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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까기]'너사시' 하지원, 30대 여성들의 자화상

(서울=뉴스1스포츠) 유수경 기자 | 2015-07-06 07:00 송고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넓어졌다. 그만큼 여자들도 치열하게 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신데렐라를 부러워하던 것은 옛말. 본인의 능력으로 인정 받고, 부와 명예를 누리려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놓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랑이다. 상사에게 시달리고, 어린 후배에게 치이고, 집에선 시집 가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변변한 연애도 못하는 이들이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는 늘 '설렘'을 향한 열망이 있다.

SBS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의 주인공 오하나(하지원 분)는 전형적인 '건어물녀'다.  

건어물녀란 일본 만화에서 유래한 말로, 직장에서는 매우 세련되고 능력있는 여성이지만 일이 끝나면 집에서 운동복을 입고 머리를 대충 묶은 채 맥주와 오징어를 뜯는 여성을 일컫는다. 일에 치이고 휴식이 필요하다 보니 혼자 쉬게 되고, 연애를 잊게 되는 것이다.

엉망으로 어질러진 방에서 동영상을 보며 낄낄대는 오하나에게 엄마는 "주말인데 어디 안 나가?"라고 묻는다. 오하나는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주말인데 어딜 나가"라고 응수한다.


SBS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의 오하나(하지원 분)는 전형적인 '건어물녀'다.  © News1스포츠/ SBS
SBS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의 오하나(하지원 분)는 전형적인 '건어물녀'다.  © News1스포츠/ SBS

 

그런 오하나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게 바로 인턴 기성재(엘 분)였다.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연하남은 강렬한 눈빛을 쏘면서 하나를 설레게 한다. 엄연히 상사인 오하나에게 "밖에선 팀장님 아니지 않냐"라며 "누나"라고 거침 없이 부르는 그의 모습에 하나는 설렌다. 사실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래서 더욱 두근거리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성재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일부러 팀장을 유혹했던 것.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하나는 크게 상처 입고 오열했다. 오랜 친구 최원(이진욱 분)은 하나를 위로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다. 사실 최원은 17년 간 하나를 짝사랑했지만 마음을 숨긴 채 '남자 사람 친구'로 하나의 곁에 머물고 있다.

원과 맥주를 마시던 하나는 말한다. "스물 네 살 땐 서른 네 살은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줌마 소리 들을 나이가 되면 설레고 좋고 슬프고 이런 감정들이 달라질 거 같았거든"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20대 초중반에는 서른 살 쯤 되면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한다.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엄청난 골드미스가 되어 있을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30대가 되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소수의 얘기일 뿐이다.

결국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실연 아닌 실연을 당한 하나는 자책한다. 그는 "혼자 설레고 혼자 차이고 골병까지 나면 진짜 오버지"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추스린다. 오랜만에 느낀 설렘이 수포로 돌아가자, '역시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하나의 모습이 안타깝다.

어릴 때는 다양한 경로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안에서 연애도 쉽게 이뤄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만남의 폭도 좁아진다. 오하나는 최원에게 "늙어서 나 양로원 가면 찾아와줘야 된다"고 강조하며 약속을 받아낸다. 그는 "매일 일에 파묻혀 살고 남자도 없고 어디 가서 사람을 만나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미혼의 30대 여성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너를 사랑한 시간'은 오랜 시간 친구였던 남녀가 30대가 되며 겪는 성장통을 그린 드라마다. 사랑과 우정 사이 묘한 긴장감도 재미를 주지만 하지원의 모습이 30대 직장 여성들의 애환을 대변해 더욱 마음이 짠하다. 그러나 실망하기엔 이르다. 로맨틱한 '남사친' 최원이 곁에 있고, 지난 밤에는 옛 사랑 차서후(윤균상 분)도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하나의 삶이 앞으로 어떤 일들로 채워질지 기대가 된다.




uu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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