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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정과리, "한국문학 위기 '상업성·비평부재·작가중심'의 합작"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07-10 14:20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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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사태로 인해 한국문학의 권위가 곤두박질치고 독자들의 환멸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문학의 기사회생을 위한 문인들의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이인성 소설가, 김혜순 시인, 문학평론가 정과리와 성민엽 등 중견 문인들은 '탈자본'을 기치로 자유로운 문학실험을 할 수 있는 문학공동체 '문학실험실'을 설립했다.

문학실험실은 1990년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현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김현문학패’를 제정해 올해부터 시와 소설 분야에서 시상하고 3월과 9월 일년에 두번 내는 문학 전문지 '쓺-문학의 이름으로'를 9월에 창간하기로 했으며, ‘문학실험실 포럼’을 정례화해 오는 9월 ‘김현 비평의 역동성’을 주제로 제1회 행사를 예정이다.

창단을 주도한 4인 중 한 명인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1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창단의 취지와 한국문학의 문제점 등을 밝혔다. 정 씨는 한국문학의 위기가 출판사의 상업성, 비평의 부재, '작가 중심주의'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정과리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출범 선언문엔 '이 땅의 문화를 황폐화하는 악성 시장논리에서 멀찌감치 해방된, 문학적 자립과 자율이 보장되는 문학 공간'이라고 돼 있는데 문학실험실은 어떤 단체인가. 

▶일종의 사단법인이다.  주도하는 문인들 4명, 실무를 맡은 3명으로 꾸려졌다. 한국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빈사상태에 이르렀다는 징후는 2014년부터 더욱 두드러졌다. 2013년 출판사들이 포털사이트와 연계해 소설을 엄청나게 연재했는데, 누리꾼들은 작품에 대한 험한 말을 내뱉고 연재물들은 퇴고되지 않은 채로 출간되면서 문학의 권위가 추락했다. 이로 인해 2014년에 소설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이 급감해 현재는 10년전 5만부를 팔던 작가가 1만부도 못파는 현실이 됐다. 이를 두고만 볼 수 없어 이인성 작가가 지난해부터 이의 결성을 제안했다.

-단체 이름에서도 '실험'이 들어있는데 독자들은 최근의 시나 소설, 평론조차도 너무 난해해졌다고 보고 있다. 너무 어려운 문학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문학이 난해해진 것은 아니다. 소설을 예로 들면 아이디어가 다양해졌지만 작품에 그에 걸맞게 제대로 짜여지지 못해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든 것이다. 비평의 경우 대학 연구자 중심으로 흘러가 버려 일반독자들이 읽을 비평이 없었던 것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였던 이유다.
 
-한국문학이 이처럼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경숙 사태가 불거진 후 지적된 대로 출판사가 상업주의에 물든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이외에도 비평이 제 역할을 못한 것, 작가들이 비평을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였던 것 등도 이유라고 본다. 비평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거나 심지어는 '영업방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비평가들은 감정싸움이 될까봐 작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고 유명 작가를 내세운 출판사의 상업적 전략까지 맞물려지면서 20여년간 작가 중심주의가 형성됐다. 비평가들이 학교에 터를 잡으면서 비평의 학문적 성격이 강화됐고 독자들이 읽을 만한 비평이나 새롭게 부상하는 작가들 개개인을 상대로 한 비평이 이뤄지지 않았다.

-20여년간 작가중심주의가 형성됐다고 했는데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나.

▶20여년 전에는 비평이 도리어 너무 고압적이어서 작가들이 끌려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987년 6월 항쟁 등 민주화의 물결로 작가들도 자기 권리를 찾아나가기 시작하면서 작가들이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때 창작자와 비평가 사이의 치열한 대화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출판사가 스타 작가를 만들고 그에 의존하는 상업적 전략을 취하면서 작가 중심주의가 강화됐다. 

-문학의 위기는 전세계적인 현상 아닌가. 탈상업적 본격문학, 실험적인 문학을 시도하는 것으로 한국문학의 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보는가.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더 극심하다. 독자들은 일본 수필은 읽어도 한국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문학의 위기는 나라별로 편차가 커서 여전히 잘 버티고 있는 문학이 있는가 하면 어떤 문학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리의 의도는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한국문학을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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