이다. 2013년 말 기준 LTV 60% 초과 대출 잔액이 전년 말 대비 6조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깝게 폭증한 것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을 통해 "이번 정부의 대책은 금융기관의 재무적 건전성에만 관심을 기울인 반쪽짜리"라며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의 기존 부채에 대한 채무조정과 손실 분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이나 20·30대의 채무에 대한 우려 속에 은행은 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늘수록 리스크가 줄어 건전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는 분할상환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현재의 33% 수준에서 2016년 말까지 40%와 37.5%, 2017년 말까지 45%와 40%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볼모로 잡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오히려 정부 비난 여론만 들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방향은 맞지만 가계 소득개선 문제도 다뤄져야 해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들도 함께 나와야 하며 소득 증빙이 제대로 안되는 자영업자, 사회초년생, 노년층 등 대출 능력이 안되는 소득층에 대한 정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출이 강화되면 서민가구의 대출규제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의 경우 이같은 대출규제가 전월세 보증금 마련이나 내집마련 주택자금 마련의 제한으로 이어지면 안된다"면서 "공유형 모기지처럼 저리로 공급되는 정책모기지가 빈틈을 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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