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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끝나지도 않았는데…의료단체 '보건부' 신설 다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6일 국회 기자회견서 '보건부' 독립 주장
대한한의사협회 "의사들 자리챙기기 일뿐" 반대 성명…해묵은 갈등 수면 위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5-07-06 16:20 송고
보건부 독립 신설을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 News1
보건부 독립 신설을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 News1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는데도 보건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놓고 보건의료단체들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확산세가 멈춘 뒤 후속 조치로 논의해도 충분할 사안을 놓고 메르스 환자 진료에 전념해야 할 의료인들이 벌써부터 다툼을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부 신설을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두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사태 같은 국가적 재난위기 상황에서 보건과 복지 분야가 공존하는 정부 조직체계로 인해 신종 감염병 확산을 조기에 막지 못 했다"며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 신설해 위상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메르스로 피해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보상하도록 메르스 특별법을 제정하고, 재발 방지 및 중장기 대책 수립을 위한 '가칭 범정부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의사단체가 보건부 신설을 주장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 단체는 보건의료 정책이 고도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발휘하려면 별도 부처로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해서 해왔다.

보건과 복지부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 부처로는 보건 정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해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인식이 깔렸다.

여기에는 역대 보건복지부 장관 중 의사 출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나 현 정부에서도 의사 출신 장관은 나오지 않았다.

의사단체는 법무부나 외교부는 법조인이나 외교관 출신이 부처 수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관례인데, 복지부는 경제학자나 행정관료 출신이 계속 임명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도 보건부를 별도 부처로 인정하고 있고, 의사 면허를 가진 전문가가 장·차관으로 임명되면 현장 경험을 살리고 보다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보건 정책과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건부 신설을 의제화하겠다는 의도 역시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부 신설을 반대하는 대한한의사협회./© News1
보건부 신설을 반대하는 대한한의사협회./© News1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오후 보건부 신설 주장은 의사 출신 장·차관 만들기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한의협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메르스 사태를 지휘한 주요 공직자인 질병관리본부장과 질병예방센터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등이 모두 의사 출신"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을 이유로 보건부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국가방역체계 개선은 메르스가 종식된 후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며, 보건부 분리 독립을 검토한다고 해도 행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보건의료 행정공무원들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아직 메르스는 끝나지 않았으며 국가의 모든 자원은 국가 재난 사태를 완전히 종식시키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보건부 독립은 그 이후에 논의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 보건의료 시스템상 보건부가 신설되면 의사 출신이 주요 자리를 꿰찰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의사들은 이 점을 우려한다.

진료영역을 둘러싼 의사-한의사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한의학을 외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일부 의사단체는 한의학이 전통의학이나 대체의학 수준에 머물고 있고 통합의 대상이며, 의사와 한의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해왔다.

실제 이날 의협과 병협 기자회견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다른 보건의료단체는 참석하지 않았다. 주요 보건의료 정책에 한목소리를 내오던 것에 비춰보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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