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치즈 많이 먹는데도 우유 남아돌아..가격차가 만든 비극

국내 소비된 치즈 가운데 국산 치즈 4.4% 불과
수입산 원유값 국내산 4분의 1...가공업체 치즈제조에 수입원유 선호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5-07-05 06:00 송고 | 2015-07-05 12:03 최종수정
© News1
© News1


치즈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산 우유의 공급과잉을 줄이는 데 전혀 도움이 못되고 있다. 국내 원유값이 수입산의 4배수준에 달해 유가공업계가 치즈 원료로 수입산 원유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서다.

    

4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치즈 소비량은 2010년 1.8kg에서 2014년 2.4kg으로 33% 늘었다. 1인당 2.4kg이 적다 생각하겠지만 이를 우유소비량으로 환산할 경우 26.4kg을 소비하는 것과 똑같다. 우유 1kg으로 치즈 90g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인당 흰우유 소비량과 맞먹는 양이다.

    

반면 인구감소와 대체음료 개발로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줄고 있다. 2010년 27.6kg에서 2012년 28.1kg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해 2014년 26.9kg로 내려앉았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치즈 소비가 느는데 왜 낙농가와 유가공업체는 우유가 남아돈다며 어렵다는 말만 할까. 원인은 두가지다. 따뜻한 날씨로 원유 생산이 평년보다 4% 늘어나 공급이 넘쳐나서다. 또 다른 이유는 치즈와 같은 우유를 사용한 가공제품의 소비는 늘고 있지만 대부분 수입산 원유를 사용해 국산 원유 소진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치즈 10만1000여톤 가운데 순수 국내산 치즈는 4429톤으로 4.4%에 불과하다. 나머지 95.6%는 미국과 유럽연합, 뉴질랜드에서 수입됐다.

    

국산 원유 가격이 비싸 유가공업체들이 수입산 원유를 선호한 결과다. 1995년 치즈 수입이 개방되기 전에는 대부분 국산 원유로 치즈를 만들었다. 1993년 치즈 수입량은 200톤으로 적은 규모였고, 국내산 원유로 만든 치즈는 8300톤으로 40배 많았다.

    

1995년 치즈 수입 개방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그해 1만1076톤의 치즈가 수입됐고 20년이 지난 2014년 국내 수입된 치즈는 9만7000톤에 이른다. 국내 유가공업체들이 수입산 치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산 치즈를 외면한 결과다.

    

수입산 원유와 국산 원유는 가격경쟁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입산 원유 1리터 가격은 300~320원으로 국산 원유가격(1100원)의 4분의 1수준이다. 최근에야 국내 유업체들이 국내산 원유를 사용해 자연치즈 제품화에 나서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낙농진흥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손을 잡고 치즈 생산을 위해 국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지원사업을 들고 나왔다.

    

이근성 낙농진흥회장은 "소비가 늘고 있는 치즈의 국산화를 위해 남는 원유를 국제가격 수준인 리터당 320원으로 유가공업체에 공급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급량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낙농진흥회는 수급조절예산 147억원의 대부분을 치즈 국산화에 쓰고 있다.

    

정부도 내년부터 원유소비활성화지원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일본 등 해외에서는 치즈용 원유공급안정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며 "우리도 내년부터 연간 유가공업체 6개소에 총 100억원을 지원해 수입산 원유와 국산 원유와의 가격차이를 보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즈용 원유쿼터제 도입과 치즈 품질을 끌어올리면서 비용은 절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뒷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덕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낙농가의 생산량을 제한하는 원유쿼터제를 치즈용, 발효유용 등 품목별로 나눠 정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며 "또 목장형유가공업체 등 소규모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기존의 제품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R&D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lej@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