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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D-3]올해 시장규모만 10조…신규특허는 여전히 '좁은문'

'유커' 무서운 증가세, 면세점 시장 규모도 최소 2~4배 이상 팽창 전망
서울 시내 면세점 도전 21개 기업 중 기회는 3곳 뿐 "진입 장벽 더 낮춰야"
"일본, 중국 면세점 확장 열 올리는데…우리만 현실 안주"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15-07-07 06:20 송고
2015.07.03/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2015.07.03/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국내 면세점 시장은 유커(중국인 관광객) 덕에 향후 2~4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기업의 시장 진입 관문은 지나치게 좁아요."

오는 10일 관세청이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에는 21개(일반경쟁 7개, 중소·중견 14개 기업) 기업이 몰렸다. 이중 살아남는 기업은 일반경쟁 2곳, 중소·중견기업은 1곳 등 단 3곳 뿐이다.

선정되는 기업들은 팽창일로에 있는 면세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아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올인'하다시피한 입찰 실패로 인해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면세점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급성장했지만 산업 자체의 경쟁력에는 의문이다. 특히 중국, 일본 등 주변 경쟁국이 면세점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극적은 육성책을 펴고 있어 머지 않은 시점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면세점 사업을 국가 전체의 경쟁력 차원에 접근, 기회 확대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싸고 믿을 수 있는 한국 면세품", 유커에 힘입어 시장규모 세계 1위
7일 면세·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3년(6조8326억원) 대비 21.6% 성장한 8조3077억원 규모다. 이는 세계 1위 시장 규모로 2009년 이후 줄곧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올해는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면세점 시장의 거듭되는 팽창은 유커의 폭발적 증가 덕이다. 2014년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는 전년비 41% 증가한 612만명이다. 이는 전체 외래관광객(1420만명) 중 가장 높은 43%의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는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7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내주기로 한 것도 이같은 유커 증가세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각기 '한류', '문화', '관광' 등을 내세운 특색있는 면세점을 제안하며 사업권을 따내려는 것도 유커 증가에 따른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서다. 

중국 국무원 직속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2014년 중국 본토인의 해외 관광인원은 전년비 16% 증가한 1억14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중화권 관광지인 홍콩, 대만, 마카오를 뺀 관광객 숫자는 4410만명이다.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13억6780만명의 3.2%에 불과한 숫자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내국인 출국자수가 전체 인구의 31.9%인 1608만명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해외여행 증가 잠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유커가 우리나라를 선호하는 데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과 한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쇼핑, 특히 면세품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중국은 면세품에도 이른바 '짝퉁'이 넘쳐나 유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홍콩은 전체가 특별경제구역으로 어디서든 면세상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비싼 임대료가 반영되는 탓에 가격경쟁력이 약하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지리적으로 먼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과거사 등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국내의 한 면세점 관계자는 "유커 입장에서 우리나라 면세품은 가격도 저렴한데다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며 "국내 면세시장이 이처럼 커질 수 있었던 데에는 주변 경쟁국과의 비교에서 지리적으로나 가격적으로 확실히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5.07.03/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2015.07.03/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일본, 중국은 뛰는데…우리만 현실 안주"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면세시장이 변화무쌍한 국제정세와 시장상황에 따라 급격한 쇠락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의 엔저공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으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유커의 발걸음도 상당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에서 '타도 한국'을 선언한 일본의 공세가 특히 무섭다. 일본은 관광객 유치 확대와 더불어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막까지 면세품을 팔수 있는 중소규모 상점을 2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물가가 비싼 일본은 소비세·관세·주세 등을 면제해주는 소규모 면세점이 확실히 경쟁력을 갖는다. 
 
도쿄만에 위치한 인공섬인 오다이바에는 명품을 취급하는 대형 시내면세점도 오픈한다. 유커를 겨냥해 과거 공항면세점에서만 취급하던 명품을 시내 면세점에서도 판매에 나서는 것이다. 명품을 취급하는 대형면세점은 육성하되 일본 특산품 위주의 중소규모는 사실상 진입 장벽을 풀어 국가 전체의 쇼핑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도 자국민의 쇼핑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중국은 국영그룹인 중국면세품그룹(CDFG)을 통해 연면적(건축물 바닥면적 합계) 7만2000㎡ 규모의 세계 최대 리조트형 면세점을 지난해 8월 오픈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내국인들도 섬을 나서면 면세품을 똑같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자국민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연택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일본, 중국은 이미 수년전부터 국가적으로 뛰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만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번에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늘리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면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면세사업 기업 열의, 국가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활용해야"

예를들어 2013년 정부가 관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은 총 특허수의 30% 이상,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은 특허의 6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면세사업 특성상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규제가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면세점이 유커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다수 유치한 때문"이라며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이 대부분 대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면세점 매출의 70~80% 가량을 외국인이 차지하는 글로벌 시장인 것을 감안, 면세점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확실히 각인될 수 있는 면세점, 다시 찾고 싶은 면세점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야 한다"며 "한류, 문화, 관광 등과 연계해 기업별로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 면세점 아이템들을 가급적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면세점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영토확장 경쟁을 벌이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년 기준 세계 2위 규모 면세기업인 듀프리(Dufry·37억 달러)는 지난해 6월 세계 7위 기업인 뉘앙스(Nuance·23억 달러)를 인수했다. 두 기업 모두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각각 연 3조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세계 1위 면세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계열 DFS(46억 달러)는 올해 월드듀티프리(WDF)를 인수하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안 교수는 "면세점을 국내 시장의 틀에 한정짓다 보면 정작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대표선수를 지금부터 육성하되 우리나라도 중소상점의 세금 환급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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