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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반대) vs '네'(찬성)…그리스 투표 후 3가지 시나리오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5-07-04 17:15 송고
3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도심에 운집한 채권단 구제금융 반대 측 지지자들 © AFP=News1
3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도심에 운집한 채권단 구제금융 반대 측 지지자들 © AFP=News1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 국민투표가 5일 치러진다. 3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국제 채권단이 내놓은 구제금융 개혁안에 대한 찬반 여론은 44.8%, 43.4%로 팽팽히 맞선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내놓은, 투표 이후 전개될 수 있는 3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1. 구제금융 찬성과 치프라스 퇴진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등 그리스 정부 고위 관리들은 국민들이 찬성을 선택하면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역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신속하게 정부가 구성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에서 온건 세력이 있다면, 의회 내 다른 3개 주요 정당들과 거국 내각(national unity government)을 꾸릴 수 있다.

일각에선 시리자 내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야니스 드라가사키스 그리스 부총리가 총리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선례도 있다. 2011년 말에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총리로 지명돼 연정을 이끌면서 2차 구제금융 협상에 동의했다.

이는 그리스가 기존 노선을 바꿔서 7월 20일 이전에 추가 구제금융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다. 7월 20일은 ECB의 부채 35억유로의 상환 만기일이다.

ECB의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ECB는 현재 그리스 은행들에 제공하는 생명줄인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 그리스는 은행들이 영업을 재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화폐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새로운 구제금융을 놓고 심각한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여름 동안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간극을 메우는 프로그램(bridging program)"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리자 내에서 온건파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연립정부 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곧바로 총선을 치르고자 한다면, 7월 20일을 넘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아테네에 3일(현지시간) 모인 구제금융 찬성 지지자들 © AFP=News1
그리스 아테네에 3일(현지시간) 모인 구제금융 찬성 지지자들 © AFP=News1


2. 찬성과 치프라스 퇴진 거부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들이 찬성을 선택하면 채권단의 요구에 동의하고, 국민들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점차 많은 유로존 관리들은 치프라스 총리와는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특히, 지난 1일 치프라스 총리가 TV연설을 통해 유럽 정상들이 그리스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에 갈등은 돌이키기 쉽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문제는 채권단이 반목과 갈등을 내려놓고 다시 협상에 임할 수 있느냐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과 관련해 치프라스 총리는 더 이상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무장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하지만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과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 등 일부 관리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 맡고 있더라도 그리스 정부와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찬성이 다수로 나오면 개각이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시리자와 연정 상대인 우파 그리스독립당이 친EU 정당인 투 포타미로 바뀌는 것이다. 일부 유로존 관리들은 협상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변화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7월 20일 이전에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3일(현지시간) 아테네 신타그마광장에서 열린 구제금융 반대 시위에서 연설했다. AFP=뉴스1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3일(현지시간) 아테네 신타그마광장에서 열린 구제금융 반대 시위에서 연설했다. AFP=뉴스1



3. 구제금융 반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 유럽 정상들은 반대가 다수로 나오면 유럽과의 관계단절이자 유로존을 떠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들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 독일 매체는 강성인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당내 비공개 회의에서 반대 다수가 그렉시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러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반대 다수가 나와도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협상이 재재된다고 해도, 이것이 지난 수개월 동안 결실을 맺지 못했던 이전 협상보다 쉬워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 다수가 나온다면, 반긴축 정책을 추진하라는 보다 강한 명령을 국민들로부터 받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더욱이 신속한 해법을 위해 그동안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던 다수의 현안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시장 개혁 등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 이것들이다. 이로 이해 향후 협상은 이전보다 훨씬 더 힘들 수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벌어진 협상은 단지 구제금융 미집행 분할금 지급이 대상이었다.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지난 2일 네덜란드 의회에서 반대 다수는 "새로운 (구제금융) 프로그램(추진)을 위한 기초가 없다는 것의 의미할 뿐 아니라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에 대한 (잔류의) 근거가 있는지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팽 장관과 모스코비치 집행위원은 협상 재개를 촉구할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유로존 관리들은 국민들이 반대를 선택하면 협상이 재개되지 않고 7월 20일은 구제금융없이 다가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렉시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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