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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독극물 사건에 휘말린 농촌마을…'망연자실'

(대구ㆍ경북=뉴스1) 피재윤 기자 | 2015-07-15 18:57 송고
상주시 공성면 한 마을회관에서 음료수를 마신 뒤 병원으로 옮겨진 신모(86·여) 할머니의 남편 김모 할아버지가 취재진과의 인터뷰 이후 힘없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2015.7.15/뉴스1 © News1


조용하던 경북 상주시 한 농촌마을이 독극물 사건에 휘말렸다.

15일 취재진이 이 마을에 들어서자 집 마당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주민들만 간간히 눈에 띠었다.

마을회관에서 음료수를 나눠 마신 뒤 쓰러졌던 할머니 가운데 정모(86·여)씨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듯했다.

42가구 80여명의 주민들이 한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터진 것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별 탈 없이 모두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주민들은 침통했다.

마을회관 등을 수사하던 과학수사대의 대형버스가 마을을 벗어날 때쯤 넋 없이 버스를 바라보고 있던 할아버지 한분.

해쓱해진 얼굴의 이 할아버지는 음료수를 마신 뒤 병원으로 옮겨진 신모(65) 할머니의 남편 김모 할아버지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내 걱정에 식사도 거른 듯 했다.

취재진이 말을 걸자 할아버지는 "조용하던 마을에 도대체 무슨 난리인지 영문도 모르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식구(아내)가 들고 간 감자 껍질을 다 벗기고 냉장고에 있던 음료수를 반 컵씩 나눠 마셨다는데 이 난리가 난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대화를 하고 있던 할아버지 앞으로 SUV차량을 몰고 가던 이웃이 멈춰 섰더니 안부를 물었다.

할아버지가 힘없는 목소리로 "식구(아내)는 좀 나아져 그나마 다행인데 다른 할머니들이 걱정"이라고 하자 이웃도 할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한 듯 더 이상의 말을 걸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마신 음료수에 농약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말을 걸기도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엿보였다.

이웃 간의 웃음소리도 어제오늘 사라지고 적막감이 감돌았다.

골목길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축사에서 소 울음소리만 간간히 울려 퍼졌다.

한동안 말없이 들녘만 바라보고 있던 할아버지는 긴 한숨을 내쉰 뒤 내키지 않은 발길을 옮겼다.

오후 들어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 뒤 마을에서는 더 이상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었다.

한 가족처럼 지내던 조그마한 시골마을이 난데없는 독극물 사건 충격에 텅 빈 항아리처럼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친자매처럼 사이좋던 할머니들끼리 음료수를 똑같이 반 컵씩 나눠 마시고 한날 한 시에 변고를 당했다"는 김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에 가슴이 아렸다.




ssana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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